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축구’를 지향하는 우리도 축구에 쓰이는 영어 수준을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겠다. 한번쯤 짚어보자. 한국에서 한국인들끼리 사용하는 축구용어가 얼마나 바른 영어일까? 우리가 거리낌없이 사용해온 말들을 살펴보면 얼마나 콩글리시를 남발해왔는지 금세 깨닫게 될 것이다.
필자가 영국에 머물던 시절, 친구 앤드루와 단 한 번 축구경기장을 찾은 적이 있다. 20여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손에 땀을 쥐게 한 노팅엄 포레스트의 홈경기가 잊히질 않는다.
그때 앤드루는 필자의 몇 가지 잘못된 영어 표현을 친절하게 바로잡아줬다. 대표적인 실수는 바로 ‘~ing’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한다는 것. 필자가 “Heading~!” 하며 격한 감정으로 고함을 치자 옆에 있던 앤드루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조금 있다가 비슷한 상황이 전개될 때 이 친구가 외치던 말은 전혀 딴판이었다. “Header!”라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표현이었다.
앤드루는 2002년 한일월드컵 이탈리아전에서 골든골을 뽑아낸 안정환 선수의 헤딩슛을 보고는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그의 입에서 연신 “What a good header!”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정말 멋진 헤딩슛이라는 뜻일 게다.
‘~ing’를 남발하는 현상은 비단 헤딩(heading)에 그치지 않는다. 핸들링(handling), 센터링(centering)도 비슷한 경우다. 드로인(throw in)을 drawing 또는 throwing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골(goal)이 골인(goal in)으로 표현되는 등 짚어볼 것이 많다.
한국인은 외국인과의 대화에서도 왕왕 이와 비슷한 실수를 범한다. 한국인이 표현하는 데 너무 솔직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인 것 같다. 쓰인 글자 그대로 발음하려다 보니 웃지 못할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축구경기야말로 눈앞에 일어나는 생생한 상황이기에, 현재진행형을 나타내는 ‘~ing’를 남발하는 것. 그러나 이것은 우리의 명백한 오해다. 명사형을 사용해도 우리가 생각하는 진행형의 느낌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
한국식으로 굳어진 잘못된 축구 영어를 바로잡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먼저, 한국의 어린 선수들이나 해외로 진출하는 선수들이 코치에게서 듣게 되는 다양한 표현을 소개한다. 또한 박지성 선수가 속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를 즐겨볼 독자들을 위해 축구 중계방송에서 흔히 사용되는 영어 문장을 정리해봤다. 이 표현을 중심으로 2002 한일 월드컵, 그 황홀하던 순간을 재현한다.
핸들링이냐, 핸드볼이냐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말 중 하나가 바로 ‘home ground’다. 그러나 영국인은 축구 경기에서 홈그라운드보다는 ‘home turf advantage’라는 표현을 더 많이 사용한다. 다음 두 가지 표현을 보자.
-I think Portugal will win, you can’t beat a bit of home turf advantage. : 포르투갈이 이길 것 같은데요. 약간의 홈그라운드 이점을 무시할 수는 없잖아요.
-We’ve got a bit of home turf advantage. : 우리는 약간의 홈그라운드 이점이 있잖아요.
다음 사례는 ‘~ing’를 남발하는 현상이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핸들링은 분명히 ‘handball’로 표현해야 한다. handling은 글자 그대로 ‘~을 다루다’라는 말이다.
-As soon as you touch the ball, a handball is called. And I’ve seen countless many of my crosses hit the raised hands of the defender standing inside the box without any foul called. : 볼을 만지면 핸드볼이 선언돼야 합니다. 그런데 제가 날린 수많은 크로스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수비수들이 들어올린 손에 맞았지만, 핸드볼 파울이 주어지지 않는 것을 많이 봤습니다.
-When offside is called, or a handball is not called, you don’t argue or curse or attack the referee. Do you understand all that? : 오프사이드가 선언되거나 또는 핸드볼 파울이 선언되지 않을 때도 심판에게 시비를 걸거나 욕을 하거나 공격을 가해서는 안 돼. 알아들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