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따라서 흰살 생선회를 먹을 때는 육질의 단단함이 어느 정도인가를 느끼려 노력하고, 붉은살 생선회를 먹을 때는 혀로 느끼는 맛이 얼마나 진한가를 살펴야 생선회의 참맛을 알 수 있다. 생선회가 접시에 담겨 나오면 맨 먼저 담은 모양과 종류에 따른 색택(色澤) 및 썰기 형태 등을 눈으로 충분히 감상한 다음 이와 혀에 온 신경을 집중해 생선회의 종류별로 오묘한 맛을 느껴야 한다.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생선회를 먹기 시작한 역사도 조선 중기 정도로 비슷하지만 생선회를 먹는 문화에는 많은 차이점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살아서 펄떡펄떡 뛰는 것을 먹기 직전에 손질해 먹는 활어회(活魚膾) 문화에 익숙하고, 씹을 때 육질의 단단함이 느껴지는 넙치, 조피볼락, 농어 같은 흰살 생선회를 좋아한다. 반면 일본은 죽여서 3~4일까지 두고 먹는 선어회(鮮魚膾) 문화가 일반적이고, 씹히는 맛보다 혀로 느끼는 맛 성분이 많이 든 방어, 참치, 전갱이 같은 붉은살 생선회를 좋아하는 미각 문화가 발달했다. 또한 우리나라는 생선회와 초밥의 소비비율이 8: 2 정도인데 일본은 그 비율이 2: 8로 정반대다. 일본의 초밥시장 규모는 연간 약 15조원으로 우리 활어시장 규모(5조원)의 3배나 된다.
DHA, EPA가 성인병 예방

생선 기름은 다가불포화지방산과 기능성 성분인 오메가-3계열의 DHA 및 EPA 함량이 높아 동맥경화, 뇌졸중 같은 순환기 계통의 질병과 당뇨병을 예방한다. 아울러 암과 치매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으며 두뇌 발달에도 도움을 준다. 생선에도 콜레스테롤이 들어 있지만 DHA와 EPA, 타우린이 몸에 좋은 HDL 콜레스테롤로 만들어 혈관에 축적된 몸에 나쁜 LDL 콜레스테롤을 녹여내므로 성인병을 예방한다.
고등어, 방어, 전갱이, 숭어 같은 붉은살 생선은 넙치, 조피볼락, 농어와 같은 흰살 생선보다 기름이 많으므로 몸에 좋은 DHA 및 EPA가 많으며, 타우린, 무기질, 비타민 함량도 높다. 일본인들이 붉은살 생선을 즐겨 먹는 것은 일본이 장수 국가로 이름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붉은살 생선을 좋아하는 일본인의 평균 수명은 82.1세인 반면 흰살 생선을 즐겨 먹는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77.9세다.
비와 생선회 질은 무관
생선회에는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등 3대 영양소가 모두 들어 있다. 이들 영양소의 열량은 단백질과 탄수화물이 각각 4kcal/g이고, 지방질은 9kcal/g로 배 이상 높다. 붉은살 생선이 흰살 생선보다 지방 함량이 높으므로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붉은살 생선회를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해석될 수도 있다. 그러나 붉은살 생선에 들어 있는 지방은 EPA 및 DHA를 많이 함유해 붉은살 생선회의 고열량 섭취에 따른 해(害)보다는 기능성 성분이 주는 이로움이 더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