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호

중장기 주택시장 변화 요인 점검 및 전망

  • 김완중│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wjkim@hahif.re.kr│ 송경희│수석연구원│ 손은경│수석연구원│ 강전은│연구원│

    입력2010-04-29 11: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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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도권 신도시와 강남 아파트값의 조정 움직임을 둘러싸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란이 뜨겁다. 최근 떠돌고 있는 일본식 부동산 버블 붕괴 시나리오가 대표적인 경우다. ‘신동아’가 각 전문기관의 연구결과물을 검토해 선정한 이달의 보고서는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3월 하순 발표한 ‘중장기 주택시장 변화요인 점검 및 전망’이다. 단기적인 변동 상황에 주목하기보다는 인구구조와 가계부채라는 중장기 변수를 통해 주택시장의 미래를 예측하는 근본적인 접근법을 택한 이 보고서는, 길게 보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고 급락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결론짓는다. 연구소 측과의 협의를 거쳐 전문을 게재한다. <편집자>
    중장기 주택시장 변화 요인 점검 및 전망
    과거 국내 주택시장에서는 자가 보유에 대한 강한 욕구와 부동산 불패신화를 바탕으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며 주택가격의 장기적 상승세가 이어져왔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일시적인 가격 조정국면과 규제완화에 따른 재반등을 경험한 후로는 과열국면을 조정하기 위한 주택금융규제가 다시 도입되면서 가격 정체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처럼 단기적으로는 정책변수가 주택가격에 대한 불확실성을 확대시키고 있는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급속한 고령화와 베이비붐 세대 은퇴에 따르는 가계자산과 부채구조의 변화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가 중장기적으로 부동산 가격 추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이 보고서에서는 인구구조 변화, 가계부채 조정, 가계자산의 구성변화 가능성을 점검함으로써 중장기적 관점에서 주택가격의 향방을 전망해보고자 한다.

    금융위기 직후 국내 주택시장도 다른 주요국 주택시장처럼 급락이 우려됐지만, 주택가격은 전고점 대비 2%, 기간으로는 6개월 남짓의 짧은 조정기만을 거쳤다. 특히 지난해 중반에는 과열이 우려될 정도로 빠른 회복세를 보였고 이에 따라 하반기에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다시 도입되면서 거래가 위축되고 가격하락 가능성마저 대두됐다.

    앞으로도 단기 차원에서 주택시장 환경을 살펴볼 때 가격 상승 압력이 부각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경기 및 소득 회복 속도를 감안하면 주택구매능력이 빠른 시일 내에 개선될 것으로 판단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경제는 금융위기를 빠르게 극복하고 연간 4~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고용이나 소득회복 속도는 크게 미진해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서울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이 금융위기 당시(7.2배)를 상회(2009년 7.5배)하고 있다는 사실은 가계의 주택 구매가 활발히 이루어지기 어려운 상황임을 시사한다.

    부동산의 금융상품화가 진전되면서 주택금융의 확대 여부 역시 부동산 가격의 주요 변수로 작용해왔다. 이러한 측면에서도 앞으로 대출 확대를 통해 주택가격이 상승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전망이다. 2009년 말 현재 가계부채의 규모가 894조8000억원(GDP 대비 85%)에 달하는 가운데,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4년 1.2배에서 2009년 1.4배로 상승했다. 한마디로 가계가 추가로 돈을 빌릴 여력이 매우 제한적인 것이다. 여기에 앞으로 예상되는 금리 상승에 따라 채무부담이 증가할 것이라는 점과 DTI 등 주택금융 규제가 지속되리라는 전망 등 가계가 대출을 늘릴 수 없는 현실적인 제약도 존재한다.



    반대로 공급측면에서 보자면 과거 2~3년간 지속된 수도권 지역의 공급부족 심화는 단기적으로 주택가격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 2008년과 2009년 수도권 아파트 입주물량은 각각 15만8000호와 15만호였다. 2000년대 이후의 평균수준이 17만3000호였고 정부의 연간 추정 수요량이 19만2000호였음을 점을 감안하면, 최근 2년 동안 연속으로 공급량이 수요치에 크게 못 미친 셈이다. 건설 경기가 다소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는 올해에도 아파트 입주는 17만호에 그칠 것으로 보여 역시 추정 수요량에는 미치지 못할 듯하다.

