2005년 9월호

남성 ‘아야’· 여성 ‘엉엉’, 이유가 있다

  •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입력2005-08-25 11: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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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성 ‘아야’· 여성 ‘엉엉’, 이유가 있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 MBC 드라마 ‘다모’에서 시청자의 심금을 울렸던 종사관의 명대사다.

    하지만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종사관은 다소 ‘오버’한 것으로 보인다. 남성과 여성이 똑같이 “아프다”고 말할 때 그 고통은 서로 다르기 때문.

    우선 고통의 빈도. 전문가들은 여성이 남성에 비해 실제로 통증을 느끼는 횟수가 더 많다고 지적한다. 편두통이 대표적인 사례다. 여성은 남성보다 3배가량 자주 편두통을 호소한다.

    고통의 강도는 어떨까. 사내아이는 넘어지면 입술을 실룩거리는 정도지만 같은 상황에서 여자아이는 울음을 터뜨린다. TV 드라마에서 자주 보는 장면이다. 여자아이가 약한 척 엄살을 부리는 것이라고? 아니다. 실제로 여자아이는 남자아이보다 더 큰 통증을 느낀다. 통증에서만큼은 ‘강한 남성, 약한 여성’의 관계가 성립한다.

    남녀의 고통이 다른 이유는 뭘까. 뇌에서 통증을 처리하는 회로가 서로 다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남녀에 따라 진통제의 ‘약발’도 다르다. 예를 들어 산고(産苦)와 싸우는 산모에게는 진통제로 날파인이 더 효과적이다. 하지만 남성에게는 모르핀이 효과가 더 좋다.



    남녀가 통증에 반응하는 메커니즘이 다르기 때문에 고통을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는 주장도 있다. 영국 바스대 에드 커프 교수팀은 남녀의 팔을 얼음물에 담그게 한 뒤 맨 처음 통증을 느끼는 시점과 더는 참을 수 없을 만큼 통증을 느끼는 시점을 각각 측정했다.

    그 결과 여성은 ‘지레 겁먹기’ 때문에 더 일찍, 더 자주 고통스러워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차가운 얼음물에 오랫동안 팔을 담그면 아플 것이라는 공포나 두려움 같은 감정이 고스란히 통증으로 이어진 것. 반면 남성은 실제로 팔에 느껴지는 감각에만 충실했다.

    남성이 여성보다 고통에 더 잘 견디도록 진화한 이유는 아직까지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다만 통증을, 우리 몸이 스스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내보내는 위험신호로 볼 때 이런 해석은 가능하다. 남성은 여성보다 싸우고 다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고통에 더 무뎌야 유리하다는 것.

    한편 여성은 통증을 더 자주 더 크게 느끼는 만큼 자기 몸을 더 돌보게 되고, 그 덕분에 남성보다 평균수명이 길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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