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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짝뽕짝 가요계 ‘트로트 르네상스’ 다시 보기

서민, 성인, 지방 ‘코드’로 끈질긴 이별통지

  • 신현준 대중음악 평론가 homey81@gmail.com

뽕짝뽕짝 가요계 ‘트로트 르네상스’ 다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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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짝뽕짝 가요계 ‘트로트 르네상스’ 다시 보기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 T도 트로트곡 ‘로꾸거’를 발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 밖에 바나나의 ‘검정 고무신’, 아이리스의 ‘남자는 사랑을 몰라요’도 넓게 보아 트로트 르네상스 흐름의 하나다. SM 엔터테인먼트산(産) 아이돌 그룹인 슈퍼주니어 T가 트로트곡 ‘로꾸거’를 발표한 것은 ‘현재의 대세는 트로트’라는 사실을 결정적으로 확인해주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사실이 있다. 현재의 트로트 리바이벌 현상이 자연스러운 결과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트로트 스타가 탄생하게 된 데는 가수나 작곡가의 활약도 중요했겠지만, 장윤정과 박현빈이 소속된 인우 엔터테인먼트(대표 홍익선)의 체계적 전략이 주효했다. 인우 엔터테인먼트에 대해 ‘트로트계의 SM 엔터테인먼트’라는 별명이 붙은 것은 트로트계에서도 ‘매니지먼트의 혁신’이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정통인가, 이단인가

박주희의 ‘럭키’는 설운도가 작사와 작곡을, ‘자기야’는 이루(태진아의 아들)가 작사를, 태진아가 작곡을 맡은 것을 보면 기성 트로트계의 후원이 작용했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이제는 트로트도 자연발생적인 흐름에 의탁해서는 성공하기 힘들고 체계적인 기획과 마케팅이 필요하며, 다른 장르와 마찬가지로 ‘젊은 스타’의 중요성이 커진 것이다.

인우 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한 트로트 기획사의 성공은 문화적 담론뿐만 아니라 경제적 담론도 낳고 있다. 요약하자면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이른바 블루오션 전략이다. 이 전략은 음악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여타의 산업 전반에도 적용되는 전략으로 경제전문지의 관심을 불러 모았다.



그런데 신세대 트로트가 기성 트로트를 계승해 진정한 트로트의 부활을 가져오고 있는지, 아니면 기성의 트로트와 단절하고 제3의 무엇을 만들어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세미 트로트’ ‘네오 트로트’ ‘퓨전 트로트’ 같은 신조어가 탄생하는 것도 ‘연속과 단절’이라는 양면적 현상을 동시에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즉 21세기 초의 트로트 리바이벌은 ‘트로트의 정통성’에 대한 논란을 동반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세대 트로트가 여타 장르와 복합되면서 트로트 고유의 특징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는 어떨까. 최근 인기 있는 트로트곡을 들어보면 ‘뽕 짝 뽕 짝 뽕 짜자 뽕 짝’ 하는 트로트 특유의 리듬 패턴을 가지고 있지 않다. 게다가 멜로디 라인이 트로트 특유의 음계라고 알려진 음계(쉽게 말하면 5음계)를 충실히 따르지도 않는다. 마지막으로 정통 트로트에는 선명하지 않은 후렴구(정식 용어로는 ‘코러스’이고 업계 용어로는 ‘싸비’)가 강조되는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이에 대해 장윤정의 ‘어머나’, LPG의 ‘캉캉’, 뚜띠의 ‘짝짝짝’을 작곡한 윤명선은 “이들의 노래는 사실 트로트가 아니라 가요다. 가요 속으로 트로트가 자연스레 녹아들어가고 있다. 트로트의 활성화가 아니라 가요시장의 다양화이며 음악적 발전이 이뤄진다면 이 시장은 점점 커질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트로트가 가요와 다르다는 그의 말은 혼란스럽지만, 자신이 만든 곡들이 트로트의 주요 소비층을 넘어 폭넓게 소비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05년 이후 ‘10대용 음악’과 ‘성인 음악’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트로트가 다시 주류로 진입했다는 사실은 누구나 인정할 수 있다.

최근 주류로 진입한 신세대 트로트에 대해 ‘정통 트로트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다. 이제까지 트로트가 통속적이고 저급하다는 편견 아래 그리 존중받지 못한 점을 고려한다면, 이제 와서 ‘정통’을 주장하는 게 다소 우스워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흔히 ‘정통 트로트’라고 간주하는, 1970~80년대에 발표돼 인기를 누린 트로트곡들도 위의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정통 트로트’라고 부르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일례로 트로트 ‘4대 천왕’ 가운데 한 명인 설운도의 히트곡 ‘다함께 차차차’나 ‘삼바의 여인’은 정통 트로트라기보다는 ‘퓨전 트로트의 선구자’라고 해야 정확할 것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 1970년대 후반 그룹사운드 출신의 가수들이 약속이나 한 듯 트로트를 불러서 히트한 적이 있다. 최헌의 ‘오동잎’,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최병걸의 ‘난 정말 몰랐었네’, 윤수일의 ‘사랑만은 않겠어요’ 등을 기억한다면 당시에 이 노래들을 ‘트로트 고고’라고 불렀다는 사실도 기억할 것이다. 역시 ‘퓨전 트로트’로 간주할 수 있는 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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