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처리방식에 의해 추출된 플루토늄의 상업적 이용 방법으로는, 우라늄을 섞어 혼합산화물 (MOX·Mixed Oxide)형태의 연료로 만들어 경수로(현재의 원전)나 고속로에서 태우는 방법이 있는데, 한국은 후자를 검토 중이다.
재처리에 드는 막대한 비용
여기에는 고속로 개발이 좌절된 상황에서 플루토늄 축적에 대한 국제적인 비난을 피하려는 정치적 판단이 깔려 있다. 경수로보다 먼저 시작된 고속로 개발은 기술적 한계로 60년이 지난 지금도 연구단계이며, 상용화에 이른다고 해도 50년 이상의 개발기간이 더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 고속로는 경제성과 안전성 면에서도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고속중성자’ 이용에 따른 ‘핵폭발 위험’과 냉각재인 ‘나트륨의 폭발·화재 위험’ 등 대형사고 가능성을 안고 있다.
현재 상업용 재처리 방침을 고수하는 나라는 영국, 프랑스, 일본 3국이지만, 영국은 2007년 에너지백서에서 “재처리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고 명기했다. 재처리방식은 습식(濕式)과 건식(乾式)으로 나뉘는데, 위의 세 나라는 습식을 채택하고 있다. 한국은 선진적인 핵연료 사이클 기술이라 일컬어지는 건식, 그중에서도 파이로 프로세싱(Pyro-processing)을 연구하고 있지만, 이 방식은 세계적으로도 아직 실험실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럼에도 국내 재처리 추진파가 파이로 프로세싱을 주장하는 이유는 이렇다. 우라늄자원의 효율적인 이용과 세계적인 원전 급증(?)에 따른 우라늄자원 공급 부족 및 우라늄 가격 상승에 대한 대비, 플루토늄의 단독 추출이 어려워 핵 확산 위험이 적은 장점, 방사성 독성이 강하고 발열량이 높은 초우라늄(TRU)원소 등 일부 핵종의 분리 및 변환을 통한 최종처분장의 체적 축소와 안전관리기간 단축 등이다.
그러나 어느 방식이든 재처리는 일반적인 자원의 재활용과 달리 치명적인 방사성물질을 취급하는 위험성을 갖고 있으며, 원전보다 훨씬 큰 규모의 시설을 짓고 유지하는 데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그리고 추진파가 주장하는 것과 달리, 우라늄자원의 재활용도 ‘고속로가 상용화되지 않는 한’ 사용후 핵연료의 1%(플루토늄)를 재활용하는 수준에 그친다. 재처리 과정에서 대량의 제2차 폐기물이 계속적으로 발생하는 것도 문제다.
일본은 현재 가동 중인 원형(原型)시설 도카이(東海) 재처리공장 외에 상업용 규모의 롯카쇼무라(六ヶ所村) 재처리공장을 짓고 있으나, 당초 2006년 예정이었던 완공시기가 이미 17회나 연기되어 지금은 2010년 10월로 잡혀 있다. 건설비용도 당초 계획 7000억엔의 3배인 2조2000억엔(약 26조4000억원)으로 불어났고, 10월 완공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 추가적인 비용 투입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최고액이다. 일본 정부가 2003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6~46년까지 40년 ‘무사고 운전’을 가정한 상태에서 재처리 관련 비용은 합계 18조8000억엔(약 225조6000억원)이었다.
이처럼 국내에서 핵연료 사이클을 완성하려면, 재처리공장뿐만 아니라 우라늄농축공장, MOX연료 가공공장, TRU 중간처분시설 등을 짓는 데 드는 비용, 방사성 폐기물 수송 및 처분 비용, 관련 공장들의 해체 비용 등이 필요하다. 재처리에 필요한 최종처분장과 고속로 개발비용 등을 포함하면 40조엔(약 480조원)을 훨씬 넘을 것으로 판단된다.
재처리파 주장에 대한 반박
우라늄자원의 가격상승 및 자원 부족을 살펴보더라도 재처리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 유럽원자력공동체(EURATOM)의 2008년차 보고서에 따르면, 미발견 우라늄자원 등을 고려할 경우 2008년말 기준 가동 원전 432기의 약 3배인 1200기 분량의 연료를 100년 이상 공급할 수 있다. 또한 우라늄 가격 상승이 바닷 속 우라늄(약 45억t)을 이용하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핵무기를 해체하면서 나오는 핵연료도 있다. 실제로 유럽과 미국에서는 이를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