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호

안상수 인천시장, 선대본부장 소유 개발제한 녹지를 시가화 예정용지로 변경… “땅값 수십억 상승”

  •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6-06-05 18: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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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대본부장, 땅값 오르기 전 아들에 증여…세금 절감
    • 한나라당 중앙위원 건설사, 아파트 시행권 확보 나서
    • “시장, 지주, 사업추진 건설사 모두 한나라당 소속” 논란
    • 선대본부장, “ 안 시장측에 어떤 부탁도 한 적 없다”
    안상수 인천시장, 선대본부장 소유 개발제한 녹지를 시가화 예정용지로 변경…  “땅값 수십억 상승”

    조진형 한나라당 인천시당 선대본부장 소유 인천시 효성동 부지(지도내 삼각형) 현장.

    안상수 인천시장은 최근 조진형 한나라당 인천시당 선거대책총괄본부장 소유의 녹지가 포함된 지역을 아파트 건립이 가능한 시가화(市街化) 예정용지로 결정했다.

    각종 개발행위가 제한되는 녹지가 시가지로 바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조 본부장이 소유한 땅의 시세는 수십억원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본부장은 땅값이 오르기 전 아들에게 이 땅을 증여해 절세 효과도 봤다.

    조 본부장은 5·31 인천시장 선거에 재출마한 안상수 시장과 인천지역 기초단체장-광역의원-기초의원 선거에 출마한 한나라당 소속 후보들의 선거운동을 지휘하고 있다. 그는 한나라당 인천 부평갑 당원협의회(옛 지역구) 위원장(14·15대 국회의원)이기도 하다.

    조 본부장의 지역구인 인천 부평갑의 한나라당 중앙위원 회장 김모씨가 대표이사인 A건설회사는 조 본부장측 땅과 인근 부지를 묶어 대단위 아파트 단지를 짓는 사업의 시행권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안상수 시장은 조 본부장 땅에 인접한 이 건설사 소유 땅도 시가화 예정용지로 결정했다.

    대규모 개발사업의 허가권자인 시장, 해당 사업 예정지 안에 땅을 갖고 있는 지주, 시행권 확보를 추진하는 건설사의 대표가 모두 같은 정당 소속인데다 ‘후보와 선대본부장’ ‘같은 지역구의 위원장과 중앙위원 회장’으로 긴밀한 사이여서 일각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개발 본격화하면 더 오를 것”

    인천시가 수립한 ‘2020 도시기본계획’은 2006년 5월4일 건설교통부에 의해 확정됐다.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시 계양구 효성동 일대 보존용지 등 12만1000평을 시가화 예정용지로 변경하는” 안은 이번 ‘2020 도시기본계획’에 반영됐다. 인천시측은 “6000명 인구 계획의 주거지가 조성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인천시가 수립한 2020 도시기본계획은 공람공고, 주민공청회 등의 절차를 거쳤으며 결정권자는 인천시장”이라고 말했다.

    인천시 자료에 따르면 조진형 한나라당 인천시당 선거대책총괄본부장 소유 3개 번지 2175평(각각 3379㎡, 2539㎡, 1273㎡로 총 7191㎡) 보존용지도 효성동 시가화 예정용지 내에 포함됐다. 이들 땅은 현재 배밭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계양구청의 토지이용계획확인서의 용도란에는 ‘자연녹지’로, 도시계획시설란에는 ‘공원’으로 되어 있다. 이 땅 어귀에 세워진 계양구청장 명의의 안내문은 이 땅이 ‘녹지지역’이라고 밝히고 있다.

    인천시는 효성동 시가화 예정용지를 지정한 이유에 대해 자체 자료에서 “집단으로 입지한 무허가 노후주택으로 환경이 매우 불량하다. 경관관리 차원에서 주거용지 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 본부장의 땅은 무허가 노후주택 밀집지역과는 떨어져 있으며 지상 건축물이 없는 밭으로 주로 사용되고 있다. 위치도 시가화 예정용지 구역의 맨 가장자리쪽이다. 조 본부장 땅이 시가화 예정용지에 들어가게 된 경위에 대해 효성동 주민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최초엔 ‘효성도시개발조합’이라는 주민단체가 ‘효성동 일대 6만6000평을 시가화 예정용지로 지정해달라’고 인천시에 요청했다. 주민들이 요청한 지역에는 조진형씨의 땅이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인천시는 2004년 10월쯤 주민단체가 요청한 지역에다 인접한 땅까지 묶어 12만1000평을 시가화 예정용지로 잡았다. 이때 조씨의 땅도 포함됐다.”

