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호

타이거 우즈 과연 ‘섹스 중독 질병’에 걸렸나?

  • 이한음|과학칼럼니스트 lmgx@naver.com|

    입력2010-04-29 17: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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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년 11월27일 새벽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나무에 차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이 사건은 세계적인 섹스 스캔들로 번졌다. 타이거 우즈는 골프 중단을 선언했고 사과를 했다. 그리고 45일간 ‘섹스 중독’ 치료를 받았다. 2010년 4월 그가 다시 필드로 돌아왔을 때 그는 치료를 잘 받아왔다고 했다. 섹스 중독이라는 질병은 실제로 존재할까. 치료가 가능할까. 왜 치료해야 할까.
    타이거 우즈 과연 ‘섹스 중독 질병’에 걸렸나?
    그 사고는 처음에는 별일 아닌 듯했다. 며칠 전만 해도 인터뷰에 나와 “가족이 최 우선이고 골프는 두 번째”라고 단언했던 타이거 우즈였다. 그러나 ‘골프계의 바른 생활 사나이’가 순식간에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못지않은 스캔들의 황제로 변신하는 데는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불륜설이 떠돌 무렵 아내 앨린이 따질 것 같자 우즈는 아무 관계도 아니라고 안심시켰다. 그런데 11월26일 막상 기사가 실렸고 우즈는 아내를 피해 수면제를 먹고 잠들었다. 아내는 우즈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보았다. 내연녀는 우즈인 줄 알고 전화를 받았다. 불륜이 진짜임을 알자, 분노한 앨린은 우즈를 마구 흔들어 깨웠다. 우즈는 집 밖으로 달아났고 수면제 효과로 잠이 덜 깬 채 정신없이 차를 몰다 결국 나무를 들이받았을 것이다. 우즈와 관계를 가졌다는 여성이 10여 명까지 등장했다. 우즈는 홈페이지에 골프를 무기한 중단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그리고 가정에 충실할 테니, 사생활을 보호해달라고 요청했다.

    X-파일의 주인공도 ‘섹스 중독’

    5개월 뒤인 4월9일 우즈는 미국 프로 골프 투어 마스터스 대회로 복귀전을 치렀다. 공동 4위에 올랐고 골프 중계 시청률을 무려 47%나 올리면서 골프 황제의 부활을 알렸다. 대회 전날, 그는 공식 기자회견에서 “45일간 ‘치료’를 받고 거듭났다”고 했다. 앞으로도 ‘치료’를 계속 받을 것이며, ‘바른 생활’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어떤 병에 걸렸다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언론은 이미 그가 받은 ‘치료’가 ‘섹스 중독 치료’임을 밝혀냈다.

    중독 치료사들은 우즈가 받았다는 섹스 중독 치료는 알코올 중독 치료 과정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공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조차 그 치료 과정의 일부라는 것이다. 그런데 일각에선 섹스 중독이라는 질병이 실존하는 질병인지, 혹시 우즈가 대중의 비난을 모면하기 위해 지어낸 질병은 아닌지에 대한 의문이 나온 것도 사실이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미국 TV 드라마 ‘X-파일’의 남자 주인공 데이비드 듀코브니도 “섹스 중독 치료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그 역시 우즈처럼 “아내와 아이들의 사생활을 존중해달라”는 말을 덧붙였다. 섹스 중독 치료는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낯선 이야기이지만 소위 ‘통속 심리학의 왕국’인 미국에서는 섹스 중독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시설이 여럿이라고 한다. 우즈나 듀코브니 같은 유명인도 치료를 받고 나았다고 공표하는 것을 보면 섹스 중독이라는 질병과 섹스 중독 치료는 정말 있는 듯 보인다. 그렇다면 섹스 중독이란 구체적으로 어떠한 증세의, 그러니까 인간에게 어떠한 해를 주는 질병인지 궁금해진다.

    이와 관련해 패트릭 케언스는 1983년 섹스 중독에 관한 선구적인 책을 내기도 했는데 그는 이 책에서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섹스 중독은 ‘정상 생활을 방해하고 가족, 친구, 사랑하는 사람, 업무 환경에 심한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성적인 강박 행동’이다.”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중독을 일으키는 것은 많다. 마약류가 대표적이고, 술과 도박도 그렇다. 요즘은 컴퓨터 게임도 비집고 들어가 있다. 게다가 새로운 중독증이 나날이 늘고 있다. 성형 중독, 명품 중독, 신상품 중독, 다이어트 중독 등등. 섹스 중독도 그런 유의 중독 중 하나일까. 또한 섹스 중독에서 중독의 기준은 무엇일까. 얼마나 많은 상대와 얼마나 자주 관계를 가져야 이 질병에 걸렸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우즈 ‘의학적 섹스 중독’ 아닌 듯

