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호

놓쳐선 안 될 당뇨병성 자율신경병증

  • 차봉연 교수 가톨릭대 의대 강남성모병원 내분비-대사학 내과학교실

    입력2006-06-16 15:04: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놓쳐선 안 될 당뇨병성 자율신경병증
    당뇨병 말기, 무너지는 자율신경계

    10년 넘게 당뇨병을 앓아온 53세의 주부 김모씨는 얼마 전부터 앉았다 일어나기만 하면 머리가 핑 도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어려서부터 빈혈기가 조금 있던 그였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약국에서 빈혈약을 구입해 먹는 정도로 치료를 대신하고 있었다. 빈혈의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두통도 심해질 무렵, 고교동창생 모임에서 급기야 실신하고 말았다. 병원으로 긴급히 호송되어 진찰을 받은 김씨의 증상은 당뇨병으로 인한 기립성 저혈압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이름도 어려운 이 질환의 정체가 도대체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자율신경은 우리 몸의 구석구석에 퍼져 있으며 주로 내부 장기의 기능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당뇨병으로 인해 자율신경계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자율신경병증은 피부에서부터 시작해 위장관계, 비뇨생식계, 심혈관계 등 우리 몸의 모든 부위에서 생길 수 있고 그만큼 증상도 다양하다. 당뇨병성 자율신경병증이 있는 경우 심근경색증이나 심장 부정맥, 뇌졸중, 신증 등으로 인해 사망할 위험이 그만큼 높아진다. 가장 중요한 유발인자로는 불량한 혈당 조절, 오랜 당뇨병 유병 기간, 고령, 여성, 비만 등이 있지만 철저한 혈당 조절이 당뇨병성 신경병증의 발생이나 진행을 늦추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인정받고 있다. 자율신경병증은 전형적으로 당뇨병 말기에 발생하며 일반적으로 다양한 말초신경병증을 동반한다.

    당뇨병 환자에게 이러한 신경병증이 발생하는 원인은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신경섬유에 산소와 양분을 공급하는 모세혈관이 망가졌기 때문으로 보는 견해도 있고, 망막이나 신장에서처럼 높은 혈당으로 인해 신경 세포에 좋지 않은 물질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최근에는 유해산소가 직접 손상을 끼친다는 보고도 있었으며, 특정한 지방산이 결핍되어 이런 신경병증이 발생한다는 보고도 있었다.

    자율신경 손상이 몸속 장기 골병 들인다



    자율신경계가 손상되면 그 영향을 받는 몸속의 수많은 장기에서 갖가지 증상이 나타난다. 일부 자율신경계의 이상은 본인이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진행된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심혈관계 자율신경병증, 기립성 저혈압, 위장관계 자율신경병증이 있다.

    심혈관계 자율신경병증 : 자율신경병증의 대표적인 증상으로 심박수 조절과 혈관 운동의 장애를 일으킨다. 초기에는 심호흡 혹은 운동할 때 나타나는 정상적인 맥박수 증가의 변동 현상이 사라진다. 운동할 때 심장 박동수가 증가하지 않고 일정하다면 오히려 치명적인 부정맥의 위험성이 커진다. 그 외에 밤에 혈압이 오르고 이른 아침에 혈압이 떨어져 이로 인해 기립성 저혈압의 빈도가 높아지며, 운동에 따른 심장 박동수의 증가가 없어 운동능력이 떨어진다. 이런 경우 통증이 없어 병원을 찾지 않는데다 위급한 경우 응급치료가 되지 않아 심근경색증 후 사망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립성 저혈압 : 일어났을 때 수축기 혈압이 30mmHg이상 감소하는 것을 말하며 환자가 어지러움, 무기력감, 시력장애, 두통을 호소하거나 심하면 의식을 잃는다. 이는 누웠다가 일어났을 때 생기는 혈압 변화에 대해 혈관의 수축능력이 떨어지고, 심장의 반응 능력이 떨어져 발생한다. 환자가 몸속 수분이 모자라는 탈수현상을 일으키거나 기립성 저혈압을 일으킬 수 있는 약물을 복용했을 경우 증상이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

    체크

    당뇨병성 자율신경계 장애의 종류
    - 비정상적인 땀의 분비 : 특히 음식을 먹은 후 상체에 심함
    - 심장과 혈관의 이상 : 기립성 저혈압(일어서면 어지럽다)
    - 위와 장의 운동 이상 : 메스꺼움 및 구토, 상복부 통증, 당뇨병성 설사, 변비 등
    - 방광의 신경이상 : 배뇨 장애, 요실금
    - 성기능 이상 : 발기부전, 역행사정
    - 신경증에 의한 부종 : 혈관의 수축과 이완 조절 기능 손상
    - 관절 붕괴 : 관절을 유지하는 신경의 손상
    - 갑작스러운 죽음 : 심장마비



    놓쳐선 안 될 당뇨병성 자율신경병증

    당뇨 환자에게 있어 혈압 관리는 혈당 관리만큼 중요하다.

