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장동 워커힐 아파트. ‘최고급’이란 수식어는 여전히 유효하다.
단지 옆 청담대교를 타면 분당으로, 영동대교를 타면 강남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으며, 지하철로는 논현, 반포, 고속터미널, 잠실, 테헤란로와 금방 연결된다.
스타시티의 탄생에는 건국대가 기여한 바 크다. 건국대는 2000년 지하철 7호선이 개통되자 건대입구역을 상업화가 가능한 다기능 지역으로 계획했다. 그러고는 지구단위계획변경으로 일반주거지역을 상업지역과 준주거지역으로 바꿨다.
광진구는 야구장 부지를 용도 변경해 주상복합을 짓게 해주고 구민회관 부지를 기부채납받아 광진문화예술회관으로 2005년 탈바꿈시켰다. 용도 변경된 부지 중 준주거지역 1만8000평에 스타시티가, 상업지역 7000평에 판매시설, 백화점이 들어오게 됐다. 나머지 땅은 도로와 구민회관 용지로 구에 기부채납됐다. 부동산대학원을 갖춘 건국대여서 이런 작업이 가능했는지도 모른다.
2003년 5월 분양된 스타시티는 당시 평당 분양가 1200만~1400만원인데도 7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강북 주상복합시대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 시행사인 건국대에 5000억원의 개발이득을 안겨줬을 뿐 아니라 광진구에도 새로운 주택 트렌드와 인프라를 마련해줬다.
4년이 지난 현재, 지난날 대학 상권이던 건대입구역 주변은 스타시티 입주로 ‘새 봄’을 맞고 있다. 타워팰리스에도 담지 못했던 백화점, 영화관, 전문식당가는 광진구의 명소가 되기에 손색이 없다. 건대입구역에서 남쪽으로 7호선 뚝섬유원지역까지 2km는 광진구의 대표 프로젝트인 ‘걷고 싶은 거리’로 조성된다. 7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라 어떤 모양으로 거듭날지 궁금하다.
아쉬운 점도 있다. 자양동 학군은 당장 같은 구의 광장동 학군에 비해 열세에 있다. 화양동 및 자양동 노후 주택가와 ‘먹자골목’을 낀 재래 상권, 만성 교통정체지역이 스타시티 주변을 감싸고 있는 사실이 그렇다. 또한 비슷한 규모의 강남 주상복합과 맞서기에는 유입인구의 소비수준과 경제환경에서 아직은 차이가 있다. 입주 때 평당 3000만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던 스타시티 시세도 부동산시장 전반의 침체와 함께 가라앉았다. 거래될 만한 평당 적정가격은 대형 평수로 2500만원대이며, 중형 평수는 2000만원대까지 밀려나 있다.
‘1970년대 타워팰리스’ 향취
아차산 언덕에 자리잡은 옛 선경종합건설이 지은 광장동 워커힐아파트. 1970~80년대 초 최고의 아파트로, 이른바 ‘1970년대의 타워팰리스’다. 당시 고관대작, 재력가들이 살던 최고급 주택이었으며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상류층의 맥은 이어진다.
워커힐아파트는 1978년 태릉 세계사격선수권대회 유치를 계기로 지어진 국내 최초의 ‘선수촌 아파트’로 12·13층, 14개동 576가구에 56·57·67·77평형으로 이뤄져 있다. 지금도 대형 평형이니, 당시에는 얼마나 큰 집으로 느껴졌을지 짐작이 간다. 준공 30주년을 앞뒀지만 방 5개, 화장실 2개 구조는 지금 봐도 안정감이 있다. 내부 평면 또한 직사각형에 남북향 앞뒤 발코니가 있어 채광과 환기에 부족한 점이 없고 수납공간인 창고도 2개가 있다. 최근 2억원가량을 들여 인테리어 위주로 개별 리모델링을 한 집들은 최신 주상복합아파트 실내보다 훨씬 낫다.
워커힐아파트의 또 다른 차별성은 단지를 둘러싼 광활한 자연에 있다. 아차산 자락에 위치한 아파트는 북쪽으로 산을 조망할 수 있고 남쪽으로 한강을 훤히 내려다본다. 일부 가구에서는 뻥 뚫린 하늘을 배경으로 앞과 뒤에 위치한 발코니를 통해 산과 강을 동시에 볼 수 있다. 그야말로 비경(秘境)이다.
알 만한 사람들은 한강 중에서도 ‘광장동 한강’이 가장 아름답다고 입을 모은다. 한강 상류에 위치한 탓에 한겨울이면 꽁꽁 얼어붙는 장면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광나루는 물길이 꺾이는 곳이라 운치를 더하고, 광진교 너머 올림픽대로의 야간 조명도 장관이다.
워커힐아파트 거실에서 바라보는 한강 전망은 워커힐호텔 16층 재즈바에서 내려다보는 조망과 다를 바 없다. 최근에는 워커힐아파트 앞쪽의 준주거지역 오피스텔들과 한강호텔 옆 한강현대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예전처럼 ‘아무것도 없는 뻥 뚫린 조망’이 가능한 가구 수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