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처럼 단기적으로는 정책변수가 주택가격에 대한 불확실성을 확대시키고 있는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급속한 고령화와 베이비붐 세대 은퇴에 따르는 가계자산과 부채구조의 변화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가 중장기적으로 부동산 가격 추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이 보고서에서는 인구구조 변화, 가계부채 조정, 가계자산의 구성변화 가능성을 점검함으로써 중장기적 관점에서 주택가격의 향방을 전망해보고자 한다.
금융위기 직후 국내 주택시장도 다른 주요국 주택시장처럼 급락이 우려됐지만, 주택가격은 전고점 대비 2%, 기간으로는 6개월 남짓의 짧은 조정기만을 거쳤다. 특히 지난해 중반에는 과열이 우려될 정도로 빠른 회복세를 보였고 이에 따라 하반기에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다시 도입되면서 거래가 위축되고 가격하락 가능성마저 대두됐다.
앞으로도 단기 차원에서 주택시장 환경을 살펴볼 때 가격 상승 압력이 부각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경기 및 소득 회복 속도를 감안하면 주택구매능력이 빠른 시일 내에 개선될 것으로 판단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경제는 금융위기를 빠르게 극복하고 연간 4~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고용이나 소득회복 속도는 크게 미진해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서울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이 금융위기 당시(7.2배)를 상회(2009년 7.5배)하고 있다는 사실은 가계의 주택 구매가 활발히 이루어지기 어려운 상황임을 시사한다.
부동산의 금융상품화가 진전되면서 주택금융의 확대 여부 역시 부동산 가격의 주요 변수로 작용해왔다. 이러한 측면에서도 앞으로 대출 확대를 통해 주택가격이 상승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전망이다. 2009년 말 현재 가계부채의 규모가 894조8000억원(GDP 대비 85%)에 달하는 가운데,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4년 1.2배에서 2009년 1.4배로 상승했다. 한마디로 가계가 추가로 돈을 빌릴 여력이 매우 제한적인 것이다. 여기에 앞으로 예상되는 금리 상승에 따라 채무부담이 증가할 것이라는 점과 DTI 등 주택금융 규제가 지속되리라는 전망 등 가계가 대출을 늘릴 수 없는 현실적인 제약도 존재한다.
반대로 공급측면에서 보자면 과거 2~3년간 지속된 수도권 지역의 공급부족 심화는 단기적으로 주택가격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 2008년과 2009년 수도권 아파트 입주물량은 각각 15만8000호와 15만호였다. 2000년대 이후의 평균수준이 17만3000호였고 정부의 연간 추정 수요량이 19만2000호였음을 점을 감안하면, 최근 2년 동안 연속으로 공급량이 수요치에 크게 못 미친 셈이다. 건설 경기가 다소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는 올해에도 아파트 입주는 17만호에 그칠 것으로 보여 역시 추정 수요량에는 미치지 못할 듯하다.
물론 보금자리주택 공급계획과 향후 주택가격 불확실성이 매수 대기 심리를 강화함으로써 이러한 공급 부족이 단순히 전세 가격을 올리는 것으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뉴타운 사업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2010년 서울의 멸실 주택이 전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약 5만9000호)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급 부족에 따른 어느 정도의 가격상승 압력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택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 중 하나인 정부 정책 측면을 보자면 실물경기에 미칠 영향과 서민 주거안정 확보 등을 감안해 주택가격 안정을 유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가격 변동 폭이 일정수준을 넘어서면 주택경기 부양책과 억제책을 적절히 병용할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이상의 요소들을 종합해보면 단기적으로 국내 주택가격은 전반적인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예상되는 인구구조 변화
앞서 살펴보았듯 주택가격에 단기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변수에는 경제성장률이나 유동성, 기 주택수급이나 정부의 부양책 시행 등이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주택가격을 살펴보자면 인구구조의 변화 등 주택수요 기반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