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뇨병 합병증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갑자기 발생하는 급성합병증과, 당뇨병이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수년에 걸쳐 나타나는 만성합병증이 있다. 급성합병증에는 당뇨병성 케톤산혈증, 고혈당성 고삼투압성 비케톤혼수, 유산혈증, 저혈당증이 있다. 만성합병증은 당뇨병성 신경병증, 망막병증, 신증, 대혈관 합병증, 감염증 등이다. 이 중 눈, 콩팥(신장), 신경에 생기는 합병증을 당뇨병의 3대 미세혈관 합병증이라 한다.
방치하면 위험한 급성합병증
우선 급성합병증을 보자. 당뇨병성 케톤산혈증은 인슐린이 모자라 생기는 병이다. 당뇨환자처럼 당분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인체는 몸 안에 저장돼 있는 지방을 분해함으로써 에너지를 얻으려고 한다. 케톤산혈증은 지방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케톤체가 과다하게 생성되면서 발생하는 질병으로, 인체에 케톤체가 많이 쌓이면 몸은 빠르게 산성으로 변한다. 이때 서둘러 혈당을 조절해주지 않으면 환자는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심하면 사망에 이른다.
고혈당성 고삼투압성 혼수는 혈당 수치가 너무 높이 올라가 수분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면서 심각한 문제를 유발하는 질병이다. 이 두 가지 급성합병증 외에 흔치 않지만 체내 당질대사 이상으로 젖산이 과다하게 쌓여 환자가 위험한 상태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이 밖에 혈당 수치가 너무 내려가서 문제가 되는 저혈당증도 있다. 저혈당증 환자들은 온몸이 떨리고, 기운이 없으며, 심장이 뛰고, 입술 주위나 손끝이 저려오는 증상을 경험한다. 이러한 급성 당뇨합병증은 방치하면 위험한 상태에 이르지만, 철저하게 관리하면 100% 예방 또는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다.
눈, 콩팥, 신경, 혈관 노리는 당뇨병 만성합병증
당뇨병 합병증의 또 다른 형태인 만성합병증은 전신에 생긴다. 대표적인 만성합병증의 하나인 당뇨병 망막병증은 실명(失明)의 원인이 된다. 이 외에도 당뇨병환자는 백내장, 녹내장의 발생빈도가 높기 때문에 시력이 저하되기 쉽다. 한편 당뇨병 신경합병증은 신경이 지배하는 모든 부위에 발생한다. 예를 들어 발바닥을 담당하는 신경에 합병증이 오면 발바닥이 저릿저릿하고 화끈거리는 증상이 생기거나 아예 감각이 없어지는 경우도 있다. 또 발기가 잘 되지 않는 발기부전, 정액이 요도를 통해 밖으로 나오지 않고 거꾸로 방광으로 들어가는 역행성 사정 같은 성기능장애가 나타나기도 한다. 그 밖에 소변이나 대변을 참지 못하는 요실금, 대변실금이 동반되고 변비, 설사, 구토 증상도 나타나는데, 이는 모두 자율신경계의 신경합병증에 의한 것이다.
당뇨병 족부병변이라 하는 당뇨병 발은 발과 발가락에 염증, 궤양, 괴사가 일어나는 상태를 말한다. 일반인은 오랜 시간 고된 삽질을 하고 나서야 손바닥에 물집이 생기고, 새 구두를 신을 경우 발뒤꿈치가 벗겨지는 고통을 경험한다. 그러나 당뇨병 환자들은 대수롭지 않은 삽질이나 단지 오래 서 있는 것만으로도 물집이 생긴다. 이러한 만성합병증은 작은 혈관들이 좁아지거나 막히면서 생기는 증상으로, 작은 혈관에 문제가 생겨 생기는 질환이라는 의미에서 미세혈관 합병증이라 한다. 이 밖에 중간 크기 이상의 혈관이 좁아져서 발생하는 동맥경화증도 흔히 볼 수 있는 만성합병증이다. 심장의 관상동맥이 좁아지면 관상동맥경화증이 나타나는데 이는 협심증, 심근경색증, 부정맥을 일으켜 돌연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동맥경화증으로 뇌혈관이 좁아지면 뇌졸중(중풍)에 걸릴 위험이 높고, 하지(下肢) 동맥이 좁아지면 걷기만 해도 장딴지가 아파 보행 장애를 겪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