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5월호

방위비 분담금 특종 2탄!

“이자 없다”는 주한미군사·국방부 해명은 거짓, 운용수익 1000억 美 국방부 입금…120억 탈세 의혹

  •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입력2007-05-07 15: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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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에 지급한 방위비 분담금 중 7000억원 이상이 몇 단계를 거쳐 시중은행에 예금돼 있으며, 여기서 나온 매년 수백억원의 운용수익은 고스란히 미 국방부로 입금돼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한국 국민의 세금에서 나온 돈이 주일미군 등 미국의 다른 군사작전에 쓰이게 되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구조. 특히 그 이자에서 한 푼의 세금도 징수되지 않는 이러한 운용은 사실상 ‘투자행위’이므로 탈세에 해당한다. 쌓여 있는 자금의 규모와 1000억원이 넘는 그간의 이자로 계산해보면 추정 탈세액은 100억원 이상이다.
    방위비 분담금 특종 2탄!

    워싱턴의 미 국방부 건물.

    지난 3월 중순 발행된 ‘신동아’ 4월호는 ‘주둔비 부족하다는 주한미군, 금융권에 8000억 예치’ 기사를 통해 한국 정부가 지급한 방위비 분담금 수천억원이 애초의 목적과는 달리 고스란히 쌓여 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주한미군사령부가 2002년부터 방위비 분담금 중 건설자금의 상당부분을 사용하지 않은 채 차곡차곡 쌓아두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미국측이 2002년 이후 한국측과 벌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실제로는 당장 사용하지도 않을 분담금을 수백억원씩 증액해달라고 요구해왔음을 의미하므로, 그간의 협상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확인하는 보도였다(상자기사 참조).

    ‘신동아’의 취재에 대해 당시 주한미군사령부는 “방위비 분담금으로 지급받은 돈에서는 이자가 한 푼도 나오지 않는다”며, “돈을 맡겨놓은 금융기관이 어떤 분야에서 자금을 운용해 얼마나 수익을 얻었는지 파악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한국 국방부도 ‘신동아’ 보도에 따른 기자들의 해명요청에 같은 취지로 설명하면서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주한미군측이 ‘이자를 지급받지 않는다’고 밝힌 수천억원의 예금을 맡아둔 금융회사들은 이를 운용해 발생한 수익을 독차지하고 있다는 뜻이 되기 때문.

    이 같은 의문에 대해 ‘신동아’는 추가취재를 진행했고, 그 결과 “이자가 나오지 않는다”는 주한미군사의 해명이나 “문제가 없다”는 한국 국방부의 설명은 거짓이었음을 확인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주한미군이 맡겨놓은 방위비 분담금은 재(再)예금을 거쳐 매년 수백억원의 이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2006년 한 해에만 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돈은 매년 9월 결산을 통해 전액 미국 국방부로 입금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쉽게 말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이자가 결과적으로 주일미군 운영이나 이라크전에 쓰일 수 있다는 것.

    더욱이 이 이자에서는 한국 정부에 납부돼야 할 세금이 한 푼도 징수되지 않고 있다.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는 주한미군 관련 회사들에 대한 면세(免稅)조항이 있지만, 같은 조항에서 ‘투자행위’에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자를 받기 위해 재예금된 경우에는 세금을 징수하는 것이 옳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특히 돈 세탁에 가까운 재예금 구조는 의도적인 탈세(脫稅)에 해당한다. 다소 복잡해 보이지만, 지금부터 그 내용을 차근차근 따라가보자.



    전세계 이익의 70%가 한국에서

    전세계에서 기지를 두고 있는 미국 국방부는 그 운용의 편의를 위해 영내에 ‘커뮤니티뱅크’를 운영하고 있다. 보통 미국의 민간 시중은행이 미 국방부와 위탁계약을 맺어 수수료를 받고 운영하는데, 마케팅 차원에서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수주경쟁이 치열하다. 주한미군이 한국으로부터 방위비 분담금을 받아 맡겨놓은 금융기관도 이 영내 커뮤니티뱅크다. 2002년 이후 방위비 분담금 중 상당부분이 사용되지 않고 쌓이면서 2006년 말 현재 7000억원이 넘는 규모가 됐다.

