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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권, 새 총장, 새 판 짜는 연고전(延高戰)

  • 최호열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honeypapa@donga.com

새 정권, 새 총장, 새 판 짜는 연고전(延高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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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년 세계 100위권 진입 경쟁
  • 인바운드 글로벌화 vs 아웃바운드 글로벌화
  • 고려대 ‘백’은 대통령, 연세대 ‘백’은 하나님?
  • 2010년 송도캠퍼스, LA캠퍼스 개교 전쟁
  • 청와대 수석·장관, 고려대 5명 연세대 1명
  • 고려대 경영대 광고 “우리를 향한 질투가 더 많아지길”
  • “고려대 이기려 신입생 해병대 극기훈련도 고려”
새 정권, 새 총장, 새 판 짜는 연고전(延高戰)

고려대는 외국인 학생이 가장 많은 글로벌 대학임을 자부한다.

지난해 12월20일 고려대 교우회관엔 ‘17대 대통령선거 이명박 교우의 당선을 축하합니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이명박(MB) 대통령 당선자의 얼굴까지 큼직하게 넣은, 건물 한 면을 뒤덮을 정도의 대형 플래카드였다. 고려대 LG-POSCO관엔 경영대학 명의로 붙인 ‘대한민국 선진화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 고대는 당신이 자랑스럽습니다’라는 문구도 보였다. 이 외에도 서울 안암동 캠퍼스 곳곳에 당선축하 현수막이 내걸리는 등 고려대는 축제 분위기였다.

고려대 출신인 MB에 대한 고려대인들의 ‘애정공세’는 선거운동 기간 중에도 유난스러웠다. 고려대 경영대는 ‘우리를 향한 질투가 더 많아지길’이라는 신문광고를 게재했는가 하면, 고려대 교우회는 드러내놓고 선거운동을 벌였다. 대선 직후 발간된 고려대 교우회보는 상당 부분 이명박 칭송으로 채워져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에 보답하듯 MB는 1월4일 고려대 교우회 신년회에 참석한 데 이어 1월2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고려대 경영대 글로벌 50 출정식’에도 참석해 뜨거운 모교애를 보여줬다. 그는 이 자리에서 “5년 후 국가 경영을 잘했다는 소리를 들어서 고려대 경영대의 명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겠다” “고려대 경영대의 발전을 돕겠다”고 공언했다. 고려대 교우회 신년회에서는 “나 때문에 이번 고려대 입시경쟁률이 높아져 즐겁다”고도 했다.

고려대인들의 마음이야 흐뭇하겠지만, 이를 바라보는 ‘명문 사학의 맞수’ 연세대인들의 심정은 그리 담담하지 않을 것이다. 1990년대는 분명 연세대의 강세였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서면서 고려대가 경영대의 비약적 발전을 바탕으로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고려대 출신 대통령의 탄생은 두 사학의 라이벌 구도에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좋은 얘기든 나쁜 얘기든 고려대 관련 뉴스가 쏟아져 나올 테고, 그 과정에서 고려대의 인지도가 더 높아질 것은 자명한 터.

연세대 교정에서 만난 김영준(26)씨는 “입할할 때만 해도 확실히 연세대가 고려대보다 낫다는 의식이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사회적 분위기가 고려대 쪽으로 흐르고 있는 게 확연하게 보인다”고 했다. 반면 고려대생들은 이런 분위기를 크게 반겼다. 경영대 대학원생 박모(27)씨는 “당장 취업이 잘 되는 등의 직접적인 영향은 없겠지만 명문 사학으로서의 자존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동문들까지 나서 우수학생 유치

고려대와 연세대의 맞수 관계는 그 기원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오래 이어져왔다. 1945년 연희전문학교 대 보성전문학교의 OB축구전에서 시작돼 해마다 9월 셋째주 금·토요일에 열리는 연·고전은 대표적인 ‘외연(外延)’이라 할 수 있다. 막걸리와 맥주, 호랑이와 독수리 등 서로 상반된 이미지를 가진 두 학교는 때론 경쟁자로, 때론 동반자로서 한국 사학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당연히 양교는 팽팽한 라이벌 의식을 갖고 있다.

우선 고려대와 연세대는 대부분의 입시일정이 똑같다. 일정을 달리하면 양쪽 대학에 다 합격하는 학생이 생길 테고, 이들이 어느 학교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대학 서열이 매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상위권 수험생들로서는 학교선택의 기회 하나를 잃는다는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지난해 수시모집 때는 자연계 논술 일정이 당초 고려대는 오전, 연세대는 오후로 잡혀 있었다. 그런데 고려대가 이를 오후로 변경하면서 어느 한쪽만 응시할 수 있게 돼 수험생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고려대 측은 “당시 응시생이 너무 많이 몰려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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