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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노숙인대학 연 이주연 산마루교회 목사

“어려워도 남을 돕고 배우려는 마음을 세워 주고 싶어요”

  • 안기석│출판국 기자 daum@donga.com│

노숙인대학 연 이주연 산마루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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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봉사하는 산마루교회 교인들은 노숙인에 대해 전혀 싫어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컵라면을 끓여주고 직접 만든 빵과 잼 등으로 편하게 대접했다. 평소 일요일 아침은 교인들이 자발적으로 봉사하며 음식도 만들어 와서 대접한다고 한다. 그러나 신종 플루가 유행할 때는 자녀들과 함께 교회에 나오는 교인들의 우려도 있었다.

▼ 어떻게 설득했습니까?

“선한 사마리아 사람 비유를 들었어요. 우리가 이 교회를 세우면서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강도를 당한 사람을 만나게 됐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 이를 외면한 당시 제사장처럼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찾아온 사람을 내보낼 수는 없다고 제 생각을 밝혔어요. 그래서 일단 받아들이고 이후 생기는 문제는 해법을 찾아보자고 했더니 교인들도 찬성했어요.”

▼ 어떤 해법을 찾았습니까.

“데톨이라고 수술실에서 사용하는 소독약이 있어요. 이것을 뿌리면 냄새도 제거되고 소독도 돼요. 그리고 손 씻는 세정제도 샀어요. 그런데 데톨을 노숙인들에게 뿌릴 생각을 하니 막막해요. 노숙인들이 ‘우리가 더럽다고 차별하느냐’고 반발하면 뭐라고 하겠어요. 고심하다가 예배 시작 전에 먼저 제 몸에 데톨을 뿌린 후 ‘이것은 데톨이라는 건데 이것을 뿌리면 0.03초 만에 세균이 죽는다. 서울대병원이나 세브란스병원에서 의사들이 사용하는 소독제다. 원하는 사람 있으면 손들라’고 했더니 모두 손드는 거예요. 노숙인들 본인이 신종 플루를 더 걱정하고 있었는데 제가 몰랐던 거죠.”



일종의 ‘데톨 세례식’이 벌어진 셈이다. 심지어 어떤 노숙인은 배낭까지 열어 뿌려달라고 하고 혁대까지 풀어 속옷까지 뿌려달라고 했다고 한다.

아이티 지진 참사에 2만7000원 성금 보내

▼ 노숙인들이 헌금도 합니까.

“헌금도 합니다. 평소에는 헌금이 4000원가량 모이는데, 아이티 지진참사 때 성금을 모았더니 2만7000원이 나왔어요. 우리도 어렵지만 아이티는 더 어렵다. 우리들은 그래도 먹을 것이 있지만 그분들은 먹을 것이 없다. 우리는 먹을 물이 있지만 그분들은 먹을 물도 없다. 우리는 힘들어도 목숨을 걱정하지 않지만 그 사람들은 식구들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른다. 지구상에는 우리보다 어려운 사람이 많다. 오늘은 우리가 마음을 모아 헌금을 하자. 그랬더니 그 헌금 바구니에 1000원짜리도 들어 있는 거예요. 이 성금을 세이브더칠드런을 통해 전달했습니다. 그분들 형편에서는 굉장히 큰돈입니다. 100원짜리 동전도 아쉬운 분들이지요. 이분들은 200원을 벌기 위해서 2시간도 걸어 다니는 분들입니다.”

이 목사는 ‘산마루서신’(www.sanletter.com)이라는 e메일편지로 꽤 알려져 있다. 자연의 아름다움이 물씬 풍기는 사진과 함께 마음을 일깨우는 단문을 매일 아침 온라인으로 보내는데 현재까지 25만명이 이 편지를 받아보고 있다. 이 산마루서신을 받아보는 사람들로부터 모금한 아이티 참사 성금은 1000만원을 넘었다. 그중 770만원은 세이브더칠드런에, 250만원은 월드비전에 보냈다고 한다.

밤 10시를 넘겨 인터뷰를 마치고 사무실을 나서자 눈발은 더욱 거칠어졌다. ‘키다리 아저씨’처럼 큰 키에 마른 몸매를 지닌 이 목사는 검은 테 안경 너머로 눈 내리는 바깥 풍경을 유심히 지켜보다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비가 오거나 아프면 교회에 못 오는 분이 있어요. 특히 오늘처럼 눈 오는 날에는 저녁 수업에 참석하면 쉼터에 들어가 쉬기가 쉽지 않아요. 저녁 7시까지 쉼터에 가야 하거든요. 앞으로 자금이 생기면 옆 건물을 빌려 그곳에서 하루라도 쉬게 하고 싶어요. 목욕도 하고 잠잘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신동아 2010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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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석│출판국 기자 da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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