    커뮤니티뱅크는 미국 국내법에 따라 이 계좌에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다. 주한미군사령부는 “미국 국내법은 방위비 분담금으로 이자수익을 얻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주한미군사측의 설명은 사실인 것처럼 보인다. 주한미군사는 한국 국방부에 분기별로 전달하는 관리명세서에도 이 부분까지만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다. 커뮤니티뱅크는 이 돈을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을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서울지점에 원화 양도성예금증서(NCD) 형태로 다시 예금하고 있다(2006년 4분기 현재 6500억원 안팎. 나머지는 국내 은행에 맡겨져 있다). 문제는 BOA 서울지점은 이 자금에 대해 연 4.3~4.5% 수준의 정기예금 이자를 지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방위비 분담금 특종 2탄!

    방위비 분담금으로 만들어진 6500억원가량의 양도성예금증서 자금을 관리하고 있는 뱅크오브아메리카 서울지점과 경영공시자료.

    BOA 서울지점의 담당 본부장은 ‘신동아’와의 전화통화에서 커뮤니티뱅크의 예금을 예치하고 있다는 사실과 이자를 지급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커뮤니티뱅크가 2002년부터 이렇게 BOA 서울지점 등에서 벌어들인 이자수익만 1000억원이 넘는다.

    그렇다면 이 이자는 어디로 갈까. 그 과정에 참여했던 관계자들에 따르면, 커뮤니티뱅크는 미 국방부와의 계약에 따라 1년 동안 발생한 이익 전체를 매년 9월말 정산해 미 국방부로 입금한다. 계약 자체가 수수료만 받는 위탁경영 구조이기 때문. 2002년 방위비 분담금 축적이 시작되기 전에는 미 국방부로 가는 영업이익이 50억원 미만이었지만, 7000억원이 넘게 쌓인 지난해의 경우 커뮤니티뱅크는 300억원에 달하는 이자를 미 국방부로 보냈다는 설명이다. 이는 전세계 미군기지의 커뮤니티뱅크 지점이 거둔 수익의 70~80%에 해당한다고 한다. 유럽이나 일본에서는 방위비 분담금이 은행에 쌓이지 않는 까닭이다.

    물론 커뮤니티뱅크는 주한미군사뿐 아니라 일반 미군 병사 등으로부터도 예금을 받는다. BOA 서울지점에 예치된 자금 가운데는 이들의 원화 예금도 일부 섞여 있다. 그러나 방위비 분담금이 축적되기 전 커뮤니티뱅크의 평균 원화 예수금이 500억원 미만이었음을 감안하면, 7000억원이 넘는 현재의 BOA 예금은 대부분 방위비 분담금에서 온 것으로 봐야 한다. 물론 지난해 미 국방부로 보낸 300억원의 수익 역시 대부분 방위비 분담금으로 만든 예금에서 나왔다.

    이렇게 미 국방부로 들어간 자금은 일반회계 세입으로 편성돼 미 국방부의 예산으로 아무런 제약 없이 사용된다. 한국이 지급한 방위비 분담금이 한국과는 상관없는 미국의 군사자금으로 쓰이는 것이다. 자금에 꼬리표가 달려 있지 않으므로 그 용도를 특정할 수는 없지만, 주일미군 기지나 이라크전 등 미군의 예산이 쓰이는 곳에는 어디라도 쓰인다고 봐야 한다.

    같은 계열사끼리 알아서 면세?

    이러한 운용구조는 ‘주한미군 주둔에 관련되는 경비’로 정의돼 있는 방위비 분담금 협정의 내용과 명백히 배치된다. 법무법인 덕수의 이정희 변호사는 “돈에서 나온 수익이 한 바퀴를 돌더라도 결과적으로 미 국방부의 일반회계로 쓰인다고 봐야 하고, 이는 양국이 합의한 방위비 분담금의 개념에 위배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애초에 분담금을 제공한 한국 국민의 의사와는 전혀 무관하게 진행된 일일뿐더러, 더욱이 미국측은 “이자가 나오지 않는다”는 말로 한국 정부와 언론을 호도하고 실제로는 자국의 군사자금으로 쓰고 있는 것이다.

