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은 발굴 당시의 양안석축이고 오른쪽은 서울시가 복원했다는 양안석축이다. 석축을 깎아 쌓은 흔적이 역력하다.
“광통교 주변 양안석축을 보면 정말 한심하다. 새로 넣을 돌을 깎아야지, 어떻게 문화재를 깎아서 석축을 쌓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현장 관계자에게 확인해보니 ‘문화재위원들이 발굴된 석축을 활용하라고 해서 깎아서 썼다’고 그러더라. 문화재위원들에게 확인해보니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그 많던 양안석축은 다 어디로 갔는가. 조만간 다시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청계천복원추진본부 역사문화팀 관계자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아마 새로 만들어 넣은 석축을 잘못 본 것이 아닌가 싶다. 문화재 복원시공을 맡은 업체가 원형에 가깝게 철저히 복원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광통교보다 사정이 더 심각한 것은 오간수문이다. 현재 오간수문 터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오간수문을 본떠 만든 모형 석축이 청계천 한쪽에 장식돼 있을 뿐 그 어디에서도 사적지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다. 이곳에서 발굴한 기존 교각은 물론 홍예석, 잡석, 기초바닥석이 모두 사라졌다.
관련 회의록을 살펴보면 청계천 문화재보존전문가 자문회의는 2004년 3월19일 회의에서 오간수문은 현장에 복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확인된 유물은 문화재 보수업체에서 안전하게 해체해 박물관 또는 청계천문화관 등 안전한 장소에 이전 보관토록 결정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동대문운동장 공원화 계획과 연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서울성곽 복원 계획의 일환으로 이를 추진키로 하고 2004년 4월부터 2005년 3월까지 기본구상 용역을 의뢰했다.
서울시는 곧바로 문화재위원회에 현장복원을 전제로 오간수문 일대 문화재를 해체해 이전할 수 있도록 ‘현상변경 허가’를 신청한다. 문화재위원회 사적분과는 이에 ‘원형 복원이 가능하도록 조치를 취한 후에 시행하도록 한다’고 결정했다. 이후 문화재위원회는 오간수문 바닥돌(유구)의 현장 복원을 위한 다양한 조치를 서울시에 지시했다.
문화재위원회 소위원회는 2004년 9월24일 서울시에 오간수문 바닥돌을 적절하게 배치하는 방안을 강구해 보완 설계하라고 했다. 현장 원형보전을 위한 사전조치였다. 뒤이어 10월8일에는 바닥돌을 수평으로 복원하는 방안을 세우고 설계 보완을 지시했다. 이와 함께 다리상판과 홍예교각 등 중요한 문화재에 대해 금속(동판)으로 구분 표시하도록 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1년이 다 되도록 이를 지키지 않은 채 공사를 강행했다. 이제 통수식까지 원형 복원은 불가능하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 연구소장은 “오간수문 기초바닥돌 등은 원형 복원키로 위원회에서 결정했고 여러 차례 서울시에 요구했으나 아직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청계천복원추진본부 역사문화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오간수문은 위원회에서도 바로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과제로 한다고 결정했고, 우리도 그렇게 알고 있다”고 말했다.
“복원 여부는 통수 후에 검토”
취재 결과 오간수문 터 발굴 문화재를 비롯해 양안석축 등이 서울 중랑구 하수종말처리장 인근 수풀이 무성한 야적장에 방치돼 있었다. 다른 곳에서 옮겨진 문화재들과 뒤섞여 어떤 것이 오간수문 문화재인지 구분하기조차 쉽지 않았다. 또한 아무런 보안장치가 없어 누구나 쉽게 드나들 수 있어 도난당할 우려도 있다.
문화재청 사적분과 관계자는 “올해 연말까지 서울시로부터 청계천 문화재 복원 종합보고서를 받을 예정”이라면서 “이 자료를 토대로 문화재청에서 허가한 대로 복원됐는지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청계천에 물이 흐르기 시작한 뒤에 복원실태를 조사하겠다는 이야기다. 순서가 뒤바뀐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