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호

‘치매 예방과 뇌 장수법’

쉽게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 박금규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상임고문

    입력2006-06-15 17: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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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매 예방과 뇌 장수법’

    ‘치매 예방과 뇌 장수법’다르마 싱 킬샤·카메론 스타우스 지음/장현갑 외 옮김/학지사/504쪽/1만5000원

    얼마 전 지인들과 등산을 다녀왔다. 그로부터 며칠 후 함께 등산을 했던 일행 중 한 명으로부터 뜻밖의 전화를 받았다. 약속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내가 오지 않아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얼른 “바빠서 잊어버렸다”고 사과하고, 다시 약속시간을 잡았다. 전화를 끊고 한동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한참을 망설이다 그 친구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사실은 내가 언제 약속을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아. 자세히 이야기해줄 수 있겠어?”

    친구의 말에 따르면 우리는 등산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점심 약속을 했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런 것도 같은데, 여전히 마음 한편에 불안감이 자리잡고 있었다.

    병원을 찾아 기억력 검사를 받고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확인을 받고난 뒤 새로운 소망이 하나 생겼다. 나의 삶을 끝까지 스스로 책임지고,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기억을 남겨주고 싶다는 것이다.

    ‘치매 예방과 뇌 장수법’(원제 ‘Brain Longevity’)에서 나는 소망을 실현할 싹을 발견했다. 이 책은 흔히 ‘황혼의 덫’으로 알고 있는 치매가 손놓고 당할 수밖에 없는 재앙이 아님을 알려준다.



    우리의 뇌는 기술 문명이 발전하면서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혹사당하고 있다. 휴대전화, 컴퓨터, 팩스, 텔레비전이 내는 문명의 소음 때문에 뇌는 단 10분도 편안하게 휴식할 수 없다. 생활이 편리해진 대신 우리의 뇌와 신경계는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이다.

    뇌에 관한 단순한 진실

    우리가 어릴 때는 물 한 동이를 긷기 위해 동네 어귀까지 나가야 했다. 불편하긴 했지만 자연을 접하고, 이웃을 만나는 정겨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날 생수 한 병을 사기 위해 집 앞 편의점을 갈라치면 자동차 소음과 상점에서 크게 틀어놓은 시끄러운 음악소리를 견뎌내야 한다. 생수 한 병을 사는 것이 물 한 양동이를 긷는 것보다 덜 수고스러운 대신 뇌와 신경계는 훨씬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

    또한 청년 실업이 장기화하고, 중년에 이미 명예퇴직을 염려해야 하는 우리 사회는 불안의 연속이다. 국민연금제도는 더는 우리의 미래를 보장해주지 못하며, 가족에게 노후를 의지하는 것도 힘들어졌다.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는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주된 원인이기도 하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분비되는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은 적절하게 분비되면 문제가 없지만 지속적으로 과잉 분비되면 뇌의 세포를 파괴하여 인간의 인지기능을 상실하게 만든다.

    10년 전만 해도 치매는 고칠 수 없는 병으로 인식됐으나 많은 연구를 통해 치매의 진행을 늦추는 것은 물론 예방도 가능하고 뇌의 젊은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뇌는 여전히 우리에게 신비와 미지의 영역이다. 그렇지만 단순한 한 가지 진실이 있다. 뇌도 다른 신체 부위와 마찬가지로 살과 피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 단순한 사실에서 출발하면 뇌의 활력을 찾을 수 있는 여러 가능성이 열린다. 우리는 피부미용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정력에 좋다는 약과 보양식을 찾으면서 뇌에 관심을 갖고 뇌에 필요한 영양분을 주려고 노력해본 적은 없다. 10년이 넘는 임상 경험의 결과에 따르면 뇌도 피부처럼 영양물질을 제공해주면 잃어버린 활력을 다시 찾을 수 있다.

    손상된 뇌를 회복시키기 위해서 서양의 과학과 동양의 지혜가 합쳤다. 서양의학은 치매의 원인을 특정 요소에서 찾아내어 치료하지만 질병을 전체로 보지 못하는 단점을 안고 있다. 복잡한 생물학적 유기체에 이런 접근법은 한계가 있다.

    동양의학에서는 유기체가 전체적인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돕고, 내부의 자연 치유력을 향상시키면 치매와 같은 질병을 극복할 수 있다는 심신의 통합을 강조한다.

    치매의 예방과 진행을 늦추기 위해 동양과 서양의 학문이 만나 내린 결론은 여러 치료 양식을 합성한 다중 치료방법이다.

