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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중국-인도 삼각 군사동맹의 실체

‘반미 코드’로 뭉친 세계 2위 무장세력, 산둥반도 군사훈련은 한반도 개입 준비?

  • 김기현 동아일보 모스크바 특파원 kimkihy@donga.com

러시아-중국-인도 삼각 군사동맹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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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마코프 전 총리에 대해 다소 장황하게 소개한 것은 러-중-인 삼각동맹의 개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프리마코프 전 총리는 러시아의 외교·안보통 가운데 대표적인 ‘동방주의자’다. 러시아 외교는 전통적으로 냉전시대 라이벌인 미국, 지리적으로 인접한 유럽을 가장 중시한다. 자연히 대미 관계나 대유럽 관계 담당자들이 외교라인의 요직을 맡는다.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냉전이 끝난 지 20여 년이 다 되어가지만 여전히 미국 외교에선 소련을 전공한 이른바 ‘소비에트 스쿨(Soviet school)’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알렉산더 버슈보 신임 주한 대사도 소련 전문가들이다.

그런데 프리마코프 전 총리는 미국통도 아니면서 러시아 외교의 수장이 됐으므로 특기할 만하다. 그는 소련 과학아카데미 산하 동방학연구소를 졸업한 중동 전문가로 소련 관영 통신사인 타스(Tass)의 중동총국장과 동방학연구소장을 지냈다. 실제로는 기자 신분으로 위장한 KGB의 중동거점장(총책)이었다.

프리마코프 전 총리는 이라크전이 일어나기 직전 푸틴 대통령의 밀사로 바그다드를 방문, 사담 후세인 대통령을 만나 사태 해결을 위한 마지막 중재를 시도했다. 이런 프리마코프 전 총리가 만든 구상인 만큼 삼각동맹이 전개될 주무대는 아시아 지역이 될 수밖에 없다.

삼각동맹은 미국포위 전략



정통 ‘KGB맨’답게 미국이나 서방에 대한 프리마코프의 태도는 보수적이고 강경하다. 냉전 종식 후 옐친 정권의 외교라인은 안드레이 코지레프 외무장관 등 친서방 온건파가 이끌었다. 이들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경제지원 등 반대급부를 끌어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소련이 붕괴되고 나서 세계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남은 미국은 러시아를 노골적으로 무시했다. 러시아의 반대를 무릅쓰고 옛 소련 위성국인 폴란드 등을 끌어들여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러시아의 코밑까지 확장했다. 러시아 국내에서는 친서방파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졌고, 이런 분위기 속에서 강경파인 프리마코프가 1996년 외무장관으로 등장한 것이다.

프리마코프는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포위 전략에 맞서 미국을 역포위하는 전략을 세웠다. 바로 중국과 인도를 미국에 맞서는 동맹국으로 끌어들인다는 구상이다. 중국이나 인도는 초강대국은 아니지만 군사대국으로 각기 동북아와 서남아시아 지역의 맹주다. 미국 주도의 일방적인 국제질서에 불만을 갖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프리마코프 장관은 1998년 인도 뉴델리 방문 중 자신의 러-중-인 삼각동맹 구상을 처음 공개했다. 그러나 당시엔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너무 이상적인 생각(utopian idea)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세 나라가 강력한 동맹을 구축해도 경제력의 열세로 미국, 나토, 일본 등 ‘범(汎)미국 동맹세력’에 대항하기 힘든 상황이었고 세 나라 사이에 반목과 갈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중국만 해도 국경분쟁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나 프리마코프의 구상은 점차 세 나라의 관계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세 나라가 국제무대에서 미국에 맞서 한목소리를 내는 일이 잦아졌다. 경제관계도 밀접해졌다. 또 다른 변수는 최근 수년 사이 세 나라의 경제가 괄목할 정도로 성장했다는 점이다.

러시아의 경우 2000년 푸틴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강력한 지도력을 바탕으로 10여 년이나 계속돼온 사회혼란이 진정되기 시작했다. 때마침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세계 2위의 석유수출국인 러시아는 5년 동안 연평균 7%대의 고도성장을 구가했다. 같은 시기 중국과 인도 역시 폭발적인 성장세를 탔다. 해마다 9%대의 경제성장을 이룬 중국은 2010년 독일을 제치고, 2020년 세계2위 경제대국 일본을 추월한다는 야심을 갖게 됐다. 인도 역시 해마다 6%씩 성장하고 있으며 2050년에는 중국을 따라잡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브라질을 합쳐 브릭스(BRICs)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만큼 세 나라는 신흥경제강국으로 부상했다. 경제력이 커지니 자신감이 생겼다. 특히 국제사회에서 에너지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면서 에너지 대국인 러시아가 영향력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러-중-인 협력의 중심도 에너지다.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에너지 수요가 급증한 중국과 인도에 러시아는 중요한 에너지 공급원이다. 러시아에 있어 두 나라는 주요 시장이면서 투자자다. 러시아 동시베리아 유전에서 개발된 원유는 철도를 통해 중국으로 공급된다. 러시아는 건설을 추진 중인 동시베리아 송유관의 노선을 중국에 석유를 공급하기에 유리하도록 잡았다.

인도 역시 러시아 에너지 개발 프로젝트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인도석유천연가스공사(ONGC)는 2001년 러시아 정부와 협상, 러시아국영석유공사(로스네프티)가 갖고 있던 사할린Ⅰ프로젝트의 지분 20%를 인수했다. 인도는 추가로 사할린 에너지 개발 사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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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동아일보 모스크바 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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