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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 회장의 초대형 석유비축기지 프로젝트

쿠웨이트와 손잡고 동북아 석유 허브 도약 야심

  • 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최태원 SK 회장의 초대형 석유비축기지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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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 회장의 초대형 석유비축기지 프로젝트

최태원 회장(가운데)이 SK건설의 쿠웨이트 공사 현장을 방문해 현장소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투자할 곳을 찾던 쿠웨이트의 눈에 띈 곳은 동북아 지역. 이곳은 하루 석유 소비량이 1500만배럴이 넘는 거대 소비지역이다. 세계소비 2위인 중국, 3위인 일본, 그리고 7위인 한국이 있다. 대만도 석유소비 19위 국가다. 비록 동아시아 국가는 아니지만 세계 6위의 석유소비국 인도도 곁에 있다. 인도를 포함한다면 세계 석유의 25%를 이 지역에서 소비하는 셈이다.

특히 미국 다음으로 석유를 많이 소비하는 중국은 해마다 소비량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석유수출국이던 중국은 최근 매일 270만배럴을 수입하고 있으며, 하루 소비량은 700만배럴에 이른다. 한국석유공사는 중국의 소비량이 앞으로 5년 안에 하루 900만배럴까지 늘 것으로 전망한다. 산유국이 눈독을 들이지 않을 수 없는 곳이다.

조만간 세계 최대 석유소비국으로 부상할 중국이지만 대량의 석유를 실어 나를 선박이 접안할 항구가 부족한 것이 흠이다. 변변한 석유저장시설이 없는 것도 단점. 반면 한국은 수심이 깊고 큰 배가 접안할 수 있는 항구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석유저장시설을 갖고 있으며, 저장시설 공사 기술 또한 세계 최고다. 산유국 처지에선 큰 배가 드나들 수 있는 항구 및 저장시설, 공사 능력까지 갖추고 거대 석유소비시장을 곁에 둔 한국을 동북아 석유물류기지로 점 찍을 만하다. SK와 쿠웨이트가 손잡은 것도 이런 여건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의 여수·거제 석유비축기지

일반인에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한국의 석유비축기지 공사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미국은 지질상의 특징으로 암염(주 성분이 소금인 바위)에 구멍을 뚫어 석유를 저장한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암염은 흔하지 않아 범용 기술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지진이 자주 일어나 예전부터 석유를 선박 내부에 보관하는 기술이 발달했다. 이 역시 거대 선박을 보유해야 하기 때문에 지진대에 속하지 않았거나 선박 구입비용이 부담되는 국가로선 따라 하기 힘든 기술이다.



한국의 저장방식은 동굴형이다. 통상 높이 30m, 지름 18m, 길이 300~1000m의 터널을 파고 이 안에 석유를 보관한다. 한국은 대체로 화강암 지질이라 석유를 보관하기에 천혜의 조건을 갖고 있다. 화강암의 특징은 물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굴 안에 보관된 석유가 땅으로 흡수되지 않는 이유는 화강암에 포함된 물의 압력 때문이다. 동굴 안으로 들어오려는 물의 압력이 동굴 밖으로 나가려는 석유의 압력을 제압한다. 결국 석유는 밖으로 유출되지 않고 물만 안으로 들어온다.

물과 기름은 섞이지 않는 법. 동굴 안으로 들어온 물은 석유보다 무거워 밑으로 가라앉는다. 결국 위에 뜬 석유만 필요할 때 꺼내 쓰면 된다. 석유는 나지 않고, 오로지 수입에 의존하다보니 일찍부터 정부가 나서서 석유저장시설을 개발한 결과 이런 여건을 갖추게 됐다.

한국석유공사는 1980년대부터 석유저장시설 선진국인 프랑스와 스웨덴의 기술자를 초청, 기술을 전수받으며 독자개발에 나섰다. 그 결과 지금은 세계 최고의 기술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여수, 거제에 있는 석유비축기지는 4500만배럴을 저장할 수 있어 세계 최대 규모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제 막 비축기지를 건설하려는 중국과 인도는 한국석유공사에 기술을 이전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석유거래로 급성장한 싱가포르

그러나 문제는 한국석유공사의 비축기지가 상업용으로 활용되기 힘들다는 점이다.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비축한 것이기 때문에 상업용 목적으로 전용하는 데 걸림돌이 많다. 최근 들어 석유가격이 급등했을 때 비축유를 풀어 석유가격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주고 있지만, 양은 많지 않다. 영리를 추구한다는 비판을 듣는다는 것도 한국석유공사로서는 부담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SK가 쿠웨이트와 손잡고 석유비축시설을 건설한다면 한국 석유산업에 또 다른 전기를 마련하는 셈이다. 국내 최초의 상업용 석유비축기지를 짓는 것이자 처음으로 OPEC 산유국의 투자를 받아 원유를 저장하는 것이다. 한국석유공사가 노르웨이의 석유를 비축기지에 저장해준 적은 있지만, 중동 산유국이 한국에 석유저장을 요청하거나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보인 적은 없다. 이를 계기로 또 다른 중동 산유국의 투자를 끌어내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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