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호

수년째 공정위 들락거리는 항공마일리지

“항공마일리지는 소비자 재산권, 유효기간 연장·좌석확대·정보공개 추진” (공정위 실무담당자)

  • 강지남|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layra@donga.com |

    입력2010-06-01 17: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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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년째 공정위 들락거리는 항공마일리지
    항공마일리지는 항공기 탑승이나 신용카드 등의 제휴서비스를 이용할 때 마일리지를 적립해 항공좌석을 제공받는 제도다. 항공사는 고객의 탑승 거리에 비례해 탑승항공마일리지(이하 탑승마일리지)를 제공하고, 신용카드사는 ‘1000원당 1마일’ 하는 식으로 고객에게 사용금액에 비례해 제휴항공마일리지(이하 제휴마일리지)를 제공한다.

    이 같은 항공마일리지 제도는 소비자에게 인기가 매우 높아 항공편이나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대개 마일리지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현재 마일리지 회원 수는 대한항공 1666만명, 아시아나항공 1400만명으로, 양사 회원을 합하면 3000만명이 넘는다.

    그러나 항공마일리지 관련 소비자 불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09년까지 5년 동안 400여 건의 항공마일리지 관련 상담 및 피해구제가 이뤄졌다.

    소비자의 주요 불만 중 하나는 마일리지로 항공 좌석을 예약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소비자원이 2008년 발표한 정책연구보고서 ‘항공마일리지 운영 실태와 이용자 보호방안’에 따르면 항공마일리지 관련 소비자 민원 유형 중 ‘예약 불가’가 차지하는 비율이 27.4%로 ‘적립 누락’(38.3%)에 이어 두 번째로 빈도가 높았다. 그 사례를 들면 아래와 같다.

    소비자 박○○이 2008년 1월 항공마일리지를 이용하여 미국 뉴욕행 왕복탑승권을 예약하고자 하였으나 △△항공사에서 보너스항공권이 모두 매진돼 예약이 불가함을 알려옴. 이에 탑승권을 유상으로 구매하겠다고 하자 잔여 좌석이 존재하다고 알려옴. 소비자 박○○는 잔여좌석이 존재함으로 항공마일리지를 이용하여 항공사가 약속한 보너스항공권을 받기 원함.



    -소비자원, 2008년 ‘항공마일리지 운영 실태와 이용자 보호방안’ 65쪽에서

    수년째 공정위 들락거리는 항공마일리지
    항공마일리지를 둘러싼 갈등은 과거부터 여러 차례 사회적 이슈로 부각돼 왔다. 2002년 대한항공이 항공좌석 마일리지 공제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북미 5만5000마일을 7만마일로 확대 등)을 발표하고 이미 지급된 마일리지에까지 소급 적용하도록 약관을 변경하자, 이듬해 공정위는 소급 적용을 허용할 수 없다며 시정 조치했다.

    또 2004년에는 대한항공이 신용카드사에 판매하는 제휴마일리지 단가를 인상한 것이 발단이 됐다. 신용카드사는 단가 인상에 따라 마일리지 혜택을 축소(1000원당 1마일에서 1500원당 1마일 등)했고, 2006년 12월 서울지방법원은 신용카드사의 혜택 축소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한편 여신금융협회는 항공사가 고객이 제휴마일리지로 실제 항공기에 탑승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신용카드사로부터 마일리지 대금을 미리 지급받도록 돼 있는 약관이 불공정하다며 공정위에 심사를 청구했다(192쪽 인터뷰 참고). 이 건에 대해 공정위는 2006년 4월 위원회 전원회의를 열어 심의절차 종료를 결정했다.

    그리고 2007년 12월 대한항공은 이듬해 7월부터 마일리지 유효기간 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한다. 이는 적립일로부터 5년간 사용하지 않은 마일리지를 소멸시키는 것으로, 제도 시행 전 누적된 마일리지에 대해서는 유효기간 적용을 배제했다. 아시아나항공은 2008년 10월부터 대한항공과 유사한 유효기간 제도를 도입했다.

    마일리지에 대한 ‘과잉 기대’

    수년째 공정위 들락거리는 항공마일리지
    2008년 9월 항공마일리지 관련 정책연구보고서를 낸 소비자원은 그 결과를 상급기관인 공정위에 정책 건의한다. 또 공정위는 그해 말 ‘항공운송산업과 경쟁정책’ 보고서를 발간, 항공마일리지 문제를 다뤘다. 그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마일리지의 문제점은 일차적으로 항공사가 제휴 마일리지 판매를 무한정 확대할 유인이 존재하지만 이를 억제할 수단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유효기간의 도입으로 이러한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일리지 관련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마일리지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기도 곤란하다. 마일리지 발행현황, 소진현황, 보너스 좌석 수, 예약가능 시기 등의 정보 미공개로 소비자는 마일리지에 대한 과잉기대가 형성된 상태다.

