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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필립 시인의 시드니 통신

대양주·동남아에 한국학 씨앗 심는 ‘한-호 아시아연구소’

일당백 끈기로 노 젓고, 韓流 순풍에 돛 달고

  • 윤필립 在호주 시인 philipsyd@naver.com

대양주·동남아에 한국학 씨앗 심는 ‘한-호 아시아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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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후반은, 호주에서 한국학 열기가 식은 상태였고 한국 학자들도 지쳐 있는 상황이었다. 또한 호주 정부의 관심도 식어가고 있어 한-호 아시아연구소의 태동을 무모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학자도 많았다.

그러나 서 교수의 판단은 옳았다. 한-호 아시아연구소의 출범이 위축돼가던 호주 내 한국 연구에 활력소가 됐고, 대양주 내 한국 연구의 새로운 축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서 소장에겐 자신의 꿈을 나누며 같이 실현할 전략가와 전략대로 밀고나가는 뚝심 있는 동반자가 필요했다. 바로 거기에 딱 맞아떨어지는 학자가 권승호 부소장이었다. 그도 뉴사우스웨일스대에서 경영학 석·박사학위 과정을 마쳤고, 역시 한국인 최초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대양주 아시아학회장이 주는 1998년 최고 박사논문상을 받기도 했다.

해공(海公) 신익희(1894~1956) 선생의 손자인 신기현 교수는 할아버지 못지않게 지사적인 면모를 지닌 학자다. 그는 1984년부터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에 종사해온 자타가 공인하는 호주 한국어 교육의 효시.

2000년 한-호 아시아연구소 설립 당시 캔버라의 호주국립대에 재직하던 그는 누구보다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연구소의 소장과 부소장이 모두 상경계통 학자여서 생기는 쏠림현상을 한국어학자인 그가 보완한 것.



그는 2004년 7월, 12년간의 호주국립대 교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뉴사우스웨일스대 한국학과 주임교수로 일하면서 한-호 아시아연구소 자문위원을 겸하고 있다. 신 교수는 현재 대양주 한국학회장을 맡아 호주의 한국학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연구소의 안살림을 맡고 있는 김현옥 부장은 연구소에서 ‘눈썹 같은 존재’다. 4인방의 세 리더가 밖으로 나가서 마음껏 활동할 수 있도록 내부업무를 도맡다시피 하는 김현옥 부장은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움직이지만, 그가 없으면 연구소의 업무가 마비될 정도다. 눈썹 없는 얼굴을 어찌 상상이나 하겠는가.

해외에서 연구하는 한국학

한겨울의 쿠지비치를 뒤로하고, 뉴사우스웨일스대 6번 게이트를 거쳐서 한-호 아시아연구소가 자리잡은 렉탱클 빌딩으로 들어가다 보니, 길목에 호주의 국화인 ‘위틀(아카시아의 일종)’이 한가롭게 피어 있었다. 캠퍼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전 한때 풍경이다. 하지만 웬걸, 연구소에 들어서니 분위기가 딴판이다. 일당백의 임무를 맡은 사람들답게 분주한 모습이 역력했다.

“여기 계신 분들은 바다 가까운 곳에서 일하시니 참 좋겠습니다” 하고 말문을 열었다.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권승호 부소장이 “이 근처에 바다만 있나요? 반경 3km 내에 시드니의 유명한 골프장이 8개나 있습니다” 하고 시치미를 떼더니 이내 웃으면서 “학문을 연구하기에 참 열악한 조건이지요” 하고 맞받았다. 다음은 그들과의 일문일답이다.

-한국학의 본산이자 연구대상 자체인 한국을 떠나 해외에서 한국학을 연구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나.

서중석 : “한국에서 말하는 한국학은 ‘무엇이 한국적인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에서 정치를 연구하는 사람은 정치학자이지 한국학자가 아니다. 그러나 한국 밖으로 나가면 사정이 달라진다. 한국 정치를 연구하는 것도 한국학으로 간주된다. 이렇듯 외국 사람이 말하는 한국학은 한국에 관한 모든 분야가 망라된다. 외국인이 한국을 공부하는 주된 목적은 한국을 더 깊이 연구해 자국의 이익 추구에 이용하려는 것이다. 물론 일부 학자는 예외겠지만 큰 틀에서는 경제적인 이익과 정치외교적인 관계에 귀착되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신기현 : “한국 학자가 연구하는 학문을 한국학이라 한다면, 호주에서는 학문 분야에 관계없이 한국어로 된 자료에 의거, 한국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사람을 한국학자라고 하는 데 별무리가 없다.

또한 한국학 과정을 개설한 대학의 상황에 따라 내려지는 현실적인 정의도 무시할 수 없다. 호주는 지역학에서 언어 교육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어, 한국어 과정이 없는 한국학 과정은 없으나 한국어 과정만으로 구성된 한국학 과정은 있다. 나는 호주 3개 도시에 있는 3개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쳤는데, 첫 직장인 멜버른 소재 스윈번대에서는 한국어와 비즈니스를 연결하려는 학생이 주를 이뤘다. 반면 호주국립대 학생들은 대개 한국어를 배워 한국의 역사, 문화 및 북한 문제를 다루는 전문가가 되고 싶어 했다. 지금 근무하는 뉴사우스웨일스대에는 외국어로서 한국어 교수법에 관심을 갖는 학생이 다수다.”

권승호 : “한국에서 세계로 나가는 것을 일컬어 세계화라고 하고 현지에서 뿌리내리는 과정을 현지화라고 말한다. 그런 관점에서, 우리 연구소가 지향하는 바는 세계화와 현지화가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그것을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세계화+현지화)’이라 일컫는다.

동남아시아와 대양주가 서로 교류 협력하면서 한국학의 본산인 한국과 연결고리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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