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문이 닫히는 시점에 혜성(彗星)처럼 등장해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비아그라(Viagra). 사내의 아랫도리에 나이애가라의 활력(Vigor + Niagara)을 불어넣어 소리 없이 아우성치게 하는 매직 필(magic pill). 비아그라는 발기난에 허덕이는 지구상의 남자를 구원하는 선구적 역할 덕에 페니스 역사에 새로운 사실(史實)로 기록되어 있다.
유통기간이 만료된 폐기 직전의 페니스를 부활시켜 살맛을 돋우는 데 여념 없는 야간의 총아, ‘세우미 형제’들은 유흥업소 단골고객 진상품, 혹은 고위 공직자나 거래처 사람들을 접대하는 상납 뇌물로 둔갑했다.
끝없이 이어질 것 같던 비아그라의 독점적 성세(盛世)는 새로 태어난 동생들에 의해 무너지기 시작했다. 씨알리스(Cialis)와 레비트라(Levitra)가 맏형 비아그라를 견제하고 있고, 한국산 토종 자이데나(Zydena)까지 이에 가세해 비아그라의 유아독존 아성을 넘보고 있다. 실로 ‘형제의 난’이다. 약효가 신속하고 지속시간이 길어 주말 밤을 내내 분홍으로 채색해준다는 첫째동생 씨알리스, 단단한 정도로는 가히 최고라는 둘째동생 레비트라, 신토불이를 내세우는 막내 자이데나가 서로 “형보다 낫다”고 소리치면 “형만한 아우 없다”고 맞받아치는 비아그라의 기세 싸움이 볼 만하다.
그러나 이들 형제의 활약상은 사실상 대동소이하다. 이 모두가 발기의 핵심 물질인 사이클릭 지엠피(cyclic GMP) 분비를 촉진하는 체내효소이자, 이를 방해하는 PDE 5를 무력화해 페니스를 기동케 하는 약물이기 때문이다.
영국 샌드위치에 있는 파이저 연구소에서 협심증 치료제를 개발하던 중 복용자의 음경 발기 현상을 우연히 관찰해 발기 유발제로 방향을 바꾸면서 태어난 비아그라는 경구 복용이라는 약물 전달 수단의 편의성, 성적 자극을 받아야만 약효가 발휘되는 자연스러움 때문에 독생자(獨生子)로서 인기를 끌어왔다. 피임약 이래 ‘제2의 성 혁명’이라는 흥분 속에 태어난 비아그라는 이렇듯 짧은 기간에 형제들의 도전에 직면했고, 앞으로도 새로운 사촌들의 탄생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세우미 형제들의 마술은 결코 만능이 아니다. 나름의 함정도 있다. 65세 이상의 고령자, 간장 질환, 심한 신장 질환, 그리고 특정 항생제나 항진균제를 복용하는 사람에겐 부작용 발생 빈도가 높다. 또한 혈액질환이나 위궤양 환자, 망막 질환자에 대해서는 아직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아 복용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남녀의 성기는 형태적으론 대비적이지만 태생학적으론 기원이 같아 성 반응의 생리적 기전이 동일하다. 세우미 형제는 페니스의 혈류 역학적 현상을 도와 성사(性事)의 질을 향상시켜주기 때문에 여성에게도 같은 효과를 기대하면서 성기능 장애 여성에 대한 세우미 형제의 기여도에 관한 실험이 전개되고 있다. 여성의 질이나 음핵에 분포한 혈관에 혈류가 많아지면 여성의 성감이 높아질 것이라는 발상에 근거한 것이다. 실제로 자궁 절제술이나 고지혈증, 당뇨병, 동맥경화증 때문에 질과 음핵의 혈류 유입 장애가 있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실험에서 세우미 형제의 효능이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여성이나 18세 미만의 남성에게는 이러한 약물 복용을 금지하고 있다.
세우미 형제의 문제점은 과량 사용할 때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것들이다. 얼굴이 화끈거리거나 소화 장애, 두통 등은 흔히 경험하는 부작용으로 알려져 있지만 용량을 적절하게 조절하면 이런 문제점들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관상동맥 질환이나 심장혈관 질환으로 질산염(nitrate) 계통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은 심각한 위험에 직면할 수도 있다.
뭔가 새롭고 획기적인 수단이 소개될 때마다 쉽게 흥분하며 보채고 설치는 현상이 우리에겐 별로 이상할 게 없다. 그러다 막상 모습을 드러내고 실용화되면 그 수단의 한계나 문제점이 파생되어 쉽게 실망하고 포기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세우미 형제들도 마찬가지다. 모든 성적 문제를 해결해주는 묘약이 아니기 때문이다.
냉철한 이성으로 차분하게 ‘무조건 열풍’을 식힐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