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수 경기도지사 (가운데)가 경기도 서울사무소에서 도 공무원들과 회의를 하며 웃고 있다. 김효재 한나라당 대표비서실장(위)이 원희룡 쇄신위원장의 회의 주재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다.
선(先)성남, 후(後)롯데
▼ 초고층 제2롯데월드 건설과 성남 구시가지 재개발 문제에 대해선 어떤 견해인가요?
“내가 ‘선(先)성남, 후(後)롯데’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 지금 진행되는 양상은 ‘선(先)롯데, 후(後)성남’인데요.
“1969년 서울 청계천 철거민이 국유림으로 강제이주당해 형성된 게 지금의 성남 구시가입니다. 성남비행장은 1971년 들어섰고요. 철거민들이 박힌 돌이고 비행장은 나중입니다. 40년이나 돼 재개발 안 하면 살 수가 없는데 고도제한으로 사업을 못합니다. 성남시민들을 그렇게 희생시켜놓고 롯데부터 해주면…. 정부가 어떻게 하는지 다들 쳐다보고 있는데 그렇게 하면 경우에 안 맞죠.”
▼ 정부 승인하에 제2롯데월드 건물이 올라가게 되면 국민여론에 영향을 줄 거라고 생각합니까?
“벌써 영향을 많이 주고 있잖아요. 이미 롯데 부분 갖고 여론이 안 좋아요. 성남시민은 ‘부글부글’이죠.”
▼ 롯데 쪽에서 양보해야 한다고 보나요?
“롯데가 그걸 꼭 지어야 하는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 80층 넘는 고층빌딩은 보통 경제성이 없죠. 건축비 비싸고 운영비도 많이 들고요.”
5월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는 정치지형을 흔들어놓았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역전됐다. 여권 내부의 당-정-청 쇄신론은 쇄신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계파 갈등은 깊어지는 양상이다. 지난 대선에서 친(親)이명박계로 꼽혔지만 수도권 규제완화 문제로 이명박 정부에 날선 비판을 가하기도 했던 그에게 최근 서거 정국을 물어봤다.
“일일연속극처럼 수사”
▼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매우 애통하고 슬픈 일입니다.”
▼ 서거 이후 조문 열기가 대단했는데.
“일국의 대통령을 지낸 분이 갑작스레 충격적으로 돌아가셨기 때문에 당황스럽고 슬프고 애도하는 분위기는 당연합니다.”
▼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검찰책임론, 언론책임론이 일고 있습니다.
“검찰은 당연히 그 부분에 대해 수사해야 하는데 계속 중계하듯 나온 건 잘못한 일 같습니다. 수사상황이 매일 일일연속극처럼 공개되는 건…. 검찰이 이 부분은 바꿔야 한다고 봅니다. 언론이야, 글쎄요. 전직 대통령 수사하는 게 뉴스가 안 되겠어요? 다 보도하지. 검찰이 흘리는데 언론이 안 받아야 하나요? 검찰에서 ‘전직 대통령 측이 그러한 일을 했다’고 하는데 그걸 보도 안 하면 언론사 문 닫자는 거죠.”
한나라당은 지난 4월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했다. 최근의 수도권 지지층 이탈은 심각한 수준이다. 김 지사는 비교적 간명하게 “경제는 어렵고, 정부는 지지부진하고, 당은 분열되어 있기 때문에 민심을 얻기 어려운 처지 아닌가”라고 진단한다. 민심 이반은 일시적일까, 아니면 오래갈까. “민심을 반전시킬 큰 리더십이 나와야 한다. 대통령이 분발하시라”는 게 그의 주문이다.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김 지사는 대통령 책임론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며 먼저 질문을 던졌다.
“어떤 책임이죠?”
▼ ‘정치보복’을 했다는 책임.
“어떤 보복이죠?”
▼ ‘표적수사’를 했다는 보복.
“박연차가 불었는데 조사를 안 해야 하나요? 박연차와 노 전 대통령 측은 상당히 가깝게, 공인으로서는 의심받을 만한 거래를 한 건 사실이잖아요. 검찰은 박연차가 진술한 것을 조사 안 할 수 없죠.”
▼ 대통령 책임은 없다는 말씀인가요?
“도의적, 정치적인 문제인지 실질적, 직접적 문제인지. 사과를 하라고 할 때는 뭘 사과하라는 건지 분명히 해야 합니다.”
▼ 정치보복도 없었다고 보는 건가요?
“정치보복이라기보다는, 나는 대통령 권력이 너무 크기 때문에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 절대 불행하게 된다고 봅니다. 대통령 권력이 분산되어야 합니다. 첫째 국회 권한이 강화되어야 합니다. 둘째 지방자치가 강화되어야 합니다. 셋째 청와대에 대한 투명한 감시감독이 강화되어야 합니다. 이래야 반복 안 돼요.”
“착하고 좋은 분들이지만…”
노 전 대통령 서거와 현 정부의 국정 실패론이 맞물리면서, 이 두 가지가 결합 돼 여권의 지지율 추락을 불렀다는 시각이 있다. 김 지사는 “그런 점도 있죠”라고 동의한다. 그러나 그는 최근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에 대해선 “내가 다 아는 사람들, 성향이 뚜렷한 분들이다. 대학교수들이 말해야 하는 건 학생들의 취업문제다. ‘정부가 대책을 세워라. 학생들 장래가 어떻게 되겠는가’ 이런 얘기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