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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술 이야기 ⑬

‘다이하드 3’와 샴페인 동 페리뇽

“나는 별을 마시고 있다”

  • 김원곤│서울대 흉부외과 교수│

‘다이하드 3’와 샴페인 동 페리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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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일찍 터뜨려버린 샴페인

‘다이하드 3’와 샴페인 동 페리뇽
매클레인과 주스는 어쩔 수 없이 사이먼과 수수께끼 게임을 계속한다. 그러는 사이 경찰은 일체의 통신 수단을 사용하지 않은 채 뉴욕시의 모든 초등학교를 수색한다. 사이먼의 노림수에 말려든 것을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 채 말이다. 초등학교들을 수색하는 데 경찰력이 총동원되는 바람에 월스트리트 중심부는 치안 공백 상태가 됐고, 매클레인과 주스는 공원에서 사이먼이 낸 수수께끼를 풀기에 여념이 없었다. 사이먼은 바로 이 기회를 이용해 미리 계획한 대로 타르고 일당과 함께 월스트리트에 있는 뉴욕 연방은행을 털어 1400억달러 가치의 금괴를 빼돌린다.

우여곡절 끝에 사이먼 일당의 계획을 눈치 챈 매클레인은 그들이 덤프트럭으로 빼돌린 금괴를 추적한 끝에 금괴를 운반하고 있는 유조선에 잠입한다. 한편 사이먼은 해양경비대에게 자신들이 훔친 모든 금괴를 폭파시켜 바다 밑으로 가라앉게 함으로써 사악한 자본주의 경제를 혼란에 빠뜨리겠노라고 밝힌다. 그러나 이 또한 사이먼의 속임수였다. 실은 타르고 몰래 금괴를 어디론가 빼돌리고 유조선 안에는 고철로 가득 찬 가짜 금괴 상자들만 있었다. 타르고는 뒤늦게 이를 눈치 채지만 이미 사이먼에게 포섭된 정부(情婦)의 총에 맞아 죽는다. 매클레인과 주스도 사이먼에게 붙잡혔다가 간신히 배에서 탈출한다. 사이먼의 행방은 다시 묘연해진다.

매클레인은 바다에서 구조된 뒤 주스의 권유로 별거 중인 아내에게 전화를 걸려고 하던 중 사이먼이 그에게 주었던 아스피린 병에서 그의 행방에 관한 단서를 발견한다. 아스피린 병의 프랑스어 상표에 따라 캐나다의 국경 도시 퀘벡에 간 매클레인은 사이먼 일당이 빼돌린 금괴를 놓고 축하연을 벌이고 있는 현장을 덮친다. 사이먼은 헬리콥터로 탈출을 시도하면서 매클레인을 죽이려고 하지만 오히려 헬리콥터가 폭파하면서 최후를 맞는다. 영화는 매클레인이 아내와 통화하기 위해 공중전화에서 수화기를 집어 드는 장면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샹파뉴 지방에서 생산한 발포주의 대명사



시종일관 긴장감이 넘치는 액션영화라 한가롭게 술을 마시고 있는 장면이 나타날 여지가 별로 없다. 그럼에도 극의 종반부에 매우 특징적인 술 하나가 의미 있게 등장하는 것이 눈에 띈다. 바로 사이먼이 금괴를 탈취한 후 퀘벡의 한 창고에서 부하들과 마시는 샴페인 ‘동 페리뇽’이다. 샴페인은 발포주(發泡酒)의 대명사다. 간단히 말하자면 1차 발효가 끝난 와인을 병에 넣은 뒤 여전히 살아 있는 효모에 의해 2차 발효를 유도함으로써 병 안에서 자연적으로 작은 탄산가스 기포가 형성되도록 한 술이다. 코르크 마개를 딸 때 터져 나오는 특유의 ‘펑’ 소리는 매력적인 거품과 함께 샴페인을 각종 축제의 상징주로 만들었다.

축하연에서 종종 샴페인의 펑 소리와 동시에 치솟는 거품으로 분위기를 한껏 돋우는데, 사실 샴페인은 이런 음주 방법이 어울리지 않는 고급 술이다. 이렇게 단순히 거품 발포용으로 사용되는 술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진짜 샴페인이 아니라 유사 샴페인으로 봐야 할 것이다. 진짜 ‘샴페인’은 근래에 와서 엄격한 원산지 통제를 받고 있기 때문에 오직 프랑스의 ‘샹파뉴(Champagne)’ 지방에서 나는 발포주만을 그렇게 표시할 수 있다. 샴페인이란 술 이름 자체도 샹파뉴의 영어식 이름인 샴페인에서 유래했다.

영화 ‘다이하드 3’에 나오는 동 페리뇽(Dom Perignon)은 샴페인 회사 중 가장 규모가 큰 모에 샹동(Mot et Chandon)의 최고급 브랜드다. 이 상표는 흔히 샴페인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는 프랑스의 한 수도승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그러나 수사 동 페리뇽과 샴페인의 관계는 대부분 잘못 전해진 정보로 인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 페리뇽은 1638년 프랑스 샹파뉴 지방에서 태어나 베네딕토회 수사가 된 사람이다. 수사로서 그는 줄곧 수도원의 와인 제조를 책임지면서 1715년 사망할 때까지 와인 제조에 공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샴페인 같은 발포성 와인의 개발이나 생산과는 전혀 관계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발포성 와인을 만드는 데 필수 요소인 병 안에서의 재발효(refermentation) 과정이 종종 병 폭발의 원인이 되는 것을 걱정해 이를 예방하는 데 힘을 쏟은 것으로 전해진다.

학자들에 따르면 샴페인과 동 페리뇽 수사를 연결시킨 것은 훗날 그의 후계자들이다. 수도원의 명성을 높이고자 의도적으로 그렇게 한 것이다. 동 페리뇽에 관한 이야기가 얼마나 많이 왜곡됐는지는 그가 생전에 포도를 고를 때 포도밭에 대한 선입관을 없애기 위해 포도의 출처를 묻지 않고 맛을 보았는데(blind testing), 그것이 그가 장님(blind)이었다는 이야기로 바뀌어 전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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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곤│서울대 흉부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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