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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 과연 ‘섹스 중독 질병’에 걸렸나?

  • 이한음|과학칼럼니스트 lmgx@naver.com|

타이거 우즈 과연 ‘섹스 중독 질병’에 걸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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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 과연 ‘섹스 중독 질병’에 걸렸나?

타이거 우즈와 불륜관계를 맺은 여인들로 구성된 2010년 달력.

이러한 중독의 일반적 기준을 적용한다면 일도 제대로 못하고 식음을 전폐할 정도로 섹스에 몰두해야 섹스 중독인데 타이거 우즈는 비록 외도를 좀 자주 하기는 했지만 그러면서도 늘 골프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두어왔다. 스캔들이 터지기 전까지는 가정생활에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언론이 비록 그를 섹스 중독자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실제로 그는 자신의 직업, 가정, 섹스를 조화롭게(?) 컨트롤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즈에게 섹스 중독을 갖다 붙이는 건 일종의 ‘외도에 집착한다’는 비유적 표현이지 ‘의학적 중독’의 의미는 아니라는 이야기가 된다. 그의 중독은 이를테면 들통 났을 때는 도덕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가정이 파탄 나는 위험이 있긴 해도 들키지만 않으면 삶에 별 해가 없는 중독으로 비치기도 한다. 다소 중독 수준의 쾌락을 즐기는 데 필요한 시간과 노력과 비용을 감당할 만한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그러한 적당한 긴장은 스트레스 해소에 유익할 수도 있다.

그런데 필자가 알아본 바로는 유감스럽게도 섹스 중독 자체가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질병일 수도 있다. 세계적으로 정신장애 분야의 가장 권위 있는 책인, 미국 정신의학협회 편람에는 ‘섹스 중독’이라는 질병 항목이 없었다. 그런데 협회 측은 “다음 개정판에는 넣을지 여부를 고려 중”이라고 한다. 우즈의 섹스 중독 치료로 사회적으로 커다란 화제가 됨으로써 원래는 ‘없던’ 질병을 ‘있게’ 만든 것일 수 있다. 아니면 주류 정신의학자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섹스 중독이라는 질병이 사회에 널리 스며들었을 수도 있다.

질병은 세월이 흐르면서 변한다. 질병으로 분류되었다가 제외되는 것도 있고, 질병이 아니라고 여겨졌다가 질병 항목에 포함되는 것도 있다. 이를테면 미국 정신의학협회는 1973년까지 ‘동성애’를 정신장애로 분류했다. 과거에는 그저 기운이 좀 넘쳐서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한다고만 여겼던 아이를 지금은 ‘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라는 질병을 앓고 있다고 본다.

일부 정신의학자나 심리학자는 공식적으로 섹스 중독을 치료하고 있다. 그들은 정상 생활을 못할 정도로 강박적으로 성욕을 추구하는 환자들을 실제로 접한다고 말한다. 지나친 성욕 추구는 정말로 뇌에 어떠한 문제가 발생한 질병일 수도 있다고 한다. 이는 성욕이 뇌 속의 화학물질과 연관되어있다는 사실에서 유래한다.



이에 대한 선구적인 연구는 1969년에 나왔다. 이탈리아의 알레산드로 타글리아몬테 연구진은 ‘파라클로로페닐알라닌’이라는 물질을 생쥐 수컷에게 주사했다. 이 물질은 혈액과 뇌의 세로토닌 농도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 세로토닌은 뇌에서 분비되는 물질로서 수면, 우울증, 주의력 결핍 등 다양한 증상과 관련이 있다. 파라클로로페닐알라닌을 주사하자 곧 세로토닌 농도가 떨어졌는데 이어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생쥐들이 갑자기 성욕이 넘치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마구 교미하려고 애썼다. 반대로 세로토닌을 첨가한 먹이를 주자, 성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성욕에 관여하는 것이 남성호르몬만이 아니며 뇌에 있는 세로토닌 같은 물질이 성욕에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미친 듯한 성욕’ 유발물질 있다

그렇다면 섹스 중독도 뇌의 비정상적인 화학물질 분비에서 비롯된다고 가정해볼 수 있다. 실제로 그런지에 대해선 연구가 덜 되어 있지만, 뇌에 세로토닌이 계속 작용하도록 하는 일종의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라는 물질을 투여하면 지나친 성욕을 제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사실 우울증 치료제인 프로작도 그런 물질의 일종인데 그 약을 처방해 성욕을 줄인 사례가 있다. 뇌를 연구하는 과학자가 섹스 중독과 관련된 화학물질이나 유전자를 발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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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음|과학칼럼니스트 lmg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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