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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들의 공부법

이익훈이 제안하는 ‘FTA시대 영어공부’

‘밥 사먹는 영어’에서 ‘밥 벌어먹는 영어’로 올라서려면?

이익훈이 제안하는 ‘FTA시대 영어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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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훈이 제안하는 ‘FTA시대 영어공부’

최근 토플 시험에 ‘스피킹’ 항목이 추가되며 한국 수험생들의 점수하락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런 과정 없이 할 말을 오직 머릿속에서 한국어로 생각한 다음 영어로 변환하다보면 시간도 오래 잡아먹을 뿐 아니라 아주 기본적인 곳에서 틀릴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를 뜻하는 ‘in most cases’ 같은 말은 약간의 연습만 거치면 자동적으로 튀어나오는 어구일 텐데, 이걸 평소에 쓰지 않다가 막상 말하려 하면 ‘in most case’라고 잘못 말하기 쉽다.

무턱대고 따라 하기에는 ‘섀도잉’(shadowing)이란 방법이 좋다. 카세트테이프건 비디오건 원어민의 말이 담긴 내용물을 구해 한 문장 단위로 끊어가면서 함께 읽어가는 방식이다. 처음에는 원어민이 한 문장을 이야기하면 일단정지(pause) 버튼을 누르고 따라 한 다음 다시 재생해야 하지만, 요령이 붙으면 그냥 틀어놓은 상태에서 보조를 맞출 수 있다.

섀도잉을 하다보면 미세한 차이를 실감할 수 있다. 예컨대 ‘I don’t know if it is a car’라는 문장을 말할 때 한국인은 열에 아홉이면 ‘아이 돈 노우’를 먼저 말하고 약간의 휴지기를 둔 다음 ‘이프 잇 이즈 어 카’라고 발음한다. 그러나 원어민의 연음행태를 들어보면 ‘아돈노이프’까지 말한 다음 ‘이디저 카’가 뒤따르는 수가 많다. 이런 식으로 전체적인 리듬을 따라가다보면 혀의 움직임도 매우 자연스러워진다. 따라 할 때는 가능한 한 입을 크게 벌리고 큰소리로 하는 것이 좋다. 혹자는 연기 연습하듯이 해야 한다고 하는데, 나도 100% 동의한다.

무의식 중에 문장이 튀어나올 정도로 웅얼웅얼 반복하다보면 정말 혀가 근질거릴 때가 있다. 그때는 콘텐츠를 만들고 스크립트를 만들어 이야기해보거나 기존의 콘텐츠를 외워서 말해보거나 하는, 좀더 심화된 연습을 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는 혼자 벽을 보고 연습하는 것보다는 뜻 맞는 동료들과 짝을 지어 연습하는 게 효과적이다. 말하기란 결국 ‘상대’와의 ‘상호작용’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굳이 네이티브 스피커를 찾을 까닭이 없다. 일단 스터디그룹을 만들고 말하기에 필요한 주제를 정한 다음 서로 준비한 내용을 말하고 그에 대한 보충 질문과 토론을 벌이는 시간을 갖는 게 유익하다. 준비해서 연습해본 문장은 머릿속에 오래 남는다.



새로운 차원의 교양 쌓기

주제를 정하지 않고 즉석에서 말을 꺼내는 방식은 서로 시간낭비일 뿐이다. 어느 정도 실력 있는 사람들이 원어민 회화 강사들과 영어이름 짓기와 안부 묻기, 혹은 ‘주말에 뭐하고 지냈니’ 같은 일상적 대화에만 매몰돼 말을 이어 나가는 장면을 자주 접하는데, 참으로 안타깝다. 그런 정도는 약간의 시간만 투자하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으로, 학습으로서는 별무효과다.

미국인과 대화가 안 되는 주요한 이유 중 하나는 말을 이어갈 수 있는 배경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고급 단계로 갈수록 영어권 국가의 역사, 문화, 시사상식 등이 대화의 수준을 결정하는데, 많은 학습자가 이 같은 지식을 쌓는 데 그다지 공을 들이지 않는다.

한국의 신문, 방송, 인터넷을 장식하는 머리기사는 대개 한국 내부의 사안, 특히 한국의 정치 상황을 전하는 것으로, 영어권 선진국들의 머리기사와는 많이 다르다. 그렇다고 매번 학생들이 이라크전쟁 소식을 영어로 접해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평범한 영미권 대학생이나 샐러리맨이 관심을 갖는 보편적 소재에 대해 너무 모른다면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뜻이다.

가령 몇 년 전부터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나 미국의 ‘타임’ 등에 자주 소개되는 ‘medical tourism’이란 단어를 보자. 책을 읽거나 현지인들과 대화할 때 이런 말 자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미국의 의료보험수가가 너무 비싸 환자들이 태국이나 인도 등 동남아의 외국인 전문병원으로 원정치료를 떠나는 것에서 비롯된 말이다. 치료비가 미국의 5분의 1, 심지어 10분의 1 수준이라 환자들이 계속 몰리고, 병원도 확장되는 추세다. 특히 진단과 예후가 비교적 정확한 수술의 경우 아시아 의사들의 솜씨가 좋기 때문에 환자들의 반응이 좋다.

단순히 ‘시사상식’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이런 단어들을 공부하면 국제화를 저절로 체화하게 된다. FTA시대에는 한국에서 딴 자격증으로 미국에 취업할 수 있는 전문직 비자 쿼터도 생길 수 있다. 먼저 의사, 변호사, 기술사, 회계사 같은 전문직 종사자들이 그 수혜를 챙길 가능성이 높은데, 그렇게 되면 의대에 진학하거나 편입해서 해외 진출을 노려보겠다는 동기가 일어날 수 있다. 경영대학원에 뜻이 있는 사람이라면 ‘장차 한국과 미국이 서비스시장 상호개방을 할 경우 한국에도 저런 식의 병원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때에 대비해 동남아 병원들의 대(對)미국 선진 마케팅 기법을 알아둬야겠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한국 의료계에서는 한미 FTA가 발효되면 원정 진료 혹은 미국이 투자하는 국내 병원들로 인해 한국 의료시장이 고사(枯死)할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이처럼 미국의 아시아 의료시장 수요도 크다는 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더 많은 기회를 선점하게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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