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당선인이 2008년 1월11일 김영삼 전 대통령 팔순연에 참석해 김 전 대통령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2008년 2월25일 출범한 이명박(MB) 정권의 조각(組閣)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했던 대구·경북 출신 인사가 나중에 술회한 말이다. 경북 포항이 고향인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후 대구·경북 출신을 중용하려 했지만 인재풀이 말라 있어 애를 먹었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에서 대구·경북 인재가 고갈되다시피 한 것은 1993년 김영삼 정부 출범 이후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친 지난 15년 동안 인사 때마다 부당하게 홀대받은 결과”라고 주장했다.
“TK정권이 아니라 PK정권”
이 인사의 설명에 따르면 MB 정권은 대구·경북 출신 고위 공직자 후보를 고르기 어려워지자 대안으로 같은 영남인 부산·경남(PK) 출신을 중용했다고 한다. 부산·경남 출신은 김대중 정권 5년을 제외하고는 김영삼(YS) 정권과 노무현 정권에서 잘 나갔던 만큼 인물도 넉넉했다. 이명박 정부 첫 조각과 정무직 주요인사에서 PK가 워낙 득세하자 당시 대구·경북지역 정치권에선 “MB 정권은 TK 정권이 아니라 PK 정권”이란 푸념까지 나왔다.
지금도 이 구도는 그대로 유지되는 것으로 평가된다. 청와대의 경우 ‘2실장, 8수석비서관 체제’인데 이 가운데 30%인 정정길 대통령실장(경남 함안), 박형준 정무수석(부산), 박재완 국정기획수석(경남 마산)이 부산·경남 출신이다. 더구나 정 실장과 두 박 수석은 이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국정을 움직이는 핵심 요직에 포진해 있다. 청와대 비서관과 행정관 중에서도 부산·경남 출신으로서 김영삼 정권에 참여했던 인물이 한둘이 아니다.
국회와 여당 지도부로 넘어가면 일일이 꼽기 어려울 정도로 부산·경남 출신이 득세해 있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경남 고성 출신(지역구는 부산 영도)이고 한나라당 지도부에는 안상수 원내대표(경남 마산·지역구 경기도 의왕-과천), 정의화(부산 중-동구)·허태열 최고위원(부산 북-강서을), 이군현 중앙위의장(경남 통영-고성), 최병국 윤리위원장(울산 남구갑), 안경률 재외국민협력위원장(전 사무총장·부산 해운대-기장을), 여상규 지방자치안전위원장(경남 남해-하동), 김정권 중앙교육원장(경남 김해갑), 김정훈 원내수석부대표(부산 남구갑), 안홍준 제1사무부총장(경남 마산을), 조해진 대변인(경남 밀양-창녕)이 자리를 잡고 있다.
정치권 부산·경남 출신의 특징은 첫째 YS와 연을 맺고 있다는 점, 둘째 대부분 친이계라는 점, 셋째 그중에서도 이상득(이명박 대통령의 형) 의원 라인보다는 이재오·정두언 라인과 가깝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부산·경남 출신으로 사무총장을 지낸 안경률 의원은 서울대 철학과 선배인 YS의 오른팔이었던 최형우 전 의원을 통해 정계에 입문했고 친이계이며 그중에서도 친이재오계의 핵심으로 꼽힌다. 정병국 현 사무총장도 상도동에서 YS를 가까이 지켜보며 정치를 배웠다.

박형준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