    물론 보금자리주택 공급계획과 향후 주택가격 불확실성이 매수 대기 심리를 강화함으로써 이러한 공급 부족이 단순히 전세 가격을 올리는 것으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뉴타운 사업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2010년 서울의 멸실 주택이 전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약 5만9000호)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급 부족에 따른 어느 정도의 가격상승 압력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택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 중 하나인 정부 정책 측면을 보자면 실물경기에 미칠 영향과 서민 주거안정 확보 등을 감안해 주택가격 안정을 유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가격 변동 폭이 일정수준을 넘어서면 주택경기 부양책과 억제책을 적절히 병용할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이상의 요소들을 종합해보면 단기적으로 국내 주택가격은 전반적인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예상되는 인구구조 변화

    앞서 살펴보았듯 주택가격에 단기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변수에는 경제성장률이나 유동성, 기 주택수급이나 정부의 부양책 시행 등이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주택가격을 살펴보자면 인구구조의 변화 등 주택수요 기반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중장기 주택시장 변화 요인 점검 및 전망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1983년 인구대체 최저선인 2.1명 이하로 하락했고, 이후 저출산 현상이 지속되면서 2008년 현재 1.19명을 기록하고 있다. 인구성장률 또한 1985년부터 1%대의 저성장시대에 돌입한 이후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여왔기 때문에 2018년 4934만명을 정점으로 이후에는 아예 총인구가 감소하는 방향으로 돌아설 전망이다.

    인구 변화와 더불어 빠른 고령화에도 주목해야 한다.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총인구의 7% 이상일 때를 고령화사회, 14%이상을 고령사회, 20% 이상을 초고령사회라 하는데, 우리나라는 이미 2000년에 고령화사회에 진입했고, 2018년에 고령사회, 2026년에 초고령사회 진입이 예상되고 있다. 이는 기타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다.

    게다가 생산활동인구(15~64세)도 2016년 3619만명을 정점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어 향후 생산활동인구가 노인부양에 들여야 하는 부담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활동인구의 노인부양 비율은 2009년에 7명당 1명이었지만, 2018년 5명, 2027명 3명, 2036년에는 2명당 1명꼴로 점차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또한 노동력의 주축인 30~40대는 2006년부터 이미 감소하기 시작해 2010년 현재 총인구 중 33.7%를 차지하고 있는데 2020년 이후에는 30% 이하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총인구가 2018년 정점을 기록한 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혼인율 하락 및 이혼율 상승, 인구 고령화 등으로 인해 1인 가구 및 부부가구 증가는 지속되고 있다. 이들 소규모 가구가 2010년 총가구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4%로, 증가 추세는 2020년 39.3%, 2030년 44.4%로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나라의 인구감소 및 노령화 속도는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므로, 이로 인해 앞으로 10년 뒤 부동산시장에는 근본적인 추세의 변화가 불가피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베이비붐 세대의 대규모 은퇴 역시 주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베이비붐세대는 1차세대(1955~63년생)와 2차세대(68~76년생)로 구분되며 총 1480만명(각각 728만명, 75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30.3%를 차지한다. 특히 인구의 14.9%를 차지하는 1차 베이비붐세대의 비중과 자산보유능력 등을 감안할 때 이들의 은퇴시기가 오면 주택수요에 커다란 변화가 올 수밖에 없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베이비붐 세대가 주택시장에 진입한 초기(1986~91년)와 외환위기 이후 이들의 주택교체 수요가 증가한 2000년대 초반에 주택매매가격은 크게 상승했다. 또한 연령대별 자산보유 및 부채실태를 살펴보면 베이비붐 세대(45~55세, 2006년 기준)의 약 71.5%가 자가를 보유하고 있으며 92.8%가 부채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중장기 주택시장 변화 요인 점검 및 전망
    문제는 이들 베이비붐 1차세대가 올해부터 본격적인 은퇴에 나선다는 점이다. 특히 40% 이상을 차지하는 임금근로자(약 311만명)가 향후 9년 동안 은퇴할 것으로 전망된다. 퇴직 후 가계소득이 감소하면 이들은 저축을 줄이고 투자를 줄여나갈 가능성이 높고 소유 부동산을 처분할 공산이 크다. 실제로 국내 60세 이상 고령자의 주요 소득원을 살펴보면 ‘자녀 및 친지지원 의존’이 56.6%로 자녀세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적연금이나 생활보호 지원이 노후자금의 주요 수단인 일본(57.4%)이나 미국(55.8%)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 베이비붐세대는 은퇴 후에 노후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 자산을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이들에 대한 부양부담 증가는 향후 자녀세대들의 주택수요 감소를 가져올 가능성도 존재한다.

