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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태 그 후, 이명박 정부 위기대응능력 비판

사장된 매뉴얼과 청와대-군 관계 부실이 ‘총체적 난맥’ 불렀다

  • 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천안함 사태 그 후, 이명박 정부 위기대응능력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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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의 움직임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있지만, 사실 조직 내부 논리로 보자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어떤 조직의 수장이든 사고가 발생하면 자신의 책임하에 1차적인 수습을 마치고 그 결과까지 상부에 보고하고 싶어한다. ‘이런 문제가 터졌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보다는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데 이런 방식으로 처리했습니다’라고 보고하길 원하는 것이다. 군이 실제로 무언가를 은폐하고 싶어서 그러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군은 특정상황이 벌어지면 그에 대응하는 표준대응절차(Standard Operating Plan·SOP)에 따라 움직이게 마련인데, 군의 SOP에 민간부문의 참여나 정무적 판단 등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그렇게 훈련받은 조직이기 때문이다. 초기부터 누군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결정사항 하나하나를 챙겨야 괴리를 최소화할 수 있다. 문민통제의 전통이 강한 서방에서는 보통 국방장관이 그 역할을 하지만, 한국의 국방장관은 여전히 군의 수뇌라는 자의식이 더 강하다. 청와대가 나서야 했겠지만 이를 하나하나 챙길 만한 시스템도 사람도 없었다. 바로 그 부분에서 지금과 같은 난맥상이 발생했다고 본다.”

직제상 청와대 내부에서 천안함 사건을 담당하는 조직은 외교안보수석실이다. 대외전략, 외교, 국방, 통일비서관실과 위기대응센터가 그 하부조직이고, 각 비서관실에는 8명 내외의 행정관이 있다. 명칭에서 확인할 수 있듯 각 비서관실은 업무분야에 따라 구분돼 있고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서는 국방비서관실이 주무 역할을 맡고 있다.

국방비서관은 장관의 참모?

천안함 사태 그 후, 이명박 정부 위기대응능력 비판

4월5일 오후 천안함 함미 침몰지역인 백령도 연화리 앞바다에서 민간 잠수사들이 인양작업을 시작하고 있다.

이러한 업무분야별 조직구성은 비중이 매우 큰 사안이 발생해도 다른 비서관실이 개입하기 쉽지 않은 형태다. 남북관계의 파장이나 조사 결과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기방안은 각각 통일비서관실과 대외전략비서관실이 검토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이후 북한의 금강산 부동산 동결 문제와 대통령의 핵안보정상회의 참석 및 2012년 회의 유치가 겹치면서 해당 비서관실의 업무도 폭증했다. 사건 자체의 대응과정에서 발생한 무수한 쟁점을 ‘청와대의 관점에서’ 고민하고 제어할 인원은 국방비서관실 행정관 8명뿐이라는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이는 기능별로 조직이 구분돼있어 융통성 있는 TF 구성이 가능한 백악관의 안보관련 참모조직 형태와 비교하면 차이가 명확하다.

더욱이 업무분야별 구성은 특정 비서관실과 특정 부처의 연관관계를 극대화하는 문제가 있다. 김병기 국방비서관만 해도 육사35기 출신의 현역 장성으로 직전까지 국방부에서 근무했다. 휘하 행정관 역시 상당수가 현역 군인이다. 국방비서관실을 대통령을 보좌해 국방 분야를 통할하는 참모조직이라기보다는 국방부의 청와대 연락부서 정도로 생각하는 군 주변의 분위기는 이와 관련이 깊다. 4월2일 국회 긴급현안질의 과정에서 언론에 포착된 이른바 ‘VIP 메모’와 관련해 김태영 장관은 4월7일 국회 대정부질의 답변에서 “국방비서관도 제 참모라고 볼 수 있는데…지휘관에게 오해의 소지를 알려주는 것은 참모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국방비서관실이 과연 대통령을 대신해 군 당국을 제어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정무수석실과 외교안보수석실 사이의 구분도 짚고 넘어갈 대목이다. 사고수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정치적 논란을 예측하고 합리적인 대응책을 도출하는 작업은 상당부분 정무수석실의 몫이지만, 국방부가 사태대응을 주도하면서 외교안보수석실 이외의 파트가 이에 개입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워졌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한 전직 청와대 수석급 인사의 말이다.

“남북 간의 교전 등 군사상황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던 초기에는 당연히 군이 대응의 최전선에 서는 게 옳다. 그러나 이후 구조와 인양, 원인규명 작업에서는 발상을 전환해 전(全) 정부적인 차원으로 판을 키웠어야 한다고 본다. 국방부 위기대응반이 관계부처에 협조를 요청하는 형식이 아니라, 청와대 안에 위기대응TF를 만들고 이 조직이 각 부처의 행정력을 총동원하는 것이다. 그 틀 안에서 필요한 부분에는 군의 특수한 역량을 동원하는 형식으로 투입해야 했다. 사안의 파괴력이 군의 범주를 넘어섰다는 판단이 섰다면, 더 이상 부처 간 업무분장 같은 틀에 머물지 말았어야 했다는 얘기다. 각각의 결정사항이 범정부 차원에서 기획되고 조율됐다면 ‘군이 책임문제를 의식해 뭔가를 은폐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최소화할 수 있어서 결과적으로는 군에도 훨씬 나았을 것이다. 대통령과 장관의 판단이 다른 것 같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일이나 정무적 판단이 배제된 채 군 특유의 사고방식 때문에 여론의 반감을 사는 일은 막을 수 있었을 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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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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