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도 독자 대다수는 이런 의문이 먼저 들 것이다. 현재 중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대부분 1980년대 이전이나 초반에 대학입시를 경험한 세대다. 그때는 고등학교에 가서 대입을 준비하는 것이 상식이었고, 그렇게 해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물론 이러한 반응의 저변에는 자녀교육에 유난을 떠는 현 세태에 대한 정서적인 반감도 도사리고 있다. 적어도 잘못된 시류에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공범이 되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부인하고 싶어도 현실은 현실이다. 학교 공부만 해도 다른 나라 학생들보다 과중한 부담을 짊어지고 있는 데다 만만치 않은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며 사교육까지 시켜야 하는 상황은 누가 봐도 불합리한 현실이다. 문제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를 해결할 방도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방법은 두 가지뿐이다. 하나는 기러기 아빠가 되는 것, 나머지 하나는 ‘산골소녀 영자 가족’처럼 속세를 등지는 것. 두 방법 다 이 사회에 뿌리내리고 살고자 하는 평범한 생활인에게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결국 차선책은 효율적으로 경쟁력을 키워 덜 고생하고 성공하는 길을 찾는 것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피할 수 없는 승부라면 이기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기는 방법을 찾으려 한다면 당연히 경기의 룰과 속성을 이해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다.
지난해 10월28일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는 새로운 입시 개정안을 확정 발표했다. 그간 입시제도가 연례행사처럼 바뀌어왔기에 개정안이라고 해봐야 그다지 특별한 감흥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1994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이 시작된 이래로 가장 크고도 본질적인 변화가 담긴 개정안이다. 더구나 이번 개정안의 첫 대상은 2008학년도에 수능을 치르는 현재 고등학교 1학년생이다. 지금의 중학교 3학년도 실질적인 당사자인 셈이다.
학교 교과과정 의존도 높여
2008학년도 대입 개정안의 특성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수능등급제 및 고교 교육과정 출제 강화, 내신성적 산출의 신뢰도 제고를 통한 반영 비중 강화, 동일계열 진학 촉진을 통한 특목고 정상화 도모가 바로 그것이다.
기존 입시안과 달리 2008학년도 수능은 점수가 아니라 등급으로만 표시된다. 수능 점수가 몇 점 차이 나든 같은 등급이면 동일한 출발선에 서는 것이다. 따라서 수능의 변별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또한 지금까지 수능은 교과서 밖에서, 흔히 말하는 범(汎)교과유형으로 출제됐다. 하지만 새 입시안이 시행되는 2008학년도부터는 교과과정에서 출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변별력은 한층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내신이 불신을 받아온 이유는 ‘누군가 손을 댄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즉 일선 학교에서 광범위한 ‘내신 부풀리기’가 성행해왔다는 것이다. 그 결과 어느 대학도 내신을 신뢰하지 않게 됐고 입시에서 내신은 제 구실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