    한편 주요 주택구매연령 계층(35~55세)은 현재 1727만명으로 총인구의 35.3%를 차지한다. 앞으로 그 비중이 점차 줄어들긴 하겠지만 2020년까지 총인구의 33% 수준은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추이와 비교해보면, 주택가격이 상승세를 기록한 2000년 이후 인구구성 가운데 35~55세의 비중은 평균 30% 이상이었고 지난 20년간 연령대별 주택보유현황에서 고연령대로 갈수록 주택소유 비중이 높아졌음을 미루어 볼 때, 주택구매연령층의 비중이 줄어드는 추세가 고스란히 주택수요의 급격한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할 수 있다.

    향후 1차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와 함께 부동산시장의 가격 하락세가 우려되긴 하지만, 인구구조 측면에서 주택 실수요층은 앞으로도 10년 동안 일정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그에 따라 이들이 주택시장의 안정적 수요층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비붐 자녀세대들의 신규 시장진입과 2차 베이비붐세대 및 그 자녀들의 주택시장 진입으로 인해 최소한 2020년까지 일정 수준의 주택수요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가계부채 조정, 급락 뇌관 될 수도

    한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적극적으로 디레버리징(빚 상환)에 나선 다른 국가 가계들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금융위기 기간에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됐다는 점이 상당히 우려스럽다. 경제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부채 규모의 증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국내의 경우 증가속도와 구성에서 염려스러운 부분이 존재하는 것이다. 일단 국내 가계부문의 금융부채 규모가 2009년 3·4분기 현재 894조원에 달한다. 이를 GDP에 대비해보면 85.7% 정도로 미국 등 주요국에 비해 높지 않지만, 금융자산에 대비해보면 46.4%로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25~40%)에 비해 훨씬 높다. 유동성 제약이 발생할 경우 금융자산을 팔아 부채를 상환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2007년 말 기준 한국노동패널자료를 통해 좀 더 자세히 가계부채 현황을 분석해보면, 부채 가구만을 기준으로 할 때 가계부채는 평균적으로 가처분소득 대비 1.3배, 금융자산 대비 3.8배, 총자산 대비 0.2배로 전반적인 채무 건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3배 이상인 데다 금융자산 대비 부채비율이 5배 이상인 고부채 가구의 수 및 부채 비중이 2003년 각각 3.1%, 10.9%에서 2007년 5.3%, 21.2%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이들 고부채 가구 중 가처분 소득에서 생활비와 원리금 상환액을 차감한 가계잉여가 마이너스인 이른바 ‘취약가구’의 부채비중은 2003년 4.0%에서 2007년 7.7%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같은 분석은 2007년 자료를 근거로 한 것인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계소득 개선이 부진한 반면 부채는 증가했고, 2010년 이후 주택담보대출의 본격적인 원금 상환 시기가 도래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가계부채 상황은 더욱 악화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2009년 4·4분기부터 2010년 3·4분기까지 일시상환형 주택담보대출의 만기도래금액이 총 58조5000억원 규모로 2009년 말 전체 주택담보대출 잔액의 약 18%에 달한다. 이 중 차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DTI 40% 상회 대출의 비중이 전체 만기도래 금액의 3분의 1을 차지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또한 가계부채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동산 담보대출의 경우 변동금리부 대출 비중은 2009년 8월말 현재 92.7%로 미국(2003년 13%에서 2006년 25%로 증가)에 비해 훨씬 높아 금리가 인상될 경우의 충격도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원금 상환시기 도래, 금리 상승, 또는 금융위기 이후 소득 개선 부진에 따른 가계부채 조정이 일어난다면 부동산 하락이나 급락의 악순환을 불러올 수도 있다. 2009년의 한 연구는 2007년 노동패널 자료를 근거로 원금상환 부담이 본격화될 경우 부채가구의 16.3%는 2년 이내에 부동산을 처분해야 할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기준금리가 1%p 인상될 경우 가계의 순이자 부담은 연간 1조2000억원가량 늘어나고 DTI는 1.5%p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소득이 5% 감소할 때 DTI는 1% 증가하고, 소득 및 금융자산 기준 취약가구의 비중은 7.7%에서 8.5%로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더불어 가계 내의 부동산 처분 압력이 실제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연결될 경우 주택대출 LTV(담보인정비율)이 상승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채권보전에 위험을 느낀 금융기관이 대출회수에 나선다면 부동산 처분압력이 더욱 커지면서 부동산 가격이 급락 국면에 빠져드는, 말 그대로 악순환이 벌어질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선진국 대부분은 주택가격 버블 붕괴를 경험한 반면 국내 주택가격은 뚜렷한 조정을 겪지 않았다는 점은 이 같은 부동산 가격 하락 시나리오에 대해 더욱 경계의 끈을 늦추기 어려운 이유다.

