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교토에 자리한 첨단계측기기 제조업체 시마즈제작소 공장 내부. 시마즈제작소는 전 직원의 3분의 1가량을 연구개발 부문에 배치하고 있다.
평면 스크린이나 휴대전화, DVD플레이어, 디지털카메라 등 고급 소비재 전자산업은 모두 이러한 상황의 좋은 사례에 해당한다. 2006년 일본 제조업 백서에 따르면 이 산업 부문에서 일본 기업들이 차지하는 세계시장 점유율은 2005년의 25% 수준에 머물렀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이가 한국과 대만의 경쟁업체들이 이제 일본을 앞질렀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분명 이전에는 일본이 이러한 고급 소비재 전자제품 시장을 지배해왔으니까 말이다.
고수익 부문으로 이동
하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2006년 백서는 또한 반도체, 회로기판, 레이저헤드 등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중간재 부문에서 일본 기업들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거의 50%에 육박한다는 사실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고급접착제나 수지, 평면스크린을 어둡게 만들어 밝은 곳에서도 화면을 볼 수 있게 해주는 편광판 등의 부품 소재 제조 부문에서 일본 기업들은 66% 이상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자랑하고, 반도체나 LCD패널 생산에 필요한 고급기계 시장의 일본 기업 점유율도 50%가 넘는다.
이러한 상황은 이른바 ‘수익의 스마일리 곡선(smiley curve of profits·모양이 스마일리 아이콘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의 잣대로 들여다보면 사실 굉장히 반길 만한 현상이다. 이 곡선은 U자형 곡선으로서, X축은 한 제품의 생산과정에 나타나는 여러 단계를 보여주고 Y축은 그 단계마다 발생하는 수익마진을 나타낸다. 전자제품에서 U자형 곡선의 저점은 생산단계의 중간에 해당하는 단순한 제품조립 단계다. 다시 말하자면, 소비자가 TV 하나를 구매할 때 실제로 많은 마진이 돌아가는 것은 제품의 차별화를 가져오는 부품소재 등의 기본재 제조 부문과 소매점에서의 직접 판매 단계 양쪽 끝이 되는 것이다.
1990년대 말 이래 일본의 선도적인 기업들은 이 스마일리 곡선의 저점에서 고점으로 옮겨가려는 노력을 꾸준히 경주해왔고 이를 통해 업계 내의 위치를 전략적으로 재조정해왔다. 이 같은 전환기를 성공적으로 거친 기업들은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고 차별화된 기업으로 재탄생했다. 현재의 변화를 만들기까지 10년이 걸렸고 일부 산업 부문은 여전히 전환기에 있다.
이러한 변화의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일부 기업들은 과거에 자신들이 고급 가전제품 대량생산 체제에서 누렸던 비용우위가 이제는 다른 나라 기업들로 옮겨갔다는 현실을 깨닫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기도 했다. 고비용 생산구조를 가진 국가는 스마일리 곡선의 저점에 해당하는 단순한 조립단계만으로는 충분한 수익을 얻을 수 없다. 따라서 아직은 기술우위에 서기 위한 경쟁이 상대적으로 덜하고 수익률이 훨씬 큰 기본재 제조 부문으로 옮겨가는 것이야말로 일본 기업이 추구해야 하는 위치 재조정 전략의 키포인트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