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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맥경화증의 주범, 대혈관 합병증을 잡아라

동맥경화증의 주범, 대혈관 합병증을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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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맥경화증의 주범, 대혈관 합병증을 잡아라
작은 상처로 다리 잃을 수도

60대 초반의 자영업자 강모씨. 오른쪽 발이 시커멓게 썩어간다며 병원을 방문했다. 한 달 전 공중목욕탕에 갔다가 발뒤꿈치를 살짝 긁힌 것이 화근이었다. 별반 아프지도 않고 큰 상처도 아니어서 약만 바르고 내버려두었다. 잠시 잊고 지내다 어느 날 문득 발을 본 강씨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상처 부위가 점점 넓어지고 색깔이 검어지는 등 살이 썩어가는 증상(괴저)이 나타난 것이다. 급히 병원을 찾았지만 발에 난 상처는 이미 상태가 나빠질 대로 나빠져 있었다.

강씨가 당뇨병 진단을 받은 시점은 이미 20여 년 전. 10년 전부터는 혈당 조절을 위해 인슐린을 쓰고 있고, 고혈압 치료제까지 함께 복용해왔다. 평소 조금만 걸어도 종아리가 땅기고 아팠지만 병원을 찾지 않았다. ‘혈당조절만 열심히 하면 됐지’ 하고 방심한 탓에 상처가 나기 전부터 그의 다리는 이미 종아리 부위 동맥의 일부가 막혀 있었던 터였다. 시술로 막힌 부위를 회복시켰으나, 이미 썩어 들어간 오른쪽 발목은 절단해야 했다.

동맥경화란 말 그대로 동맥이 딱딱해진다는 뜻이다. 혈관의 안쪽을 둘러싸고 있는 세포에 지방이 많이 쌓여 혈관 통로가 좁아지거나 막히는 증상, 질병을 말한다. 동맥경화증의 원인은 여러 가지인데 육류를 많이 섭취하는 서구식 식생활에 따른 비만, 고지혈증, 고혈압, 흡연 그리고 당뇨병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이런 요인들은 혈관 세포에 이상 반응을 일으키게 하고 세포내에 많은 지방을 쌓이게 한다. 동맥경화증은 특히 당뇨병 환자에게 잘 나타난다. 따라서 당뇨병을 겪고 있다면 동맥경화증의 합병증에 대해 관심을 갖고 예방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혈관은 우리 몸 구석구석, 모든 장기에 퍼져 있다. 그러나 증상은 크게 세 군데에서 나타난다. 그래서 동맥경화는 나타나는 곳에 따라 3 종류로 나뉜다. 뇌혈관, 심장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해주는 관상동맥이 경화되는 증상과 강씨처럼 다리 혈관이 좁아져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뇌혈관에 동맥경화가 심해지면 뇌졸중으로 갑자기 입이 돌아가거나 한쪽 팔, 다리가 마비되는 증상이 나타난다. 심장의 관상동맥에 문제가 생기면 운동이나 흥분 상태에서 가슴에 통증이 오는 협심증, 심근경색, 심지어 급사로 이어질 수 있다. 다리의 혈관이 좁아지면 파행(claudication, 일정 거리를 걷게 되면 하체 쪽으로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종아리 부위에 통증을 느끼는 증상) 혹은 상처가 잘 아물지 않는 증상이 나타난다.



당뇨 환자들에게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세 번째 경우다. 당뇨 환자는 다리의 감각이 떨어지기 쉽다. 그래서 상처가 크게 번져도 아픔을 잘 느끼지 못할뿐더러 나이가 많을수록 감각은 더 떨어진다. 가벼운 상처는 아예 모르고 지나가기도 다반사다. 당뇨병이 있으면 혈관 질환이 생길 확률이 더 높아지므로 당뇨 환자들은 필히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

동맥경화증의 증상이 다양하듯 동맥경화증을 방치해 나타나는 최악의 상황 또한 다양하다. 당뇨병 환자들에게 이런 끔찍한 결과에 대해 설명을 해도 대부분 설마설마 하며 자신의 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나 동맥경화증의 합병증으로 입원해 치료를 받는 당뇨환자가 생각보다 많다. 심지어 뇌혈관 동맥경화증으로 몸의 일부가 마비되거나 생명과 직결된 부위가 막혀 생사의 갈림길에 서는 경우도 결코 드물지 않다. 협심증과 급성 심근경색으로 하루에도 수십명이 응급실을 찾고, 막힌 부위를 뚫어주는 수술을 받거나 가슴을 열어 직접 관상동맥에 다른 혈관을 잇는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그나마 치료를 받고 회복될 수 있다면 다행이다. 당뇨병 환자들은 관상동맥이 매우 좁아지더라도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손도 써보지 못한 채 급사에 이를 수 있다. 다리 혈관의 동맥경화로 다리의 일부를 영영 잃는 안타까운 일을 겪기도 한다. 실제로 미국의 통계에 따르면 외상을 제외한 하지 절단 수술 사례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당뇨병에 의한 말초혈관의 동맥경화증이라는 보고도 있다. 결국 이러한 모든 합병증의 종말은 환자의 삶에 엄청난 손실을 가져오게 되며, 당뇨병 환자의 가장 흔한 사망 원인이 되고 있다.

동맥경화를 예방하려면 환자 자신이 사소한 증상도 소홀히 하지 않고 꼼꼼히 봐뒀다가 이상이 발견되면 바로 병원을 찾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당뇨병이 있다면 더욱 주의해야 한다. 당뇨병 진단을 받을 때부터 이미 동맥경화증이 상당히 진행되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당뇨병과 함께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등 다른 만성질환을 함께 갖고 있는 경우도 흔하다. 이미 동맥경화증이 상당히 진행됐더라도 특별한 증상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신체 일부분이 마비되거나 심장마비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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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열 교수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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