    특히 BOA 서울지점은 커뮤니티뱅크에 이자를 지급하면서 한국 정부에 납부해야 하는 소득세를 원천징수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커뮤니티뱅크 위탁운영자의 법적인 지위는 한미주둔군지위협정상 ‘초청계약자(Invited Contractor)’로 규정돼 있다. 초청계약자는 미군과의 공무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의 면세혜택을 받지만, SOFA 15조 6항은 ‘투자를 위해 보유한 재산’에 대해서는 면세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미조세조약에 의거해 미국 법인의 예금이자에 부과되는 세율 12%를 적용하면, 쌓여 있는 돈의 이자 1000억원에서 그간 징수되지 않은 세금은 대략 120억원 안팎에 달한다.

    경희대 법대 최승환 교수(국제통상)는 “커뮤니티뱅크가 자사에서 보유하고 있어도 되는 돈을 시중은행에 맡긴 것은 이자라는 상업적인 이득을 추구하는 행위이니만큼 ‘투자’로 볼 수 있고, 따라서 그 이자도 과세할 근거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주한미군이 자신의 명의로 예금해 이자를 받고 있다면 이는 공적인 자금으로 보아 SOFA의 면세혜택을 받겠지만, 법적으로 커뮤니티뱅크는 국가기관이 아닌 민간 상업은행인 만큼 이 논리는 적용되기 어렵다는 것. 재정경제부 국제조세과 관계자는 “좀더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해봐야겠지만, (설명대로라면) 세금을 추징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눈여겨볼 것은 현재 커뮤니티뱅크를 위탁받아 운영하는 주체가 ‘BOA 군사 금융 부문(military banking division)’이라는 사실이다. 커뮤니티뱅크와 자금의 대부분을 예치하고 있는 BOA 서울지점이 법인상으로는 별개지만, 그 운영자끼리는 사실상 같은 BOA 내의 ‘특수관계’다(한국의 대기업 계열사끼리의 관계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법인상으로 분리돼 있기 때문에, 한국 대기업 계열사끼리의 거래에 세금이 부과되는 것처럼 이 경우에도 세금 문제는 별도다). 미국 은행이 SOFA에 대한 한국 정부의 무신경을 이용해 사실상 ‘계열사끼리의 탈세’를 하고 있는 셈이다.

    2006년 방위비 분담금 협상, 완전히 잘못됐다

    수년 후 쓸 돈 미리 준 셈…국방부·외교부 관계자들, 서로 책임전가


    주한미군이 2002년부터 한국측이 지급한 방위비 분담금의 상당부분을 쌓아놓고 있다는 사실은, 현행 방위비 분담금 협정과 관련해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음을 시사한다.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2004년과 2006년에 진행된 협상에서 미국측은 ‘실제로는 당장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잘 알면서도 분담금을 요구해왔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이뤄진 협상의 경우 미국은 상당부분을 고스란히 쌓아두게 될 분담금의 증액을 요구했고, 한국측은 이를 받아들여 451억원을 늘리는 것으로 결정했다.

    당장 사용할지 여부가 불투명한 자금을 미리 지급하는 이러한 구조는 협상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이런 식의 운용을 인정하면 미국측이 10년 뒤에 사용할 자금까지 미리 달라고 요구해도 거절할 명분이 없기 때문. 특히 미국측이 쌓아놓은 자금에서 나온 이익을 결과적으로 미 국방예산으로 편성해 한국과는 무관한 곳에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감안하면, 2006년의 협상이 근본적으로 잘못돼 있음은 더욱 분명해진다.

