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수도 제이유그룹 회장(사각형내)이 검찰에 제출한 의견서.
문건은 구체적 수치, 실명, 정황을 담고 있어 사실인 듯한 느낌을 주며 국정원은 이 문건을 검찰에 제공해 수사를 의뢰했다. 서울 동부지검은 정·관계 로비의혹을 포함한 제이유 관련 의혹(서해유전개발 투자 등)에 대해 제이유그룹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여론의 관심은 제이유 관련 의혹 중 정·관계 로비의혹에 집중되고 있는데, 제이유 그룹 주수도(朱水道·50)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 응하지 않은 채 검찰 조사를 준비 중이다. 주 회장은 ‘신동아’의 인터뷰 요청을 받고 ‘국정원 첩보 문건에 대해 검찰에 제출한 의견서(피내사자 주수도 변호인 명의)가 내 의견과 동일하니 인터뷰를 이 의견서로 대신해달라’는 의사를 측근을 통해 전해왔다.
국내 최대 네트워크 기업과 여권과의 금품 로비 의혹이 국가 최고 정보기관인 국정원에 의해 제기된 이례적 사건에 대해 핵심 당사자인 주 회장이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상황에서 그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보고 이를 수용했다.
주 회장의 의견서는 검찰 조사를 앞둔 피내사자가 본인 변론 차원에서 검찰에 제출한 것이므로 그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주 회장은 검찰 조사 등 추후의 검증과정에서 의견서 내용과 다른 사실이 드러날 경우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될 수도 있음을 인지한 상태에서 의견서를 언론에 제공했다. 의견서를 공개한 시점도 검찰 조사를 앞둔 민감한 시기다. 의견서의 내용에 책임을 지겠다는 성격이 그만큼 짙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신동아’가 다른 경로로 입수한 국정원 첩보 문건과 주 회장의 의견서를 비교한 결과, 의견서에서 밝힌 첩보 문건은 국정원이 실제 작성한 문건과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원 첩보가 공공연히 누출되어…”
주 회장은 의견서에서 “국정원의 첩보 문건에 여론조작의 음모가 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국정원이 법률이 정한 직무범위를 일탈한 것은 아닌지 논란이 있다”고도 했다. 다음은 의견서 내용이다. 먼저 의견서 제출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소위 ‘국정원 첩보’에 대하여. 최근 피내사자(주수도)에 대한 귀청(서울 동부지검)의 내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소위 ‘국정원 첩보’라는 형식의 문서가 나돌고 있습니다. ‘첩보’는 작성 주체인 국정원이 가지는 권위와 그 내용의 정교함, 특정 인물들의 실명을 그대로 거론하는 점, 핵심적인 내용마다 일정한 수치를 제시하는 치밀함 등으로 인하여 피내사자가 운영하는 제이유 그룹의 실상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는 대다수 사람들에게 명백히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피내사자는 그야말로 내사 대상으로서의 불리한 ‘첩보’가 어떤 경로로든 귀청에 제공되었고 그것이 내사 주체들에 의하여 회람되어 일정한 선입견을 형성할 수도 있다는 우려로 인하여 본 의견서를 통하여 해명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이어 의견서는 첩보 문건의 작성 주체인 국정원에 적극적으로 역공을 취했다. 국정원 첩보 문건이 내용을 입증할 증거를 대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의견서는 이를 근거로 첩보 문건의 작성 배경에 음모가 있다는 주장을 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