    미국의 전문가들에 따르면 섹스 중독은 거의 남자에게 나타난다. 섭식 장애가 거의 여자에게 나타나듯이 말이다. 중독이란 무언가가 주는 쾌락에 푹 빠져서 그것이 부족하면 결핍 증상을 느끼기에 그 쾌락을 반복해 점점 더 추구하는 것을 가리킨다. 그렇다면 섹스 중독은 마약이나 술처럼 섹스와 섹스 상대를 그저 쾌락을 얻는 수단으로 삼는다는 말이 된다. 또한 다른 관심사는 다 제쳐두고 그것에 몰입한다는 의미도 된다.

    타이거 우즈 과연 ‘섹스 중독 질병’에 걸렸나?

    타이거 우즈와 불륜관계를 맺은 여인들로 구성된 2010년 달력.

    이러한 중독의 일반적 기준을 적용한다면 일도 제대로 못하고 식음을 전폐할 정도로 섹스에 몰두해야 섹스 중독인데 타이거 우즈는 비록 외도를 좀 자주 하기는 했지만 그러면서도 늘 골프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두어왔다. 스캔들이 터지기 전까지는 가정생활에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언론이 비록 그를 섹스 중독자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실제로 그는 자신의 직업, 가정, 섹스를 조화롭게(?) 컨트롤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즈에게 섹스 중독을 갖다 붙이는 건 일종의 ‘외도에 집착한다’는 비유적 표현이지 ‘의학적 중독’의 의미는 아니라는 이야기가 된다. 그의 중독은 이를테면 들통 났을 때는 도덕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가정이 파탄 나는 위험이 있긴 해도 들키지만 않으면 삶에 별 해가 없는 중독으로 비치기도 한다. 다소 중독 수준의 쾌락을 즐기는 데 필요한 시간과 노력과 비용을 감당할 만한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그러한 적당한 긴장은 스트레스 해소에 유익할 수도 있다.

    그런데 필자가 알아본 바로는 유감스럽게도 섹스 중독 자체가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질병일 수도 있다. 세계적으로 정신장애 분야의 가장 권위 있는 책인, 미국 정신의학협회 편람에는 ‘섹스 중독’이라는 질병 항목이 없었다. 그런데 협회 측은 “다음 개정판에는 넣을지 여부를 고려 중”이라고 한다. 우즈의 섹스 중독 치료로 사회적으로 커다란 화제가 됨으로써 원래는 ‘없던’ 질병을 ‘있게’ 만든 것일 수 있다. 아니면 주류 정신의학자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섹스 중독이라는 질병이 사회에 널리 스며들었을 수도 있다.

    질병은 세월이 흐르면서 변한다. 질병으로 분류되었다가 제외되는 것도 있고, 질병이 아니라고 여겨졌다가 질병 항목에 포함되는 것도 있다. 이를테면 미국 정신의학협회는 1973년까지 ‘동성애’를 정신장애로 분류했다. 과거에는 그저 기운이 좀 넘쳐서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한다고만 여겼던 아이를 지금은 ‘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라는 질병을 앓고 있다고 본다.

    일부 정신의학자나 심리학자는 공식적으로 섹스 중독을 치료하고 있다. 그들은 정상 생활을 못할 정도로 강박적으로 성욕을 추구하는 환자들을 실제로 접한다고 말한다. 지나친 성욕 추구는 정말로 뇌에 어떠한 문제가 발생한 질병일 수도 있다고 한다. 이는 성욕이 뇌 속의 화학물질과 연관되어있다는 사실에서 유래한다.

    이에 대한 선구적인 연구는 1969년에 나왔다. 이탈리아의 알레산드로 타글리아몬테 연구진은 ‘파라클로로페닐알라닌’이라는 물질을 생쥐 수컷에게 주사했다. 이 물질은 혈액과 뇌의 세로토닌 농도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 세로토닌은 뇌에서 분비되는 물질로서 수면, 우울증, 주의력 결핍 등 다양한 증상과 관련이 있다. 파라클로로페닐알라닌을 주사하자 곧 세로토닌 농도가 떨어졌는데 이어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생쥐들이 갑자기 성욕이 넘치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마구 교미하려고 애썼다. 반대로 세로토닌을 첨가한 먹이를 주자, 성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성욕에 관여하는 것이 남성호르몬만이 아니며 뇌에 있는 세로토닌 같은 물질이 성욕에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미친 듯한 성욕’ 유발물질 있다