    따라서 항공사업자의 마일리지 과잉 판매 유인을 교정하고 소비자에게 마일리지 좌석 수 등 적절한 정보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

    -공정위, 2008년 ‘항공운송산업과 경쟁정책’ 70쪽에서 인용

    위 보고서 내용을 보다 쉽게 설명하자면 이렇다.

    항공사는 제휴사로부터 1마일에 15원가량을 받고 제휴마일리지를 판매한다. 판매대금은 선지급된다. 고객이 매달 신용카드 대금을 결제한 시점에 신용카드사가 제휴마일리지 대금을 항공사에 지급하고, 항공사는 소비자에게 제휴마일리지를 적립해준다.

    만약 항공사가 실제 마일리지 좌석 제공 능력과 상관없이 제휴마일리지를 과다 판매한다면 한정된 마일리지 좌석을 놓고 소비자들끼리 경쟁해야 한다. 게다가 유효기간까지 도입돼 소비자 간 경쟁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한편 항공마일리지 관련 정보는 항공사만이 갖고 있다. 소비자는 항공마일리지가 얼마나 발행됐으며 마일리지 좌석이 얼마나 제공되고 있는지 등을 알 수가 없다. 이런 측면에서 공정위는 소비자가 현황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언제든 마일리지를 쓸 수 있을 것이라고 ‘과잉 기대’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처럼 공정위가 항공마일리지 개선 방향을 정립했지만 이후 달라진 것은 없었다. 이에 2009년 9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이 대한항공의 항공마일리지제도가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에서 금하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에 해당한다고 공정위에 신고하면서 항공마일리지 문제는 새 국면을 맞았다.

    수년째 공정위 들락거리는 항공마일리지
    경실련 주장은 다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항공마일리지 사용을 여유 좌석에 한정하는 것이 용역(항공 좌석) 제공을 부당하게 조절하고 소비자 권리를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제휴 마일리지를 유료로 판매하고도 여유 좌석이 없다는 이유로 항공 좌석을 제공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항공마일리지는 적립일로부터 5년간 유효하다는 소멸시효 기산점이 민법과 배치된다는 점이다. 민법은 소멸시효 기산점을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라고 규정한다(166조). 항공마일리지는 최소 1만마일이 있어야 국내선 좌석을 요구할 수 있으며, 최소 3000마일이 있어야 국내선 좌석을 일반석에서 프레스티지석으로 높여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따라서 기산점을 소비자가 현실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최소 마일리지를 적립했을 때부터로 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셋째, 항공사가 실제로 지급하는 마일리지 좌석 수를 초과해 항공마일리지를 발행할 경우 소비자 간 경합이 벌어져 항공 좌석을 이용하지 못하거나 소멸시효가 도래해 마일리지가 사라지는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다.

    이 문제와 관련해 경실련은 지난 2월 변호사, 법학교수 등 법률전문가 1만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189쪽 그래프 참조). 이 중 168명이 설문에 응했는데 거의 전원에 가까운 164명(98.2%)이 “항공마일리지는 소비자 재산권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마일리지 좌석을 여유좌석에 한정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답변이 107명(64.5%), 소비자가 여유좌석에 제한하는 약관에 동의했으므로 적정하다는 답변은 47명(28.3%)으로 집계됐다.

    한편 공정위는 지난해 12월16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2010년도 업무보고에서 항공마일리지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정호열 위원장은 “소비자 불만이 많은 항공마일리지에 대해 소비자 후생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마일리지 이용기회 확대와 소멸방식 개선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가 바뀌어 2010년이 되어도 공정위로부터 대한항공에 대한 심사 결정이 나오지 않자 3월 경실련은 “공정위가 심사에 미온적이다”라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항공마일리지 약관이 소비자 권익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며 공정위에 불공정 약관 심사청구서를 냈다. 이에 대해 공정위 시장감시국은 “2009년 6월 이후 항공마일리지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 등을 면밀히 검토해왔으며, 이 과정에서 경실련 신고 내용을 접수해 함께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편 소비자원은 G20 국가의 1위 항공사들의 항공마일리지 운영 실태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국내외 비교를 통해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자 하는 목적에서다.

    이처럼 안 된 것도 없고, 된 것도 없이 시간만 흐른 상황에서 공정위는 6월 중으로 항공마일리지 제도 개선안을 발표할 방침이다. 공정위 시장감시국 관계자는 “이미 우리의 개선안은 만들었고, 지난 3월부터 그 개선안을 가지고 대한항공과 협의 중”이라며 “서로 입장 차이가 있어서 (그 차이가) 언제 좁혀질지는 확실히 말하기 어렵지만 어쨌든 6월이 목표”라고 밝혔다.