    동서양이 만난 다중치료

    첫째, 뇌의 건강은 심장의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심장에서 공급되는 피의 흐름은 뇌의 장수에 필수적인 조건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은 마라톤 선수처럼 영양을 풍부하게 섭취해야 한다. 그러므로 심장에 좋은 음식은 스트레스를 받는 뇌와 신경계의 활력을 위해서도 좋다. 곡물과 채소, 식물성 단백질 그리고 가끔 생선을 포함한 식단이 다중 치료방법의 첫 작품이다. 단지 육류 섭취를 줄이고 단백질이 풍부하고 영양이 풍부한 음식물을 정기적으로 먹기만 해도 인지기능은 향상된다. 중요한 정보가 쉽게 기억나고 열쇠를 둔 장소를 잘 찾는 것은 물론 사소한 것들도 잘 기억할 수 있다.

    항산화물 섭취도 뇌의 노화를 방지한다. 비타민 C와 레시틴, 마그네슘과 미네랄 복합체 등의 결핍이 치매 환자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신체 기관과 체계의 작용을 향상시키는 자연 강장제도 영양요법을 시행할 때 고려되는 중요한 부분이다. 은행잎 추출 물질, 인삼, 푸른 잎 식물의 녹즙이 자연 강장제에 포함된다. 단순히 인삼을 섭취한 초기 치매 환자들의 기억력과 집중력이 한 달 만에 다시 향상되기도 했다.

    둘째,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이다. IMF 외환위기 이후 길거리에서 새출발해 재기에 성공한 사람들을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인간은 역경을 성공의 발판으로 삼고 성장하는 힘을 갖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겪는 사소한 일들도 그것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동양에서 스트레스를 줄이고 성장 잠재력을 일깨우는 데 사용한 기술이 명상과 요가다. 명상은 신체의 활성수준을 낮춰 신체가 불필요하게 과잉 반응하는 것을 막고 뇌를 총명한 상태로 깨어 있게 해준다. 이것이 명상의 이완반응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신체가 안정되고 혈압이 정상 수준으로 되돌아오게 되며 신체의 면역계통과 자기 치유 조절기능이 향상된다. 집중력이 높아지며 새로운 지혜가 생기는 통찰을 경험하기도 한다. 인도의 요기들은 5000년 이상 이 명상을 통해 집중력을 키우고 정신적 각성을 추구하며 행복감을 성취하고 있다. 기도도 명상의 한 종류다. 새벽에 일어나서 매일 기도하는 생활은 우리가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힘찬 하루를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된다.

    셋째, 운동은 스트레스 완충작용을 한다. 어떤 연구에서는 우울에 대처하는 데 심리상담보다 운동이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테니스를 치거나 산책과 같은 운동을 하는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운동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 5년 후에 치매에 걸리는 비율이 운동을 한 사람보다 약 60%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뇌 과학자인 매리언 다이아몬드 박사는 아인슈타인 사후에 그의 뇌 세포를 분석했다. 그 결과 아인슈타인은 뇌의 무게가 많이 나갔던 것도 아니고, 크기가 큰 것도 아니고, 많은 수의 뇌 세포를 지니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단지 뇌 세포끼리 서로 연결된 수가 일반인보다 많았다고 한다. 유산소 운동은 뇌 세포의 연결을 확장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유산소 운동은 뇌에 산소공급을 원활히 하고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제거한다. 이쯤 되면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 되는 대신 운동이 만병통치약이 된다는 말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신체적 운동뿐만 아니라 지적 운동도 뇌의 활력을 돕는다. 즐거운 마음으로 산책하고 재미있는 독서 생활을 한다면 이보다 좋은 예방책이 어디에 있겠는가.

    넷째, 적절한 약을 선택하는 것이다. 다중 요법치료를 개발한 칼샤 박사는 치매의 처방에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을 돕는 약과 뇌의 전반적인 대사활동을 돕는 약을 복합적으로 사용한다.

    실천하고자 하는 동기 부여

    사실 이 프로그램의 내용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상식에 불과할 수 있다. 그러나 그저 귀로 들은 상식이나 입에서 입으로 전해온 것과는 달리, 이 책에 실려 있는 지침들은 과학적인 증거들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훨씬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오며, 단순한 앎을 넘어 삶의 일부분으로 실천하고자 하는 동기를 북돋워준다. 이 책에 담긴 내용이 아니라 실천하는 성실함이 각자의 미래를 바꾸어주는 것이다. 이미 건강한 생활 방식을 택해 실천하고 있다면 그 방식을 크게 바꿀 필요는 없다. 다만 부족한 부분을 손쉽게 보충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전문가가 아니라 일반인이 읽고 스스로 실천할 수 있도록 씌어진 자가 예방 및 치료 지침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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