    한편 서울의 실질주택가격지수는 장기평균치(1990년 이후 평균)와의 괴리율이 2008년 상반기 고점(1.42배 수준)에 비해서는 축소되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1.37배)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주택가격 조정 가능성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다만 금리 인상이 시작돼도 그 속도가 빠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상대적으로 국내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보수적인 LTV, DTI 적용으로 담보력 또는 채무상환능력이 양호하다는 점에서 가계부채 조정 및 이로 인한 부동산 가격 급락이 단기간 내에 현실화할 가능성은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된다.

    포트폴리오의 문제

    중장기 주택시장 변화 요인 점검 및 전망
    2008년을 기준으로 국내 가계의 보유자산 비중을 살펴보면 실물자산 비중이 80%에 달해 부동산 자산 위주로 포트폴리오 불균형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저성장·저금리 기조 속에서 강력한 부동산 규제조치가 쏟아져 나오면서 부동산 투자수익률이 부진해지자 가계의 금융자산이 점차 늘어나고 있기는 하지만, 선진국 가계와 비교하면 여전히 저조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부동산 불패신화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부동산 위주의 재테크 문화가 고착화된 가운데 부동산 가격의 하방경직성과 부동산 형태의 유산상속 선호현상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 가계의 연령별 자산 포트폴리오 구성을 살펴보면, 부동산 비중은 은퇴를 전후한 시점(50~60세)에 정점을 기록하고 노후로 갈수록 점진적인 하락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 같은 현상은 자녀 교육이나 결혼과 관련해 대규모 지출이 일단락되는 연령대인 퇴직 시기를 전후로 주택규모를 줄이고 대신 금융자산으로 전환해 노후에 필요한 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특성은 고령화와 기대수명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사회안전망 미비에 따른 노후불안, 유산마련 동기 등과 맞물려 중장기적으로 부동산 가격의 전반적 하락세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나 베이비붐 세대들의 경우, 부동산 자산에 대한 심각한 편중을 감안하면 주택담보대출 관련 부채 부담과 금융자산 및 연금자산 부족 등으로 퇴직 후 소비를 지속적으로 충당할 재원이 크게 부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은퇴세대의 부동산 매각이 예상되면서 이들이 대거 보유하고 있는 중대형 주택 위주로 가격조정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부동산을 매각하는 대신 역모기지(주택연금)를 생활자금원으로 활용하는 방법이 확대될 수는 있겠지만, 이 경우에도 운용주체들의 매각, 임대 등에 따른 부동산 가치하락 추세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가계 자산배분의 근본적인 변화는 과거 미국과 일본의 경험에서 확인할 수 있듯 앞으로의 자산가격 경로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과거 미국에서는 1946~64년 출생한 베이비부머가 40대로 진입한 1985년 이후 자산수요 급증과 소비가 함께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며 자산가격의 장기적인 상승세가 지속되는 국면이 나타났다. 반면 일본의 경우에는 1947~49년 출생자가 자산구입 핵심연령으로 등장한 1980년대 후반 단기간의 호황을 끝으로 1990년대 자산버블 붕괴와 더불어 정책적인 요인들이 결합되며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으로 대표되는 장기침체를 경험했다.

