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호

눈앞이 캄캄…당뇨병 환자 시력 챙기기

  • 김재택 교수 중앙대 의대 내분비-대사내과

    입력2006-06-16 15:10: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눈앞이 캄캄…당뇨병 환자 시력 챙기기
    눈 흐리고 검은 점 보이면 ‘당뇨병성 망막증’ 의심

    세종실록에 따르면 세종은 비만한 체격에 갈증을 자주 느껴 물을 많이 마셨다고 한다. 또한 30대 중반부터 두 눈이 흐릿해 어두운 곳은 지팡이 없이 걷기 어려웠고, 46세에는 세자에게 나랏일을 맡기려 할 만큼 증상이 심해졌다고 전한다. 숙종도 안질로 고통의 세월을 보냈다. 50대에는 글씨를 제대로 보기 어려웠고 나중에는 새로 간택된 왕세자빈의 얼굴도 알아보지 못했다고 한다. 천하를 호령했던 나랏님들도 꼼짝 못한 눈 질환, 현대 의학 지식으로 미뤄 짐작했을 때 두 임금의 안질환은 바로 당뇨병 합병증으로 여겨진다. 당뇨병 환자들의 앞을 캄캄하게 만드는 당뇨병성 눈 합병증, 조금만 더 신경을 쓰면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다.

    당뇨병은 단순히 혈당 농도만 올라가는 병이 아니다. 자동차에 휘발유가 넘쳐 새면 차가 고장이 나듯 혈액내의 포도당 수치가 올라가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혈액이 닿는 모든 곳에 문제가 생긴다. 눈 또한 마찬가지다. 당뇨병 환자들이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눈 합병증이다. 심하면 실명을 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안구 속 압력이 지나치게 올라가서 나타나는 녹내장, 수정체가 흐려지는 백내장, 앞이 흐릿하게 보이고 검은 점들이 나타나는 당뇨병성 망막증을 주의해야 한다.

    이 중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이 바로 ‘당뇨병성 망막증’이다. 망막은 눈의 뒤쪽에서 스크린처럼 빛을 받아들여 바라본 사물에 대한 정보를 뇌로 보내준다. 그런데 당뇨병을 앓게 되면 높아진 혈당이 망막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에 고장을 일으키기 쉽다. 망막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이 손상돼 혈관 내용물이 새어 나오면서 망막을 가리면 사물이 흐릿하게 보이는 ‘당뇨병성 망막증’이 나타난다. 이때 망가진 망막 혈관을 보완하기 위해 새로운 혈관들이 옆으로 자라난다. 그러나 이 혈관들은 매우 약해 쉽게 터지고 피가 새어 나온다. 새어 나온 피가 빛을 가리면 눈앞에 검은 반점들이 아른아른 나타난다. 이렇게 눈 안에 상처가 지속되면 아예 망막이 눈에서 떨어져 나가는 등 심각한 상황에 이를 수 있다.

    실제로 당뇨병 환자의 절반 정도는 당뇨병성 망막증을 조금씩이라도 가지고 있다. 게다가 당뇨병을 오래 앓을수록 망막증이 나타날 확률도 높아진다. 미국의 한 조사에서도 당뇨병성 망막증은 20세 이상 성인의 가장 큰 실명 원인으로 지목된 바 있다. 실제로 제1형 당뇨병 환자의 86%, 제2형 당뇨병 환자 3명 중 1명이 당뇨병성 망막증으로 시력을 잃는 게 현실이다.



    혈당 관리와 눈 정기검진으로 예방

    눈앞이 캄캄…당뇨병 환자 시력 챙기기

    정상인의 눈으로 본 모습(왼쪽)과 당뇨성 망막증 환자의 눈으로 본 모습.

    아무리 좋은 치료법이 있다 한들 그 질환에 걸리지 않은 것만 못하다. 어떤 질환이든 예방이 최선의 치료법이다. 당뇨병성 망막증의 경우, 한번 나타나면 완치가 어려워 더욱 예방이 중요하다. 1998년 영국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제2형 당뇨병 환자 가운데 적극적으로 혈당을 조절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합병증이 25%까지 줄어들었다. 망막증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역시 34% 줄었고, 혈압이 10(수축기)-5(이완기)mmHg씩 감소하자 시력의 악화 위험도 47% 줄었다.

    따라서 망막증 예방법의 기본은 바로 혈당 조절이다. 고혈압과 고지혈증이 있다면 이에 대한 치료 또한 병행해야 한다. 정기적으로 안과 검진을 받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당장 증상이 없어도 최소한 1년에 한 번꼴로 안과 의사를 만나도록 하자. 만약 이틀 이상 눈앞이 어른거리거나 군데군데가 검게 보일 때, 눈앞에 거미줄이 쳐진 것 같고 불이 번쩍거릴 때, 갑자기 시력이 떨어진 경우에는 당장 병원을 찾아야 한다.

    안과에 오면 우선 검안경을 이용한 검사, 안저 검사를 받는다. 검진 후 망막증으로 확인되면 형광혈관조영술이나 초음파 검사 같은 정밀 검사를 받게 된다. 당뇨병성 망막증 환자는 정도에 따라 보통 3~6개월 간격으로 정기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초기에는 혈당을 잘 조절하고 보조적으로 약을 복용하는 방법으로 치료를 한다. 증상이 조금 더 심각하다면 레이저의 도움을 받는다. 레이저 치료는 망막의 부기를 가라앉히며 새로 생긴 약한 혈관을 없애고 문제를 일으킬 만한 혈관이 더 자라나지 않도록 하는 치료법이다. 결과에 따라 몇 차례 더 레이저 치료를 받는데, 치료 시기가 빠를수록 시력 회복의 효과도 좋다. 그러나 망막증이 매우 심하다면 눈 속에 피가 새어 나온 부분을 없애고 떨어진 망막을 붙이는 수술을 해야 한다.

    옛말에 ‘몸 천냥에 눈이 구백냥’이라고 했다. 당장 보는 데 큰 지장이 없다고 구백냥짜리 눈을 소홀히 했다간 시력을 잃는 불상사를 맞을 수 있다. 따라서 평소 철저하게 혈당, 혈압, 혈중 콜레스테롤을 조절하면서 망막증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하는 방어책이 필요하다. 안과 정기 검진으로 망막증을 일찍 발견하면 레이저 치료 등 시력을 회복할 방법이 있으므로 검진과 치료를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金在澤
    현재 중앙대 의대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대한내과학회, 대한당뇨병학회 학술위원·간행위원, 대한내분비학회 회원, 대한생화학분자생물학회 회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2002년, 2004년 대한당뇨병학회 연구비 수상 및 2005 한국학술진흥재단 신진교수 연구비 수상 경력이 있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