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5월호

왼손 예찬

  •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입력2007-05-02 16: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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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손 예찬

    왼손잡이인 이승엽 선수.

    요즘 스포츠계에서 ‘사우스포(southpaw)’라 불리는 왼손잡이 선수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통산 734홈런으로 현존 최고의 홈런타자인 미국 메이저리그의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대표적인 왼손잡이다. 일본에서 활동하는 아시아 홈런왕 이승엽도 왼손잡이다.

    최근 호주 국립대 닉 처뷰인 박사는 왼손잡이에 대한 과학적인 설명을 내놓았다. 왼손잡이는 어떤 일을 처리할 때 우뇌와 좌뇌가 모두 활발하게 움직인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왼손잡이 20명과 오른손잡이 80명에게 십자가 좌우로 하얀빛을 볼 때마다 버튼을 누르게 해 반응시간을 측정하고, 왼쪽과 오른쪽 화면에서 같은 글자를 찾게 해 얼마나 빨리 맞히는지 테스트했다.

    이 두 가지 테스트에서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보다 성적이 월등히 좋았다. 특히 뇌의 양쪽 반구를 모두 사용해야 하는 두 번째 테스트에서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에 비해 평균 0.043초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처뷰인 박사는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보다 뇌 사이의 연결이 빨라 그만큼 정보전달 속도가 빠르다고 설명했다. 컴퓨터 게임이나 운전, 스포츠 등 복잡한 정보를 처리해야 하는 분야에서 왼손잡이가 유리하다는 것.

    한편 진화생물학자들은 적자생존 측면에서 왼손잡이가 유리하다고 설명한다. 옛날 사람들이 1대 1로 싸울 때 왼손잡이는 오른손잡이가 생각지 못하는 허점을 노려 기습 공격해 우위에 설 수 있었고 이 때문에 진화 과정에서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이를 ‘왼손잡이 싸움 가설’이라고 한다. 상대와 1대 1로 겨루는 테니스, 크리켓, 권투, 야구 같은 종목에서 왼손잡이가 두각을 나타내는 현상도 이 가설로 설명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 양손잡이 ‘애호가’도 등장했다. 이들은 양손을 두루 쓰는 것이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왼손을 관장하는 우뇌와 오른을 관장하는 좌뇌는 서로 독립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양쪽 뇌를 연결하는 뇌의 다리(腦梁)를 통해 끊임없이 정보를 교환하기 때문에 한쪽 뇌만 쓰는 것보다는 양쪽 뇌를 골고루 사용하는 것이 좋다.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를 결정하는 요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부모가 모두 오른손잡이면 자녀가 왼손잡이인 경우가 드문 반면 부모 모두 왼손잡이면 자녀도 왼손잡이가 많다는 점으로 미뤄 왼손잡이가 유전된다는 학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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