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호

牛펀드

송아지에 투자하는 소(牛) 펀드를 아십니까?

  • 김희연│신동아 객원기자 foolfox@naver.com│송홍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10-04-29 11: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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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펀드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선박 펀드, 금 펀드, 와인 펀드…. 소리 없이 자리 잡은 실물 펀드 중 소 펀드가 있다. 소 펀드가 거둔 수익률과 한계, 전망을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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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20일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가 전북에 터를 잡은 E농장을 찾았다. 한나라당 대표 시절 브루셀라가 창궐했을 때 연을 맺은 곳이다. 강 전 대표가 2007년 이 농장을 방문했을 때 축사는 을씨년스러웠다. 농협에서 구입한 임신우 33두 가운데 30두가 브루셀라에 걸려 새끼를 유산했고, 사육우에게도 전염돼 키우던 소(402두)를 살처분했다. 농장주 부부도 인수공통 전염병인 브루셀라를 앓았다.

    3년 노력 끝에 농장은 부활했다. 소 1050마리가 풀을 뜯는다. 경기 성남시 구미동에 텃밭을 일군 강 전 대표는 농사로 소일하면서 때를 기다린다. E농장에 위탁해 소도 키운다. 소가 얼마나 자랐는지 보고자 E농장에 들른 것. 강 전 대표는 지난해 가을 250만원을 주고 송아지를 구입했다. 농장에 맡겨 키운 소는 덩치가 제법 불었다. 농장주는 “내년 이맘때쯤 도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제역, 브루셀라가 리스크

    소리 소문 없이 자리 잡은 소(牛) 펀드는 강 전 대표처럼 송아지를 구입해 농장에 맡겨 키운 뒤 소를 팔아 수익을 내는 구조다. 선박 펀드, 와인 펀드와 수익 구조가 유사하다. 수송아지를 6개월령 이전에 거세해 24개월령 때 도축한 소를 최고급으로 치는데, 강 전 대표의 소도 고급육을 생산하는 거세우다. ‘거세우 고급육’으로 소가 분류되면 한 마리에 최고 1200만원까지 받는다.

    24개월령 거세우 거래가는 평균 800만~900만원. 강 전 대표는 5개월령 송아지를 구입했다. 농장주가 19개월을 더 키운 뒤 도축한다. 800만원을 받고 소를 팔면 550만원이 남는다. 사료 값과 농장주 인건비를 제외한 수익이 강 전 대표 몫. 농장주는 “800만원에 소를 팔면 강 전 대표 몫은 100만원쯤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50만원을 투자해 19개월 만에 100만원의 투자 수익을 거두는 것이다.



    최소 가입 단위는 농장마다 다르지만 송아지 30~50마리가 일반적이다. 거금을 투자해야 하고 소 값 하락, 구제역 브루셀라 같은 전염병 등 리스크도 적지 않다. 농장주는 초기 자본을 확보하고,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자 펀드를 모집한다. 설명회를 열고 펀드를 모집하는 게 일반적이다. 홍보가 활발하지 않으므로 지역 농협이나 농장에 직접 전화해 설명회 일정을 파악해야 한다.

    금융회사가 운용하는 소 펀드도 순항 중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롯데마트는 ‘지리산 순한 한우’라는 브랜드의 쇠고기를 팔았다. 등심, 안심, 채끝, 앞다리, 목심, 설도 등 다양한 부위의 고기가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를 만났다. 1300마리분의 쇠고기가 팔려나갔다고 한다.

    ‘지리산 순한 한우’는 농림수산식품부가 주관하는 ‘축산물 브랜드 페스티벌’에서 3차례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2009년엔 대상을 받았을 만큼 우수한 품질을 자랑한다. ‘지리산 순한 한우’의 성공 배경에도 소 펀드가 있었다.

    ‘롯데쇼핑-순한 한우 특별자산 투자신탁(순한 한우 펀드)’이라는 이름의 펀드는 2007년 10월 설정돼 2010년 만료한다. 공모를 통해 투자자를 유치해 설립한 SPC(순한 한우 제이차 유한회사)가 6개월령 송아지를 구입해 농협 순한 한우 브랜드사업단에 위탁했고, 한우 농가가 24개월 사육한 뒤 롯데쇼핑에서 상품화한 것이다. 투자자가 판매 수익금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농장이 운영하는 소 펀드와 마찬가지로 송아지 매입 가격과 상품 가격 간 차이가 펀드의 수익이다.

    위탁 소 사육을 맡은 순한 한우 브랜드 사업단은 고흥, 구례, 보성 등 전남 8개 시·군 7개 조합이 만든 공동 사업단이다. 사업단은 2006년 9월 소 펀드 1호인 ‘마이에셋 웰빙 한우 특별자산 투자신탁’에도 참여한 바 있다. 펀드의 수익률이 양호한 편이었고, 브랜드 인지도 향상에도 기여했기에 두 번째 펀드를 출시할 수 있었다.