    비슷한 인구구조의 변화를 경험한 두 나라에서 자산가격 및 경기 경로의 차별화가 나타난 이유는 일본의 경제정책 실기(失機)에도 일부 원인이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인구구조의 특징(일본의 베이비붐 세대는 3~4년 정도로 미국에 비해 짧게 형성되어 있는데다 고령화 속도도 훨씬 빠르게 진행됐음) 때문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일본의 급속한 인구구조 변화는 가계의 안전자산 쏠림현상(총 자산 가운데 부동산 비중을 70% 이상 유지)을 통해 부동산 버블, 경제활력 저하 및 디플레이션이라는 경로로 이어졌고, 끝내 자산가격 급락세로 귀결됐다. 이러한 일본의 사례는 빠른 고령화 속도와 가계자산의 80%를 부동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부동산 가격이 중장기적으로 하락하게 되면, 부동산시장의 단기적 수급 비탄력성을 고려할 경우 가계의 실물자산과 단기 금융부채 간 불일치(mismatching) 위험을 확대시키는 결과가 나타날 우려가 있다. 국내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10년을 초과하는 장기상품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는 있으나 실제 존속기간 기준으로는 3년 이내 상환이 전체의 70%를 상회한다. 최근 금융당국과 금융기관이 적극적인 만기연장 유도를 통해 원리금 상환부담을 완화시키려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지만 미스매칭 문제의 근본적 해결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유동성 측면에서는 저소득층과 고령층 위주로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외환위기 이후 중대형과 소형 아파트 사이의 가격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저소득층이 체감하는 부의 효과는 크지 않다. 특히 저소득층은 자산 간 배분에서 부동산 편중 정도가 상대적으로 심각하기 때문에 외생적인 충격이 완충지대 없이 직접 가계 악화로 전달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저소득 가계는 금융자산 축적이 매우 미흡한데다 부동산 자산취득에 따른 금융부채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서 부동산 가격 하락이 재무건전성 문제로 곧바로 연결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는다. 연령대별로는 고령층의 포트폴리오에서도 부동산 자산 비중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소득원이 없는 노년층의 유동성 제약이 우려되는 것이다.

    중장기 주택시장 변화 요인 점검 및 전망
    한편 부동산 가격 하락은 가계뿐 아니라 금융권 부실 문제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2000년대 들어 주택구입 목적의 가계대출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현재 은행권의 주택담보 비중이 전체 가계대출 잔액의 54%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확대된 상태다. 이 같은 환경에서 부동산 가격이 빠르게 하락할 경우 가계의 재무구조 위험과 함께 금융권의 부실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단기적으로 국내 주택시장을 전망해보면 금융위기 이후 소득 회복세 부진, 과도한 가계부채 등의 영향으로 가계의 주택구매능력 개선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지만, 서울 중심의 공급부족 심화 영향으로 주택가격의 급격한 조정보다는 물가상승률 내외의 보합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국내 인구구조의 변화 및 가계자산 포트폴리오의 부동산 편중 현상의 조정 등에 의해 향후 부동산시장의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부동산시장 연착륙하려면

    특히 베이비붐세대 은퇴 시점인 2010년 이후에는 은퇴가계의 소득수준 감소, 노후대책부족 및 주택관련대출 부채부담 등으로 보유자산 매각이 불가피하다. 자산구조 상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이 높고 부동산 편중 현상이 심각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금리 인상이나 소득감소 같은 외부충격이 발생할 경우 가계부채 조정에 따른 부동산 자산 처분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그러나 주요 주택구매연령 계층(35~55세)의 비중이 향후 15~20년간 총인구의 30% 수준을 유지하는데다 총가구수 및 소형가구수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어, 향후 부동산 가격의 급락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또한 인구구조의 변화만으로 부동산 가격의 급락을 예측하는 것은 무리라고 할 수 있는데, 미국도 2007년 서브프라임 사태 당시 주택가격 급락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본격적으로 부각된 경기침체로 실업률이 증가하고 가계소득이 감소하는 등의 복합적인 요인이 결합해 발생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일본 역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이후 노후생활 보장을 위한 보유주택 매도와 정책실패가 결합되어 장기불황으로 이어지며 주택가격이 하락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할 것이다.

    또한 가계자산의 부동산 편중현상을 조정할 수 있도록 부동산 정책과 금융부문의 제도 개선도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과거 주택가격이 하락할 때마다 정부가 개입해 인위적으로 주택가격을 부양하면서도 부동산과 관련된 자본차익 과세에 대해서는 세제가 미비했던 선례(불합리한 세율 및 과표기준, 각종 감세혜택 등)는 가계자산의 부동산 편중 현상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와 함께 대체투자시장의 미성숙, 부동산 관련 금융상품 미비 등 금융부문의 낙후성은 인구 고령화나 베이비붐 세대 은퇴에 따라 가계자산 구조가 급변하는 경우 부동산 가격의 급락을 촉발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부동산 조세정책 개편(보유세 위주의 세제 등)뿐 아니라 장기 간접투자 상품 개발과 간접투자 촉진을 위한 이자·배당 소득세 비과세 같은 세제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은퇴세대의 부동산시장 이탈이 큰 충격 없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또한 신규 세대의 원활한 부동산시장 진입이 가능하도록 역모기지, 보금자리론, 생애최초대출 등과 관련된 다양한 주택금융상품을 개발하고 개선해나갈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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