    기립성 저혈압이 있는 환자는 식사를 하거나 인슐린 주사를 맞고 10~15분경에 갑자기 저혈압이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증상이 저혈당 때의 증상과 유사해서 인슐린에 의한 저혈당으로 잘못 진단되는 사례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위장관계 자율신경병증 : 소화를 담당하는 위와 장운동을 조절하는 것도 자율신경계의 영향을 받는다. 당뇨병성 자율신경병증에 걸리면 위산 분비는 줄고 위장관 운동이 마비되어 위무력증이 생긴다. 위무력증은 당뇨병 환자의 25%에서 발견되는데 증상으로는 조기 포만감, 구토, 복부 팽만감, 복부 위쪽(상복부) 통증 및 식욕 저하 등을 수반한다.

    특징적으로는 구토할 경우 며칠 전에 먹은 것이 소화되지 않고 그대로 나오기도 한다. 증상은 수일에서 심하면 수개월 동안 지속된다. 장운동 또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세균이 과도하게 번식하거나 담즙이 잘 흡수되지 못해 설사를 한다. 반대로 변비에 시달리기도 하는데, 종종 변비와 설사 증상이 번갈아 나타난다.

    땀, 피부, 음경 등의 문제 : 이 밖에도 땀이 지나치게 많이 나거나 적게 날 수 있다. 보통은 음식을 먹고 난 후 특히 상반신에만 많은 양의 땀이 난다. 여름철에는 땀띠로 고생하고, 사회생활에 불편을 겪을 정도로 그 증상이 심각한 경우도 있다. 반대로 땀이 너무 적게 나면 피부가 건조해지는데, 흔히 발에서 나타난다. 건조한 발은 쉽게 갈라지고 세균이 들어와 곪기 쉽다. 음경의 발기와 사정에도 자율신경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발기는 음경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의 상태나 환자가 먹고 있는 여러 약물 그리고 심리적인 요인에 모두 영향을 받으므로 자율신경계의 이상뿐 아니라 다른 원인들도 자세히 검사해볼 필요가 있다.

    문제 부위별 치료 함께 해야

    심혈관계 자율신경병증은 심호흡할 때, 운동할 때 심장 박동수 변화를 관찰하거나 누웠다 일어날 때(기립시) 심장 박동수의 증가 등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외에도 24시간 심장 박동수 변화를 관찰하거나 핵의학 검사로 심장을 촬영하는 방법도 사용된다.

    이런 검사들은 제1형 당뇨병의 경우 진단을 받고 5년 이후부터, 제2형 당뇨병의 경우 진단 직후 해마다 받는 것이 좋다. 치료는 초기에 혈당 조절을 철저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그 외 혈압약제가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겨져 이와 관련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누웠다가 일어설 때 현기증을 느끼는 기립성 저혈압은 환자의 혈압을 측정하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평소의 혈압은 높이지 않고 기립시의 혈압만 높여야 하기 때문에 치료가 쉽지 않다. 우선 보조적인 방법으로 고탄력 스타킹을 신거나 천천히 일어나도록 하며 뜨거운 물 목욕을 삼가고 인슐린을 맞을 때는 누워서 맞도록 한다.

    당뇨병 환자의 위운동 장애 여부를 진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아직 표준화된 검사 방법이 없어 테스트 음식의 구성, 양, 검사시간 등을 고려해야 한다. 환자의 이전 질환에 대한 평가와 신체적 관찰도 필요하다.

    당뇨병성 위무력증의 치료도 혈당을 철저하게 조절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증상이 심하면 금식하는 것이 좋으며 지방과 섬유소 함유량이 적은 식사를 조금씩 자주 하도록 한다. 또한 자극성 변비치료제는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발기부전의 치료는 1차적으로 먹는 약제를 사용한다. 이 외에도 혈관확장제를 음경에 직접 주사하거나 요도에 주입할 수 있고, 음압을 이용해 발기시키거나 혈액유출을 억제시키는 보조기구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치료에 반응이 없는 환자들은 음경보철을 심을 수도 있다.

    車奉燕
    현재 가톨릭대 의대 강남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과장, 임상시험심사위원회 위원장, 대한당뇨병학회 교육이사로 활동 중이다. ‘인슐린 저항성 기전 규명’을 주연구로 미국 앨라배마주 버밍햄 앨라배마주립대학 해외연수를 다녀온 바 있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