    4월호 기사에서 밝혔듯, 주한미군의 이러한 자금 축적 사실은 지난해 협상이 진행 중이던 11월 무렵 청와대와 국방부에도 전달됐다. 더욱이 주한미군사령부는 쌓여 있는 자금 명세를 분기별로 한국 국방부에 통보해왔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국측은 협상의 근본을 흔드는 이 사실을 잘 알면서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협상에서 활용하지도 않았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주무 부서인 외교부 북미국측은 “우리는 협상을 담당할 뿐, 이후 주한미군이 이를 어떻게 운용하는지에 대해서는 국방부가 담당한다”고 밝혔다. 한 외교부 관계자는 “협상 과정에서 국방부측은 주한미군이 집행하지 않은 자금을 예치하고 있음을 외교부 협상 담당자들에게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방부로 책임을 돌렸다.

    그러나 국방부 관계자들의 설명은 다르다. 이러한 운용상황을 분명히 협상팀에 전달했고, 당연히 외교부측과도 공유했다는 것. 이후 협상팀 차원에서 “문제 삼기 어렵다”는 결론이 내려져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이라는 이야기다. 쉽게 말해 국방부는 최선을 다했으며, 협상에 문제가 있다면 외교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논리다.

    청와대도 책임을 피해가기 어렵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청와대는 관련 내용을 파악하고도 이를 협상팀에 강하게 주문하지 않았고, 외교부와 국방부 사이에서 내려진 결론을 그대로 추인했다. 2006년 12월19일 국무회의는 지난해 분담금 협상건을 그대로 통과시켰다.

    ‘신동아’ 4월호 보도로 8000억원 축적 사실이 공개된 3월 중순은 지난해의 협상결과가 아직 국회 본회의의 비준을 통과하기 전이었다. 그러나 3월 내내 공전을 거듭하던 국회는 4월2일 가까스로 소집돼 산적한 주택법 등의 의안을 무더기로 처리했고, 그 과정에서 지난해의 협상건을 꼼꼼히 검토하지 않은 채 통과시켰다. 이로써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던 지난해 협상 결과는 수정할 수 없게 돼, 내년 봄부터 시작되는 2009년 이후분 협상에서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

    정부 실무부처들과 청와대, 국회가 이 문제에 무신경한 동안, 국민의 혈세로 지급된 분담금은 취지와는 달리 은행에 쌓여 있고, 세금도 내지 않은 이자는 한 바퀴를 돌아 한국과는 상관 없는 곳에 쓰이고 있다. 그간 지급된 돈이 협정의 목적에 맞게 사용되지 않고 있으므로 이를 돌려 받아 실제 집행 시점까지 한국측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의 타당성이 여기에서 나온다. 한국 정부가 ‘눈뜬 장님’의 오명을 벗을 수 있는 유일하게 남은 길이다.


    더욱이 커뮤니티뱅크는 방위비 분담금을 대부분 BOA 서울지점에 집중 예치하고 있다. 예전에는 신한은행 등 한국의 은행에 맡기는 비중이 높았지만, 현재는 90% 가까이가 BOA 서울지점에 예치돼 있는 것. BOA 서울지점의 경영공시 자료에 따르면, 2004~2005년 사이 분기별로 1500억원 안팎을 꾸준히 유지하던 이 지점의 예수금은, 2006년 1분기부터 NCD의 급격한 증가로 분기마다 수천억원씩 뛰어 2006년 말 현재 7975억원에 달한다. 이전에 비해 6500억원이 넘는 NCD 자금이 새로 유입된 것. 관계자들은 이 자금의 거의 전부를 방위비 분담금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한다.

    막대한 자금을 받아놓은 BOA 서울지점은 당연히 이를 운용해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예수금이 1500억원 수준이던 이전에 비해 운용자금이 다섯 배 이상 증가했기 때문. BOA 서울지점 관계자에 따르면 이 돈은 서울지점 차원에서 운용되고 있다. 한국 국민의 세금으로 지급한 방위비 분담금이, 미국 은행이 계열사끼리 주고 받으며 떡고물을 챙기는 ‘눈먼 돈’으로 변한 셈이다.

