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원 지금은 경기하강 국면이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현재의 인플레이션을 두고 과잉유동성이라고 말하는 건 과민반응인 것 같습니다. 1937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경기하강 시점에 통화를 긴축했습니다. 결과는 물론 나빴고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바꾸는 건 옳지 않다고 봅니다.
옥우석 긴축정책의 위험에 대해선 공감합니다. 일본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지 않나요. 버블에 대해서 선제적으로 대응하다가 경기하강을 겪었지요. 그런데 확장정책이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생산성 있는 쪽으로 자금이 흘러가는 게 아니라 상대적으로 덜 위험한 쪽으로 자금이 몰려다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요컨대 부동산이나 자산시장 쪽으로 돈이 풀리고 실물 쪽으로는 연결되지 않는 위험도 상당 부분 존재하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에 대해선 주의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강성진 기업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립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는 사후적인 구조조정이었습니다. 기업들도 동의할 수밖에 없었죠. 그런데 이번 구조조정은 정부의 개입과 관련해 논란의 여지가 많은 것 같아요. 경기회복 속도가 빠르리라는 전제에서 논의가 이뤄지면 논쟁이 더욱 가열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정부가 개입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만.
송홍선 경제위기 때는 어떤 부분에 자원을 과잉투자했는지가 명백하게 드러납니다. 과잉투자를 초래한 실패한 경영모델을 구조조정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새로운 도약에 장애가 될 수 있습니다. 사회자 말씀대로 정부의 개입에 대해선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정부가 할 역할이 있습니다. 지금 금융감독원이나 금융위원회가 일정한 원칙을 갖고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고 봅니다. 다만, 어떤 부분이 비효율적인지는 시장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시장친화적 구조조정 방식을 적극 활용하면 정부개입 논란은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강성원 이번 금융위기가 외부충격에서 기인했다는 걸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신용경색 상황에서 금융기관이 자금을 회전할 때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정보를 원활하게 전달하고자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라고 볼 수가 있어요. 그 이상으로 구조조정을 하면 기업의 투자 의욕이 약화됩니다. 경기를 회복시키려고 추진한 구조조정이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을 가져오는 것이지요. 채권단의 처지를 고려할 때 일정 부분의 구조조정이 필요하지만 시간표를 정해서 언제까지 어디를 구조조정하라는 식으로 강제하는 것은 필요하지 않은 제약을 늘리는 겁니다. 채권단 주도로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합니다. 정부가 시간표를 정하는 방식은 부작용이 있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합니다.
옥우석 정부가 개입하는 것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우리 정부가 원칙에 대한 일관성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호불호를 떠나서 일관성을 유지하는 게 정부가 지켜야 할 원칙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부가 시장에 기초해서 발전 방향을 만들어가겠다고 천명했으면 시장에 일관되게 그런 신호를 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녹색성장, 발전동력 될 수 있나
강성진 경기회복 전망과 정부 정책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왔습니다. 정부도 성장과 발전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비전 형식으로 가장 강하게 부각된 게 저탄소녹색성장입니다. 그런데 녹색성장은 과거에 중점 육성한 IT산업과는 다른 점이 적지 않습니다. IT산업은 기존 산업과 서로 윈-윈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녹색산업은 정부 주도로 민간에 투자 인센티브를 일으키기가 쉽지 않아요. 예컨대 형광등이 기능에선 문제가 없는데 LED로 바꾸면 가격이 10배가 뛰거든요. 민간한테는 인센티브가 적다는 얘기지요. 녹색성장에 대해 패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강성원 녹색이라는 용어의 개념 정의가 모호한 부분이 있어요. 저는 국제적 온실가스 규제 동향에 대응한다는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규제 환경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국가 차원에서 인프라를 제공해야 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국가의 개입이 정당화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덧붙여 녹색기술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느냐가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경제사적 측면에서 봤을 때 성장동력이 바뀐 적은 산업혁명 때와 19세기말, 20세기초 대기업이 등장했을 때 두 차례입니다. 산업혁명은 공장제 노동의 도입을 통해 생산성을 증폭시킨 사례입니다. 19세기말 20세기 초엔 전문경영인 체제와 연구개발로 상징되는 근대적 기업이 탄생했고요. 두 사례 모두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조직이 바뀌어야 할 만큼 생산성 향상이 요구됐습니다. 녹색기술을 다루는 곳은 대부분 기존의 기업입니다. 녹색성장이 조직의 개편이나 생산성의 비약적 발전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죠. 따라서 국가발전 전략이 녹색성장 하나뿐이라면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위험한 게 아닌가 이렇게 생각합니다.
옥우석 강 박사 말씀대로 정부가 녹색이라는 말을 굉장히 모호하게 사용하고 있어요. 심지어 어떤 분은 현 정부의 녹색성장은 ‘녹색칠성장’이라며 강하게 비판하더군요. 녹색성장이 추구하는 범위가 너무 광범위해요. 무엇을 타깃으로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대비가 필요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녹색성장이 과연 미래의 성장 패러다임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만큼 파급력이 큰 산업인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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