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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에게 경영을 묻다 ⑪

공자版 ‘정의란 무엇인가’

국가경영 요체는 均·和·安

  • 배병삼│영산대 교수·정치사상 baebs@ysu.ac.kr│

공자版 ‘정의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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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義자에는 부족한 것을 의식적으로 보충한다는 뜻도 있다. ‘의안’ ‘의족’과 같은 말이 그런 예. 가령 눈이 하나 없을 때 따로 끼운 눈을 의안(義眼)이라 하고, 다리가 하나 없을 때 끼우는 기구를 의족(義足)이라 한다. 또 남 다 있는 형제가 없어 친구를 형이나 아우로 삼을 때 의형제(義兄弟)라 이르고, 낯모르는 타인의 불행에 재물을 기부하는 의연금(義捐金)이라는 말에도 그런 뜻이 담겼다. 그러니까 부족하거나 불행한 것을 사람의 힘으로 메우려는 노력, 나아가 공동체에 대한 헌신 같은 것이 ‘정의’의 사회적·실천적 의미를 구성해나간다.

고문자를 연구하는 학자 가운데는 정의를 뜻하는 본래 글자는 또다른 ‘의(宜)’자였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宜자가 점차 ‘마땅히’라는 식의 다른 뜻으로 전변해서 쓰이다보니 義자가 그 본래 뜻을 대신하게 됐다는 것. 한문학자 김언종 교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宜(의)는 (면)과 且(조)로 구성된 글자다. 은 지붕과 두 기둥의 상형으로 ‘집’이 본뜻인 글자다. 한편 且는 제수(祭需)를 담아 탁자 위에 올려놓는 나무틀, 즉 찬합의 상형이다. 그 안에 든 제수는 고깃덩어리다. 이렇게 宜(의)자는 조상의 신주를 모신 사당의 탁자 위에 희생 고기를 담은 제수를 찬합에 담아서 올려놓고 나니 마음이 편하고 떳떳하고 마땅하며 옳다는 의미를 담은 글자다.”(김언종, ‘한자의 뿌리’ 2권)

이로부터 동아시아에서 정의란 분배의 균등성, 업무의 합리성, 그리고 공동체에 대한 헌신이라는 뜻에 덧붙여 행위의 정당성, 당위성, 평등성과 같은 의미가 파생된다.

더불어 살기 위한 분노와 증오



유교에서 정의감은 수오지심(羞惡之心)이라, 수치심과 증오심에서 비롯한다. 수치심은 ‘자기 자신의 잘못’을 성찰하는 양심이다. 새벽녘에 잠이 깨어 어제 한 일을 헤아려볼 때 문득 목줄기가 발갛게 타오르는 뜨거운 기운을 느낄 때가 있다. 이것이 부끄러움이다. 이 마음이 있을 때 사람이요, 이것이 없으면 사람 탈을 쓴 짐승에 불과하다. 이를 두고 맹자는 “부끄러움이야말로 사람다움을 구성하는 가장 큰 요소다”(恥之於人, 大矣! 맹자,7a:7)라고 지적한 바다. 사람과 짐승을 구별 짓는 경계선에 수치심, 즉 정의감이 자리하는 것이다.

한편 증오심은 부끄러움을 공동체에 미루어 적용할 때 생기는 ‘공적 수치심’이다. 즉 수치심이 개인적 덕성이라면, 증오심은 공적 덕목이다. 제 몫은 꼭 챙기면서 남의 사정은 거들떠보지 않는 동료에 대한 미움, 제가 저지른 불법을 합법화하는 권력자에 대한 분노, 생명을 함부로 대하고 또 죽이는 짓에 대한 증오심이 정의감을 구성한다. 그러니까 증오심의 밑바탕에는 수치심이 깔려야 하고, 수치심은 증오심으로 밀고 나아가야 한다. 그럴 때 안팎으로 정의가 선다.

주의할 것은 증오의 속살에는 사랑이 담겨 있다는 점이다. 아니, 증오는 오로지 사랑에서 빚어질 뿐이다. 전우익의 말을 빌리자면 “난장판 같은 세상에서 속 빈 강정같이 사랑, 사랑 하는데 참된 삶이란 사랑과 증오로 이뤄집니다. 증오도 사랑과 존경 못지않게 소중합니다. 사랑의 배경은 증오고 미움의 배경은 사랑이나 존경입니다. 배경 없는 사진이 어디 있어요?”(전우익, ‘사람이 뭔데’, 122쪽)

실은 사랑의 반대말은 증오가 아니라 무관심일 테다. 증오는 사랑의 뒷면이다. 공자 사상의 핵심어가 ‘사랑’을 뜻하는 인(仁)임은 잘 알려져 있는데 또 막상 ‘인’을 주로 다루는 ‘논어’의 ‘이인’편에 증오(惡)라는 단어가 유난히 자주 등장하는 까닭이 이 때문이지 싶다. 좋은 말로 사랑하기를 격려해도 시원치 않을 것 같은데, 부정한 자를 철저하게 미워하는 것이 ‘인’을 실현하는 한 방법이라는 매서운 뜻이 그 속에 들어차 있다. 함께 더불어 잘살기 위해선, 구성원들의 분노심과 증오심이 필수적인 요소임을 알겠다.

‘논개’의 시인 변영로가 ‘거룩한 분노’란 ‘강낭콩꽃보다 더 푸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 더 붉은 마음’이 흐르는 것, 즉 상반된 색이 한데 어울리는 경지로 묘사한 까닭도 다르지 않다. 맹자가 사랑을 뜻하는 ‘인’과, 그에 상반되게 증오를 함축하는 ‘의’를 아울러 ‘인의’(仁義)를 사람다움의 핵심으로 삼은 까닭도 같다. 한마디로 유교에서 정의는 인간과 사회의 필수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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