    꿩 먹고, 알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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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업에 참여한 롯데마트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소를 구입한 2007년 11월은 때마침 한우 가격이 하락한 시기다. 현재 한우 가격은 오름세다. 롯데마트 윤병수 축산팀장은 “타이밍이 잘 맞아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소비자도 질 좋은 고기를 싸게 구입할 수 있었다. 지금은 송아지 가격이 오른 상황이지만, 앞으로도 소 펀드는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펀드’로서의 수익률에 관심이 간다. 순한 한우 펀드는 투자자들에게 6개월마다 7.2% 수준의 배당을 해왔고, 만기 시점에도 이 수준의 배당이 예상된다. 브랜드사업단과 롯데쇼핑이 지육(脂肉)당 최소 매입 단가를 펀드가 수익을 거두게끔 약정했기에 6개월마다 7.2%의 배당이 가능했다. 혹시 있을지 모를 가격 하락 위험을 사전에 제거한 것이다. 최초 설정 이후 만기 시점의 최종 수익률은 2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펀드를 운용한 마이에셋자산운용 김수현 대리는 “같은 기간 다수의 실물 펀드가 마이너스의 낮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할 때 상당히 높은 수익률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방자치단체인 경기도도 소 펀드 사업에 뛰어들었다. 현대증권과 대신투자신탁운용이 공동 개발한 ‘대신 사모 경기한우 특별자산 투자신탁(경기한우 펀드)’이 그것이다. 이 펀드는 2007년 12월, 2008년 1월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1호와 2호를 판매했다.

    군인공제회와 기업은행에서 70억원 규모를 투자했고, 6개월령 거세 한우 수송아지 1340마리를 3개 브랜드 35개 농가에 24개월간 위탁해 사육했다. 펀드 만기는 2010년 8월이다. 공동 사업자인 경기도의 관리하에 ‘양평개군한우’ ‘경기북부한우백년’ ‘이천임금님표한우’ 3개 브랜드가 참여했다.

    수익이 있으면 위험도 있는 법. 경기한우 펀드를 운용하는 대신투자신탁운용 성경일 팀장은 “지금은 원금을 상환하는 과정이 진행 중이고, 다 큰 한우를 본격적으로 판매하고 난 후 차익을 따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 “소 값 등락 폭이 크기 때문에 소 펀드는 위험성이 높은 상품”이라고 말했다.

    경기한우 펀드는 쇠고기를 경기도 학교 급식용으로 납품해 고정적인 유통마진을 얻을 수 있어 소 값이 하락하더라도 손실분을 상쇄할 수 있다고 한다.

    경기도청 농정국 축산과 이강영 주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고 사업을 완료한 뒤 평가를 해봐야 수익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펀드 운용 기간 중 소의 사료가 되는 곡물 값이 출렁였고, 구제역 같은 질병도 발생했다.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일반 펀드도 운용이 어렵지만, 소와 같은 특수 펀드는 살아 있는 동물을 키우기에 수익률 예측이 더욱 어렵다고 한다. 소 펀드가 공동사업체제로 운영되는 것은 사육 환경을 통제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마이에셋자산운용 김수현 대리는 “농가를 일일이 상대하는 사업이라면 어렵겠지만 브랜드 사업단이나 지방자치단체처럼 농가 관리가 가능한 공동 사업자를 확보하면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소 펀드 최고 악재는…

    사육 외적인 변수도 있다. 소 펀드 최고 악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 직후 한우 값이 크게 떨어졌다. 그러나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문제가 불거지고 한우가 프리미엄 브랜드로 대접받으면서 가치가 높아지는 바람에 오히려 득을 봤다. 광우병 소동을 거치면서 쇠고기 원산지 표시 제도를 시행한 것도 소 펀드에 도움이 됐다.

    농장과 직거래하는 정육점형 식당이 증가하면서 한우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도 수익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보인다. 소 펀드는 소라는 생물의 특성뿐 아니라 정부 정책, 시장 상황에도 영향 받는 상품이다.

    순한 한우 펀드와 경기한우 펀드는 송아지를 구입할 때와 키운 뒤 도축해서 판매할 때의 차익거래로 수익을 거두는 방식이다. 매입 시점에 예상한 판매 시점 시세보다 소 값이 떨어지면 유통마진으로 리스크를 줄이는 구조다.

    충남 예산군과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이 선보인 ‘GB사모 한우예찬 특별자산 투자신탁(한우예찬 펀드)’은 수익 구조가 앞서 소개한 펀드와 다르다. 한우예찬 펀드는 암송아지를 매입해 위탁 사육하고, 송아지가 암소로 자라 낳은 송아지를 판매해 수익을 얻는 방식이다. 이 펀드는 올 6월이 만기다.

    한우예찬 펀드는 2007년 7월 110억원 규모로 설정됐다. 110억원 가운데 72억원을 암송아지를 구입하는 데 썼고, 나머지 자금을 사육관리비와 투자자 확정이자 지급금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암송아지 2750마리를 농가에 위탁해 사육하고 있으며 암송아지가 낳는 송아지를 팔아 가입자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한 자금을 회수한다. 운용 기간 3년, 연 목표 수익률은 9%로 설정돼 있다.

    암송아지 펀드

    한우예찬 펀드가 구입한 암송아지는 충남, 전북의 80여 개 농가에서 자란다. 암소 한 마리가 3년 동안 평균 2마리의 송아지를 낳는 것으로 펀드를 설계했다. 암소를 농가에 마리당 400만원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계획이다.

    한우예찬 펀드를 운용하는 골든브릿지자산운용 관계자는 “민간 자본을 농가에 지원함으로써 농가 수익을 높이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효과도 있었다”고 말했다.

    암송아지 펀드와 농장을 잇는 연결고리는 씨알목장의 ‘한우예찬’이라는 브랜드. 한우예찬은 항생제나 성장촉진제를 쓰지 않고 섬유질 사료를 주로 먹인 고급 한우다. 암소를 키우는 위탁 농가들은 암소가 낳은 송아지를 6개월령 때 씨알목장으로 넘겨주면서 사육비를 받는다. 또한 펀드가 암소를 판매할 때 우선 매입권을 가진다.

    씨알목장 김태종 대표는 “쇠고기 판매와 브랜드 홍보에 큰 도움이 됐다. 사육에 필요한 제반 여건도 좋았다. 앞으로도 기회가 닿는 대로 소 펀드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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