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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김광화의 사람 공부, 이웃 이야기 5

“이곳은 동심과 호기심에 가득 찬 어른들이 사는 마을”

  • 김광화 농부 flowingsky@naver.com

“이곳은 동심과 호기심에 가득 찬 어른들이 사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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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동심과 호기심에 가득 찬 어른들이 사는 마을”

아버지가 만든 투박한 활. 활시위를 당기는 채연이 눈은 오직 목표물을 맞히고자 하는 일념으로 빛이 난다.

한마을에서 사람끼리 어울리다보면 이러저러한 일로 때로는 부딪치기도 하지만 아이를 낳는 뜻 깊은 일에는 모두가 마음을 모은다. 채연이가 그렇게 우리 곁에 온 이후에 여러 아이가 집에서 태어났다.

아이가 자라는 과정에도 이웃이 함께 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아이들은 이웃집을 가도 마치 제 집처럼 지내곤 한다. 엄마에 따라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아이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밥때가 되면 자기 식구처럼 함께 먹는다. 어느 때는 아이 생일이 동네잔치가 된다.

얼마 전에는 정수 생일이었다. 정수는 아홉 살, 남자 아이다. 산골 동네라 아이들 생일이라면 자연스럽게 마을에 소문이 돈다. 나도 정수 생일에 은근슬쩍 끼고 싶었다. 정수가 우리 집에 온 김에,

“정수야, 네 생일에 아저씨도 가도 되니?”

정수는 빤히 쳐다보면서 대답에 망설임이 없다.



“네!”

그런데 조금 있다가 밖에서 들어온 우리 큰아이도 정수를 보더니 같은 걸 묻는다. 아이야 다 좋다 그런다. 그렇지만 정수 어머니는 아무래도 부담스러울 것 같아 정수에게 엄마 의견을 물어보라 했다.

정수 생일날 집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데 정수네서 전화가 왔다. 얼른 오라고. 아내는 이걸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 땅콩을 한 솥 삶아놓았단다. 생일 부조 삼아 그걸 한 봉지 들고 정수네로 올라갔다. 정수네 거실이 사람으로 그득하다. 아이만 아홉에 어른도 일곱이나 된다. 아이들은 저네들끼리 선물을 주고받았고 음식도 거의 다 먹어간다. 정수네서 떡과 김밥을 했고, 채연이네서 케이크를 구워왔다.

음식을 배불리 먹은 아이들은 논다고 밖으로 우르르 나가고 어른들은 남은 음식을 먹으며 오랜만에 수다를 떨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어울려 노는 게 좋다. 밖에서 한참을 놀고 들어온 아이들은 남은 음식을 마저 다 먹는다. 메뚜기떼가 따로 없다. 어른들 생일은 소리 없이 지나가기 일쑤인데 아이들 생일은 이렇게 떠들썩하다. 우리가 어릴 때는 생일인지도 모르고 지나치곤 했는데 세월이 많이 변했다. 요즘 아이들이 부럽다.

집중과 확신, 그리고 당당함

이곳 아이들은 어찌 놀까. 내 어린 시절 놀이에는 성별이 뚜렷했다. 남자아이들 놀이와 여자아이들 놀이가 달랐다. 남자들은 기마전, 말뚝박기, 땅따먹기…. 여자들은 고무줄놀이, 공기놀이, 소꿉놀이…. 행여나 남자아이가 무얼 모르고 공기놀이를 하고 있다면 놀림을 받았다. 남자애는 여자애들 근처에 가지 않았고, 여자애는 남자애들을 무서워했다.

그러나 여기 아이들은 성 구별이 거의 없다. 온갖 놀이를 함께 한다. 계곡을 누비며 가재를 잡고, 마당에서 편을 나누어 축구를 한다. 드라마 ‘주몽’을 볼 때는 활쏘기 놀이에 푹 빠졌다. 활 쏘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멋있다. 직접 쏘아보는 맛은 더 좋다. 쏜 화살이 과녁에 꽂힐 때는 온몸이 짜릿하다.

활을 만들자면 탄력이 좋은 대나무가 필요하다. 현빈이네 집 뒤에는 대숲이 있다. 현빈이는 자연스럽게 대나무를 이용한 다양한 놀이기구를 만든다. 낚싯대를 만들어 계곡에서 물고기를 잡기도 하고, 창을 만들어 전쟁놀이도 즐긴다.

채연이는 오빠 현빈이와 어울리면서 뭐든 따라 한다. 현빈이가 사냥놀이를 즐기니 덩달아 활쏘기도 좋아한다. 현빈이네 마당에 과녁이 있고 그 곁에 활과 화살통이 있다. 활도 어른 것과 아이 것 해서 서너 가지나 된다. 아이들이 우르르 모이고 누군가 활을 들면 서로 쏘아보고자 한다. 그러나 활을 쏘자면 차례가 꼭 필요하다. 누군가 활을 쏠 때는 과녁 가까이에 있어서는 안 된다. 줄을 서서 차례차례. 너 한번 나 한번 쟤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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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화 농부 flowing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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