    주한미군 설명대로라면 ‘분명한 탈세’

    ‘신동아’는 4월9일 주한미군사령부측에 “‘이자가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과 다른 설명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 또 발생한 이익이 결과적으로 미 국방부로 들어가는 현재의 구조를 한국 국방부에 설명했는가”를 묻는 질의서를 보냈다. 주한미군사가 이러한 구조를 한국 정부에 고지하지 않고 “이자가 나오지 않는 계좌에 들어 있다”고만 설명했다면, 이는 방위비 분담금이 협정과는 배치되는 용도로 쓰이고 있음을 숨긴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사측은 답변을 수차례 늦추다가 기사 마감이 임박한 4월13일 금요일 저녁 다음과 같은 답변을 보내왔다.

    “신한은행이나 BOA가 그러하듯 커뮤니티뱅크 역시 이익을 창출하는 민간 상업은행이다. 미 국방부는 커뮤니티뱅크와 계좌설정과 자금이동에 관해 계약을 맺고 있지만, 이들 은행은 방위비 분담금 계좌에 관해 미 국방부에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다. 이 은행들이 방위비 분담금으로부터 수익을 만들고 있는지 여부는 미 국방부의 관심사항이 아니다. 주한미군은 방위비 분담금이 이자를 발생시키지 않는 계좌에 들어 있다는 사실을 한국 국방부에 정확히 통보했다.”

    정리하자면, 미 국방부와 커뮤니티뱅크가 맺고 있는 계약은 법적으로 방위비 분담금과는 무관하므로, (형식상) 미 국방부가 방위비 분담금의 이자를 받는다고 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외형상으로는 그렇다 해도, 실질적으로 커뮤니티뱅크의 수익 전체가 매년 미 국방부로 입금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러한 형식상의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2002년 이전에는 매년 수십억원에 불과하던 커뮤니티뱅크의 영업이익이 방위비 분담금이 축적되기 시작한 이후 급증해 지난해에만 400억원에 달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방위비 분담금에서 나온 돈을 법률적으로는 분담금과 무관한 것으로 만드는 이 같은 교묘한 구조는 일종의 ‘돈 세탁’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또한 “커뮤니티뱅크는 민간 상업은행”이며, “은행의 일반적인 관행에 따라 이 자금(방위비 분담금)으로부터 수익을 만들고 있는지 여부는 미 국방부의 관심사항이 아니다”라는 주한미군측의 답변은, BOA 서울지점 등에 있는 예금의 이자에 세금이 부과되지 않고 있는 현재 상황을 탈세로 볼 수밖에 없게 만든다. 예금 자체가 법적으로 ‘합중국 군대의 공적인 행위’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SOFA의 면세혜택을 받을 근거가 완전히 사라지기 때문이다.

    ‘신동아’는 4월10일 한국 국방부에도 “사실과 다른 설명을 한 이유는 무엇이며, 그 수익이 결과적으로 미 국방부에 들어가고 있는 구조를 미국측으로부터 통보받은 적이 있는가”를 물었다. 그러나 국방부는 “주한미군사령부가 먼저 답하고 난 다음 논평하겠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같은 날 방위비 분담금 협정의 주무 부서인 외교통상부 북미국은 이러한 구조가 협정의 취지에 위배되는 것 아니냐는 ‘신동아’의 질의에 대해 역시 “주한미군사가 먼저 답하고 나서 논평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며 답변을 거절했다.

    무능과 부실

    4월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006년 방위비 분담금 협정안은 올해 한국이 지급할 분담금을 7255억원으로, 내년에는 여기에 물가상승분을 추가로 반영해 지급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후 지급분에 대한 협상은 내년 봄부터 시작한다.

    현재의 운용구조가 유지되는 한 내년과 후년에 지급되는 분담금 가운데 수천억원은 다시 BOA 서울지점에 입금될 것이고, 거기서 나오는 이자 수백억원은 한 푼의 세금도 떼지 않은 채 다시 미국 국방부로 입금돼 한국과는 관계없는 지역에서 쓰일 것이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의 담당부서들은 “문제가 없다”는 해명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겉으로는 ‘자주’를 외쳐온 노무현 정부가 실제로는 얼마나 무능하고 부실하게 일처리를 해왔는지 극명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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