    이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12만1000평이 인천시가 최초 계획한 면적인지, 중간에 일부 부지를 편입해 늘어난 것인지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효성동 땅’에 민감

    조 본부장의 땅은 시가화 예정용지에 편입되면서 시세가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동 주민대책위원회 관계자는 “효성동 시가화 예정용지 편입지역의 경우 2003년까지만 해도 평당 100만~120만원에 거래됐으나, 시가화 예정용지 편입이 가시화한 2005년 중순 이후 개발 기대심리로 가격이 많이 올라 평당 230만~24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시가화 예정용지내의 땅은 시세가 거의 비슷하다”고 했다.

    주변 부동산중개소들도 같은 견해였다. 이들에 따르면 조 본부장 땅 2175평의 시세는 20억원대에서 40억~50억원대로 오른 셈이다.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대규모 신축 아파트 단지와 학교, 공원을 조성하는 사업이 본격화하면 시가화 예정용지 일대의 가치는 더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조 본부장은 이들 3개 번지를 1976년 5월20일에 사들여 소유해왔다. 이후 그는 2005년 3월28일과 5월20일 두 차례에 걸쳐 이들 땅을 자신의 아들(36)에게 모두 증여했다.

    조 본부장과 같은 지역구인 인천 부평갑의 한나라당 중앙위원 회장 김모씨가 대표이사(2003년 3월3일~현재)로 있는 A건설사 소유의 효성동 땅도 이번에 인천시에 의해 시가화 예정용지 12만1000평에 포함됐다.

    효성동 주민대책위에 따르면 A건설사는 조 본부장과 마찬가지로 시가화 예정용지내 지주이면서 동시에 이곳에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는 시행사업권을 확보하기 위해 주민들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몇몇 건설사들도 시행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A건설사는 시가화 예정용지와 가까운 효성동 소재 조 본부장 소유의 땅을 이미 아파트 단지로 개발한 전력이 있다.

    효성동 일대 주민들은 “시가화 예정용지내 아파트 조성 사업은 인천시가 용적률을 어느 정도 허용할 것인지에 따라 사업성이 좌우된다. 예를 들어 ‘용적률 180%면 사업성이 별로 없고, 210%만 되면 괜찮다’는 얘기가 있다. 건설사나 지주들이 향후 인천시로부터 높은 용적률을 받으면 이익을 많이 남기게 된다”고 했다.

    조 본부장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인천지역 한나라당 예비후보 공천심사 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선대본부장을 맡을 정도로 안상수 인천시장과 친분이 있으며 한나라당 인천시당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조 본부장의 땅이 이처럼 인천시의 도시계획 결정에 따라 시세가 많이 오르게 됐고, 향후 인천시의 용적률 허용기준이 중요 변수가 되는 그 땅의 개발도 조 본부장 지역구의 한나라당 인사에 의해 적극 추진되자 한나라당 중앙당도 문제가 없는지 민감하게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인천시, 조 본부장, A건설사 김모 대표 등 관계자들은 “인천시의 효성동 시가화 예정용지 지정은 특정인에 대한 배려 없이 공정하게 이뤄졌으며, 일절 의혹이 없다”고 밝혔다.

    인천시 관계자는 “효성동 시가화 예정용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지주가 누구인지는 검토대상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안상수 시장으로부터 특정 부지를 시가화 예정용지에 포함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단 한 차례도 받은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조진형 본부장은 “내 땅이 시가화 예정용지에 포함되어 있는지도 모르고 있다. 그 땅에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 본부장은 “2005년 절세 차원에서 효성동 땅을 아들에게 증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것도 아닌 이 문제가 인천지역 선거에 악용되어선 안 된다”고 했다. 다음은 조 본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안 시장과 상의한 적 없다”

    -일부 지주들은 자신의 땅을 시가화 예정용지에 포함시켜달라고 인천시에 요청하기도 했는데, 조 본부장도 안상수 시장이나 다른 인천시 관계자에게 그런 요청을 한 적이 있는가.

    “나는 그런 요청을 한 사실이 전혀 없다. 내 재산과 연관된 일에 대해 일절 부탁하지 않는다. 일부 주민들이 지역개발문제와 관련해 도와달라고 내게 요청해도 거절해왔다. 오해의 소지가 있는 일을 하지 않는다.”

