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 홍준표 최고위원이 일전에 제게 ‘김문수 경기지사께선 지사직 유지하면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갈 수 있게 되어 있다, 한나라당 당헌 당규상’이런 이야기를 한 적 있는데요. (※ 편집자 주 : 대부분의 정치인은 김 지사나 오 시장이 차기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하려면 당연히 지사직과 시장직을 사퇴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홍 최고위원의 이야기는 이러한 일반의 상식과 상반되는 내용이다.)
김 지사 : (인터뷰에 배석한 박상길 경기도청 서울사무소장에게) 그런가요?
박 소장 : (현직 광역단체장의 당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금지하는 규정이 없습니다.
김 지사 : (기자의 질문을 듣고 이 사실을 처음 알게 된 듯 다시 박 소장에게) 없나요?
박 소장 : 사례가 있습니다. 이인제 경기지사가 1997년 경기지사직을 유지한 채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김 지사 : 그때와 당헌당규가 같습니까?
박 소장 : 네. 그 부분에 대해선 금지하는 규정이 없습니다.
김 지사 : (재차) 그러고는 안 바뀌었나요?
박 소장 : 그 부분은 안 바뀌었습니다.
“아슬아슬하네요, 지금”
기자 : 차기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만약 지사직 유지하면서 경선에 출마할 수 있다면 괜찮은 거 아닌가요? 경기도 유권자들이 지방선거에서 뽑아준 것인데 그 자리를 포기해야 하는 것에 대한 부담도 덜고요.
김 지사 : 다른 도에서 싫어할 수도 있죠. 경기도만 유권자가 아니고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는 ‘저거 뭐냐’ 그럴 수도 있을 것 아닙니까? 좋은 면만 있지는 않죠.
기자 : 그렇다면 만약 지사께서 경선에 출마하게 되면 경기지사직을 유지한 채 출마할 수 있음에도 지사직을 내놓고 출마할 건가요?
김 지사 : 그건 모르지. 생각도 안 했는데 아직. 오늘 (인터뷰) 성공인데요. 아슬아슬하네요, 지금.
김 지사가 즉석에서 판단한 측면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사실 경기지사직을 유지한 채 경선에 참여하더라도 그것이 후보자의 자질문제나 다른 도에서 싫어할 문제로 이어지는 인과관계가 잘 발견되지는 않는다. 절차상 하자나 정치 도의적 문제소지가 있다면 1997년 ‘이인제 사례’ 때 쟁점이 되지 않았을 리 없는데 당시 이 문제는 조용히 지나갔다. 다만, 경기지사직을 사퇴하는 경우 ‘배수의 진을 쳤다’는 인상을 유권자에게 주는 효과는 있는 것이다.
차기 대권 도전 의향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제 관심은 ‘김문수는 어떤 사람인가(퍼스낼리티)’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어젠다)’로 모아지게 된다. 먼저 그의 퍼스낼리티의 대부분은 이념 스펙트럼의 좌에서 우로 이동한 그의 특별한 이력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즉 그의 삶은 세 시기로 구분될 수 있다. 첫 번째 시기(~1994년)는 서울대 교련반대시위 제적, 민청학련사건 제적, 5·3 인천사태 수감(2년6개월), 노동인권회관 소장 재임 등 ‘좌파 노동운동 시기’다. 두 번째 시기(1994~2004년)는 김영삼 정권에 의한 정계 입문, 15·16·17대 보수정당 국회의원 재임, 김대중·노무현 정권 비리폭로 등 ‘우파 의정 시기’다. 세 번째 시기(2004년~현재)는 두 번에 걸쳐 경기지사에 재임하면서 친기업·탈규제 행정을 펴고 있는 ‘우파 행정 시기’다. 당사자인 김 지사에게 이러한 구분법을 제시해보이자 그는 “타당해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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