    그렇다면 섹스 중독도 뇌의 비정상적인 화학물질 분비에서 비롯된다고 가정해볼 수 있다. 실제로 그런지에 대해선 연구가 덜 되어 있지만, 뇌에 세로토닌이 계속 작용하도록 하는 일종의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라는 물질을 투여하면 지나친 성욕을 제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사실 우울증 치료제인 프로작도 그런 물질의 일종인데 그 약을 처방해 성욕을 줄인 사례가 있다. 뇌를 연구하는 과학자가 섹스 중독과 관련된 화학물질이나 유전자를 발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지나친 성적 충동을 최초로 중독으로 분류해 상세히 기술한 논문이 실린 것은 1978년이다. 그 뒤로 여러 전문가가 그 견해를 받아들여서 퍼뜨리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통속심리학자들도 포함되었다. 섹스 중독을 하나의 증상으로 보려는 시도는 1980년대부터 부쩍 늘기 시작했는데 ‘중독자로서의 정체성’에 의문이 들긴 하지만 우즈, 듀코브니, 빌 클린턴 같은 유명 인사들은 섹스 중독이 실제로 있다고 믿게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러나 섹스 중독이라는 말에 의구심을 보이는 전문가도 여전히 많다. 에머리 대학교 심리학자 스콧 릴리언필드는 섹스 중독은 과학적 근거가 희박한 진단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병의 종류나 새로운 정보를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가리키는 말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즉 타이거 우즈가 그저 성적 충동을 억제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말해줄 뿐이라는 것이다.

    회의론자들은 현재 섹스 중독에 대한 보편적으로 합의된 검사법이나 진단 기준이 없다고 말한다. 즉 아무개가 아무개를 제멋대로 섹스 중독자라고 진단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또 그것은 정상적인 범위에 드는 현상을 질병이라고 재분류하는 것에 불과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을 병이라고 이름 붙임으로써 정신장애 범주에 항목을 하나 늘리는 식이다. 그렇게 되면 그것이 스스로 통제하기 어려운 병이므로 그 행동에 책임을 심하게 지우기도 어렵다는 논리가 따라붙는다.

    이에 대항해 섹스 중독을 인정하는 전문가들은 그 증세에서 나타나는 몇 가지 특징을 제시했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배우자와의 섹스에 집착하거나, 짧은 기간에 반복해서 성관계를 가지려는 충동을 느끼거나, 성적 쾌락을 위해 가족이나 일을 멀리하거나, 섹스를 골치 아픈 인생사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삼는 증세라는 것이다. 왠지 마약, 술, 담배, 도박 중독을 설명하는 내용을 이름만 섹스로 바꾼 듯 보이기도 한다.

    회의론자는 우즈가 섹스 중독 치료를 택한 이유는 뻔하다고 말한다. 섹스 중독이라는 질병은 우즈를 병마에 시달리는 희생자로 만드는 데 기여한다. ‘나의 일탈은 질병에 의한 것이고 나는 병을 앓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는 인상을 대중에게 심어주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권력과 부를 지닌 미국의 할리우드 스타나 스포츠계 인사들 사이에서 아내를 속이고 여러 여성을 만나는 행동은 드물지 않다. 몰래 욕망을 채우는 데 필요한 돈과 힘은 그들에게 얼마든지 있다. 들켜서 문제가 생겼을 때 “미안합니다, 치료를 받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는 제 발로 섹스 중독 치료 시설로 향하는 것이 미국 상류사회에서는 하나의 패턴이라고 한다. 섹스 중독 치료 시설이 계속 운영되는 것은 이러한 사람들의 이해와 딱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에선 일반화된 변명 패턴

    또 골프 스폰서와 골프로 많은 수익을 올리는 방송사는 아마 우즈가 섹스 중독에 걸렸기를 바랄 것이다. 실제 우즈는 그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는 ‘미안합니다. 내 의지로 안 되는 일이 있었거든요. 이제는 괜찮아요. 치료를 받았어요. 정상으로 돌아왔답니다. 이제 다시 일을 해야죠’라고 말하고 있다.

    섹스 중독에는 순수하게 과학적인 함의도 있지만 그보다는 과학의 권위를 빌려 문란한 사생활을 병으로 재분류함으로써 도덕적 문제를 의학적 문제로 전환시키려는 정치적인 전략 성격이 강해 보인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다보면 심지어 성매매 등 성적 일탈행위를 한 사람들을 의학적 장애자로 보고 약물 치료를 하는 사회가 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유행에 민감한 한국에는 왜 아직 ‘섹스 중독 질병’이 유입(?)되지 않는 걸까. 이것은 정신장애에 대한 편견이 아직도 심한 편인 우리 사회의 분위기와 연관이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정신 질환에 대해 훨씬 더 관대해지고 말랑말랑해진다면 우리 사회에서도 분명히 도덕적 문제가 의학적 문제로 치환되는 일들이 심심치 않게 발생할 것이다.

