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금메달 6개, 은메달 6개, 동메달 2개를 획득하며 종합 5위에 올랐다. 1992년 알베르빌 대회(6위)를 넘어서는 역대 최고 성적이고, 총 메달 수(14개)도 2006년 토리노 대회(11개)보다 3개가 많은 역대 최다다. 하지만 국민을 흥분시킨 건 단순한 메달 숫자가 아니다. 금메달 수 6개는 이미 토리노 올림픽에서도 획득한 적이 있다. 그때와 달라진 건 내용이다. 당시엔 6개가 모두 쇼트트랙에서 나왔으나 이번엔 쇼트트랙(2개)과 스피드스케이팅(3개), 피겨스케이팅(1개)이 골고루 세계 정상에 올랐다.
체육공단은 이 같은 ‘빙상 강국 대한민국’을 일군 숨은 공로자로 꼽힌다. 세계 정상급 수준에 현저히 못 미치던 스피드스케이팅 등 비인기 종목을 꾸준히 지원해왔기 때문이다. 88서울올림픽 잉여금 3820억원을 기반으로 1989년 출범한 체육공단은 지난해까지 총 2조6024억원의 체육진흥기금을 운영하면서 한국 스포츠 발전을 이끌어왔다. 이 중 국가대표 후보 선수 지원 등 엘리트 스포츠 발전에 쓴 금액이 7419억원에 달한다. 출범 당시보다 7배 가까이 늘어난 체육진흥기금은 체육공단이 운영하는 경륜과 경정, 스포츠 토토 사업 수익금 등을 통해 마련했다. 김주훈(67) 체육공단 이사장은 “자체 사업을 통해 만든 공공재정을 기반으로 선수 생활의 처음부터 끝까지 재정적으로 도와주는 기관이 바로 체육공단”이라고 소개했다.
밴쿠버 선전의 1등 공신
▼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단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습니다. 뒤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은 기관장으로서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기쁘고 자랑스럽지요. 특히 우리나라가 쇼트트랙 편중 현상을 극복하고 다른 종목에서도 금메달을 따낸 건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하지만 메달리스트들의 선전만 인상 깊었던 건 아닙니다. 지난 20여 년간 국가대표로 활약한 이규혁 선수의 열정과 어려운 환경을 딛고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에 출전한 봅슬레이 선수들의 투혼에 큰 감동을 받았지요. 지난 4년 동안 피땀 어린 훈련을 거듭하고, 머나먼 밴쿠버에서 좋은 경기를 펼쳐준 모든 국가대표 선수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정말 고마웠어요.”
태권도 9단으로 조선대 체육학과 교수를 거쳐 총장을 역임한 김 이사장은 “나 자신이 체육인이기 때문에 그들의 노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이해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2008년 7월 체육공단 이사장에 취임한 뒤 그가 가장 관심을 기울인 것도 선수들의 노력이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돕는 체계적인 지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