    소비자 알 권리 vs 영업비밀

    공정위가 제시하는 개선안의 방향은 크게 세 가지다. ▲유효기간 연장 ▲마일리지 좌석 확대 ▲마일리지 정보공개 확대 등이 그것. 다음은 시장감시국 관계자와의 일문일답.

    ▼ 유효기간 연장은 어느 수준을 고려하고 있나.

    “우리는 계좌폐쇄 방식을 베스트라고 생각한다. 이 방식은 사실상 유효기간을 없앤다. 따라서 예약이 잘 안돼 마일리지를 사용하기가 힘들어도 가지고만 있으면 언젠가 쓸 기회가 생길 수 있다.”

    계좌폐쇄 방식이란 마일리지를 적립, 또는 사용한 시점을 새롭게 기산점으로 삼는 것이다. 즉, 마일리지 제휴 신용카드를 사용해 1마일이라도 새로 적립하면 그 시점에서부터 유효기간을 다시 산정하게 된다.

    ▼ 마일리지 좌석 확대는 어떻게 추진하나.

    “이 문제는 (항공사가) 좌석을 얼마로 늘린다고 해도 나중에 확인하기 어렵다. 그래서 매니저블(manageable)하지가 않다.”

    ▼ 마일리지 관련 정보 공개를 추진하는데….

    “우리는 최대한 공개하라는 입장이다. 제공하는 마일리지 좌석 숫자, 현 시점에서 이용 가능한 마일리지 좌석 숫자, 그 외에도 몇 명이 신청했는데 몇 명이 리젝트(reject·거절) 됐는지 등. 이것이 유의미한 게, 리젝트가 많은 현실을 소비자에게 알려 소비자가 항공마일리지의 실제 가치를 판단할 수 있게 해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 항공사는 정보 공개에 동의하는가.

    “영업비밀이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마일리지 좌석이 남아 있다, 없다만 공개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이건 사실 지금도 공개되고 있는 정보다.”

    ▼ 항공마일리지는 소비자 재산권인가.

    “적어도 제휴마일리지는 항공사에 대금을 지급했기 때문에 재산권이 맞다. 그 대금을 소비자가 아닌 신용카드사가 지급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내가 물건을 사서 다른 사람을 줬으면, 그 사람이 돈을 내지 않았어도 그에게 재산권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공정위와 대한항공이 개선안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그 다음 단계는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에 해당하는지 등 법률적 판단을 거쳐 시정조치 등의 제재로 갈지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다. 시장감시국 관계자는 “우리 나름대로 법 위반으로 가져갈 만한 준비가 다 돼 있지만, 그럴 경우 행정소송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소비자에게 빨리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 현재는 자율 시정 쪽으로 방향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기회에 공정위가 대한항공과의 ‘합의’를 이끌어내도 논란은 끝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익명을 요구한 소비자 정책 전문가는 “유효기간이 사실상 없어진다고 해도 여전히 마일리지 좌석을 얻기 힘들다면 개선안은 별 의미가 없다”며 “가장 중요하고 우선하는 해결책은 항공마일리지 관련 정보를 공개해 소비자 스스로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홍영표 의원(민주당)은 항공마일리지 관련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조항을 담아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을 검토 중에 있다. 홍 의원은 “항공마일리지와 관련해 소비자 편익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법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안에 대해 대한항공은 “항공마일리지와 관련해 경쟁력 강화와 고객만족을 위해 여러 방안을 계속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은 “경실련이 공정위에 심사 청구한 약관 조항이 항공마일리지 제도 운영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여 현재 신중하게 검토 중에 있다”고 전했다.

    이병주 전 공정위 독점국장

    “항공마일리지에 시장경제 원리 따른 유인체계 도입돼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과거 두 차례 항공마일리지와 관련해 법 집행을 시도했다. 첫 번째는 2004년 항공사가 신용카드사로부터 마일리지 대금을 선(先)지급받는 행위가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것인지를 심의하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2006년 이 같은 선지급 규정이 신용카드사에 부당하게 불리한 약관 조항인지를 심사하는 건이었다. 이 중 전자는 심의절차 종료됐고, 후자는 무혐의 처리되었다.

    그런데 이 중 첫 번째 심의 건에 대해 공정위 실무진은 선지급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소비자 이익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라는 내용을 담은 내부 보고서를 작성, 2005년 9월 열린 위원회 전원회의에 제출했다. 그러나 전원위원회는 소비자 이익을 저해한다는 ‘현저성’을 입증하지 못한다며 심의절차를 종료했다. 심의절차 종료란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곤란할 때 내려지는 결정이다.