    타이거 우즈 과연 ‘섹스 중독 질병’에 걸렸나?
    그러나 우즈가 실제로 섹스 중독이라는 현저한 증세의 질병을 앓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이 점을 사실로 전제할 때 우리는 ‘퀭한 눈으로 섹스에 몰입하는 중독환자와 건강한 몸으로 기운차게 공을 날리는 골프 황제라는 모순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느냐’라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이때 ‘만능 해결사’인 다윈주의가 답을 제공할 수도 있다.

    먼저 스포츠의 속성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스포츠는 본질적으로 생산 활동과 무관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스포츠 경기를 보거나 직접 참여하는 일에 많은 시간을 낭비한다. 그 이유와 관련해 벨기에의 안드레아스 드 블로크와 지그프리트 데비테는 스포츠는 ‘동물의 구애 의식’과 비슷한, 문화적으로 진화한 신호 전달 체계라고 말한다. 이들의 말에 따르면, 다윈주의의 관점에서 ‘스포츠란 배우자를 골라 번식할 지위를 획득하기 위해 창안된 문화적 활동’일 수 있다. 높은 지위에 오르는 것(경기의 승리, 우승 등)은 가장 뛰어난 배우자를 얻게 되는 일로서 스포츠의 명성 순위 체계는 성 선택이라는 다윈주의에 뿌리를 둔다. 많은 관중이 스포츠 경기를 흥미롭게 지켜보는 것은 스포츠에 잠재해 있는 이러한 남녀관계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즐기기 때문이다.

    운동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정신적 육체적 강인함을 보여주는 행위는 진화론적으로 바람직한 자신의 형질을 과시하는 것과 같다. 이때 운동 경기의 종목은 별 상관이 없다. 중요한 점은 운동 실력이 뛰어난 유전적 자질을 간접적으로 알린다는 점이다. 최고의 운동선수는 힘, 인내심, 유연함 등을 고루 갖추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능력들은 인류가 진화하는 데 대단히 유리한 것이었다. 우리 뇌는 여전히 그런 자질의 사람을 짝이나 동료로 삼고자 한다. 심리학자 조프리 밀러도 저서 ‘메이팅 마인드’에서 운동 실력이 근본적으로 공작 수컷의 꼬리깃털 같은 것이라고 했다. 즉 공작 수컷의 꼬리깃털이 자신을 과시해 암컷을 유혹하는 역할을 하듯 운동실력도 마찬가지라는 거다.

    심리학자 대니얼 페럴리와 대니얼 네틀은 무의식적인 성적 동기가 스포츠의 경쟁 욕구를 자극한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그들은 20~30대 남성 프로 테니스 선수 수백 명의 순위를 조사했는데 결혼한 이듬해에 순위가 크게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혼인 선수는 같은 기간 순위가 급격하게 떨어지지 않았다. 저자들은 결혼한 선수는 경쟁에 시간과 노력을 덜 들이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나타났다고 해석했다. 즉, 결혼한 선수는 번식 상대를 이미 만난 직후여서 테니스를 통해 자신의 유전적 가치를 홍보하는 데에 덜 열성적이라는 것이다.

    섹스 중독이 골프 경기력엔 도움

    이러한 논의의 결과에 따르면 타이거 우즈의 섹스 중독과 그의 뛰어난 골프실력은 모순되지 않으며 양립이 가능하다. 우즈의 섹스 중독은 그가 번식에 대한 욕구, 즉 이성에게 자신의 유전적 가치를 홍보하려는 요구가 매우 왕성했다는 의미가 된다. 이러한 남다른 왕성한 욕구는 그가 비록 배우자를 얻어 자식을 낳았음에도 결혼 이전의 골프 경기력을 유지하도록 하는 데에 큰 도움을 준 것이 된다.

    네덜란드의 요리스 라메르스 연구진은 권력이 위선을 부추긴다는 점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그들은 실험 대상자 172명에게 고위직인 총리와 하급 공무원 역할을 번갈아 맡겼다. 그런 뒤 자전거 절도, 교통 법규 위반, 세금 등의 도덕적 딜레마를 생각하도록 했다. 실험 결과 사람들은 총리 역할을 맡았을 때 더 위선적으로 행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의 부도덕한 행동을 용납하지 않으면서 자신은 부도덕하게 행동하는 경향을 보였다. 예를 들어 주사위 게임에서 점수를 스스로 매기도록 했을 때 총리 역할을 맡으면 실제 이긴 횟수보다 더 많이 이겼다고 적었다.

    이러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우리는 우즈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 누구나 우즈의 자리에 오르게 되면 그처럼 행동하고 변명하기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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