    안상수 인천시장, 선대본부장 소유 개발제한 녹지를 시가화 예정용지로 변경…  “땅값 수십억 상승”
    -시가화 예정용지로 지정되는 과정에서 효성동 땅의 시세가 많이 상승했다는데.

    “30년 이상 갖고 있던 땅이다. 인천시내에 개발할 땅이 별로 없다. 그냥 놔두면 더 좋아진다. 안 시장이 시장직을 잘 수행하도록 곁에서 돕고 있지만, 이런 문제로는 안 시장을 찾은 적이 전혀 없다. 한나라당 인천시장 경선과정에서 효성동 땅 문제가 나와 ‘페이퍼’가 돌기도 했다. 한나라당 중앙당도 경위 파악에 나섰고 안 시장측도 해명하려고 애쓴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중앙당은 내겐 답변해달라고 하진 않았다.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는 사안이다.”

    “땅값 오르기 전에 해두는게…”

    -오랜 시간이 지나도 계속 묶여 있는 땅도 있다. 개발이 제한적인 보존지역에서 시가지 용도로 바뀌면 지주에겐 좋은 일이라는 시각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내 땅은 언젠가는 좋아질 곳이다. 내 땅이 시가화 예정용지에 포함되어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난 여유가 많은 사람이다. 임대 수입과 현금도 좀 있으며 (인천시) 논현동에서 보상받은 것도 많이 있다. 그 땅에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는 땅을 아들에게 증여한 것은 어떻게 봐야 하나.

    “언젠가는 아들에게 줘야 할 땅이었다. 땅값이 오르기 전에 (증여) 해두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아들도 금방 안 써야 좋다. 오래 보유하고 있어야… (나중에 처분하더라도)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서는….”

    -조 본부장 지역구의 한나라당 중앙위원 회장 김모씨의 회사가 조 본부장 땅을 포함한 효성동 시가화 예정용지 개발에 뛰어든 것은 우연인가.

    “모르겠다. 효성동 땅 문제로 그와 상의한 적이 전혀 없다. 부동산 하는 사람이니까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어 조 본부장은 “효성동 땅과 관련해 안 시장과 상의한 적이 전혀 없다. 안 시장에게 얘기했으면 천벌 받는다. 땅 문제는 인천지역 선거총괄본부장인 나를 흠집내려는 것인데… 억울하다”고 강조했다.

    B건설사 김모 대표는 효성동 시가화 예정용지의 아파트 건설 시행사업에 참여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다음은 김대표의 설명이다. “효성동 203명의 지주가 공동으로 도시계획구역지정안 제안서를 인천시에 낸 이후 시가화 예정용지로 결정됐다. 제안서를 낸 지주 중에 조 본부장은 없다.

    지금은 주민들의 공원부지 해제 요구가 시에 올라와 있는 단계다. 개발이 되려면 아직 많은 절차가 남았고, 우리 회사가 다른 건설사와 함께 공동으로 시행할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우리 회사가 시가화 예정용지내에 일부 부지를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과거 조 본부장 땅을 수용해 아파트 단지를 지은 적이 있다.”

    “지주는 혜택, 그러나 원주민은…”

    한편 효성동 시가화 예정용지에 현재 거주하고 있는 700여 가구 대부분은 자신의 땅을 갖지 못한 채 노후주택에서 살고 있다. 세입자, 무허가건물주(지상권자) 등 영세민들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달동네도 이런 달동네가 없다”고 말했다. 효성동 주민대책위에도 이들이 많이 들어가 있다.

    효성동 주민대책위측은 “지주들은 이번에 시가화 예정용지로 지정되면서 땅값이 크게 오른 혜택을 누리고 있다. 앞으로도 지주들은 더 많은 이익을 볼 가능성이 높다. 딱하게 된 사람들은 시가화 예정용지내 국유지나 지주의 사유지에 무허가 건물 등을 짓고 사는 지상권자와 세입자들이다. 이들에 대한 대책 없이 아파트 단지 개발이 본격화하면 이들은 모두 쫓겨나고 상당수는 노숙자로 전락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대책위 한 관계자는 “적절한 기준에 따른 국유지 불하 등 지상권자와 세입자를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인천시는 이들 영세민을 배려하는 시가화 예정용지 개발정책을 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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