    당시 실무 책임자로 이 사안을 맡았던 이는 이병주(59) 전 공정위 독점국장이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 미국 하와이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이 전 국장은 20회 행정고등고시로 공직에 입문해 경제기획원,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 근무하다 2008년 10월 공정위 상임위원(1급)을 끝으로 퇴임했다. ‘신동아’는 5월10일 이 전 국장과 전화 인터뷰를 했다.

    -항공마일리지 갈등은 왜 자꾸 불거지는 건가.

    “마일리지를 놓고 항공사와 소비자 생각이 다르다. 항공사는 자사 항공편을 계속 이용하는 것에 대한 보너스, 즉 공짜 서비스로 여긴다. 그러나 소비자는 다른 항공사들을 포기하고 특정 항공사만 계속 이용한 것이기 때문에 인센티브라고 생각한다. 특히 제휴마일리지는 이미 항공사에 그 대금을 지급한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 재산권인 측면이 강하다.”

    -탑승마일리지의 성격은 어떤가.

    “탑승마일리지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나는 이 또한 소비자 재산권으로 본다. 다만 일정 마일리지를 적립해야 사용가능하고, 항공사가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에만 동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제약이 있다.”

    -2004~05년에 제휴마일리지 대금 선지급 문제를 심의했는데.

    “제휴마일리지 판매대금을 마일리지 좌석 이용 여부와 관계없이 선불로 받기 때문에 항공사는 적극적으로 마일리지 좌석을 제공할 경제적 유인이 적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항공업 특성상 다섯 좌석이 빈 채 이륙하든, 만석으로 이륙하든 추가되는 비용이 거의 없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유료승객을 많이 태울수록 순익이 올라가는 것이다. 따라서 항공사가 적극적으로 마일리지 좌석을 제공하도록 유인책을 만들어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 방안은?

    “우선 선불제를 후불제로 바꾸는 것이다. 즉, 소비자가 제휴마일리지로 비행기에 탑승한 시점에 마일리지 대금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면 항공사에는 마일리지 고객을 일반 고객과 똑같이 대우할 경제적 유인이 생긴다. 또 여유좌석이 없어 마일리지 좌석을 제공하지 못하거나 소비자가 사용하지 않을 경우 제휴마일리지에 상응하는 경제적 보상을 하는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항공사들이 신의성실하게 마일리지 좌석을 제공하고 있다고 보는가.

    “항공사는 항상 어느 항공편이든 일정 좌석을 마일리지 좌석으로 제공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마일리지 좌석이 언제, 몇 좌석이나 이용 가능한지 소비자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항공사는 가급적 현금 승객을 많이 태우고, 마일리지 승객은 이륙 마지막 단계에서 빈 좌석이 있는 경우에만 탑승하도록 할 소지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측면 때문에 당시 마일리지 좌석에 관한 관련 정보를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알리는 체계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공개방법과 관련, 기술상의 문제 등으로 논란이 있었다.”

    -실무진의 의견과 달리 전원회의에서 심의절차 종료됐는데.

    “당시의 마일리지 좌석 제공방식이 소비자의 이익을 얼마나 실질적으로 저해하느냐가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었다. 그러나 마일리지 이용에 다소 불편은 있으나 소비자의 이익을 현저하게 저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결론이었다. 즉 지금은 못 써도 상당기간 전에 예약을 하면 쓸 수 있다는 논리였다.”

    -그때와 달리 지금은 항공마일리지에 유효기간이 도입돼 나중에도 못 쓸 수 있다.

    “쓰고 싶어도 못 쓰는 상태가 지속되다가 무효가 된다면 항공사가 일방적으로 유리한 시스템이다.”

    -이 갈등이 어떻게 해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가.

    “항공마일리지는 항공사, 제휴사,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제도다. 그러나 모두에게 이익이 되기 위해서는 시장경제 원리에 따른 유인체계가 도입돼야 한다. 마일리지에 문제가 있다고 이를 전면 규제하거나, 마일리지 좌석을 항시 몇 석 이상 확보하라는 규제는 매우 비효율적이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마일리지 제도를 통해 승객수를 최대한 확보하고 동시에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당시 실무진 의견대로 처리됐더라면 갈등이 이미 해소됐을 수도 있었을 텐데.

    “실무자 입장에서는 제휴마일리지 선지급 방식, 좌석예약 방식에 있어 정보의 비대칭성 등이 개선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공정위는 각계각층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원회의에서 합의로 법 위반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그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시 사건을 계기로 항공사들의 마일리지 서비스가 개선된 측면이 있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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