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이원호 한반도 전쟁소설

2014

8장 조선성(朝鮮省)

2014

2/18
김경식이 그것까지 계산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이동일도 대꾸하지 않았다. 그때 휴대전화가 울렸으므로 이동일은 주머니에서 꺼내 보았다. 최재창이다. 몸을 돌린 이동일이 휴대전화를 귀에 붙였다. 방금 강성일한테 들은 정보도 전해줘야 할 것이다.

군단본부의 전시(戰時) 벙커가 막사에서 100m 위치에 있었지만 경비병만 세워놓고 비워져 있다. 다만 훈련으로 소집된 군단의 전차대가 아침부터 요란한 소음을 내는 바람에 전시 분위기는 난다. 뜬눈으로 밤을 새운 425기계화군단장 박정근 대장은 침실에서 나와 옆쪽 상황실로 들어섰다. 그러자 기다리고 있던 참모장 윤성 중장이 휴대전화를 건네주었다. 윤성의 개인 휴대전화다. 휴대전화를 귀에 붙인 박정근이 옆쪽 의자에 앉는다.

“예, 전화 바꿨습니다.”

“나, 이기준이요.”

이미 알고 있었으므로 박정근은 대뜸 묻는다.



“무슨 일이오?”

박정근과 이기준은 같은 60대 중반으로 둘 다 40여 년이나 군 생활을 했지만 친교가 없다. 군단장 회의에서 만나 서너 번 이야기를 나눴을 뿐이다. 그러나 비슷한 점도 있다. 둘 다 권력 외곽으로만 돌았다는 것, 이기준이 전연지대 군단장이 못된 것처럼 박정근도 정예인 820전차군단, 815기계화군단, 806기계화군단장을 해본 적이 없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때 이기준이 물었다.

“나, 중립으로 물러났소. 알고 계시지요?”

“압니다.”

“그런데 그쪽은 왜 그렇습니까?”

“뭘 말입니까?”

“김경식이한테 붙을 이유가 뭡니까?”

“아니, 이보시오.”

했다가 박정근이 호흡을 가눈다. 참모들이 제각기 딴전을 피우고 있었지만 방안은 조용하다. 모두 귀가 곤두서 있을 것이다. 박정근이 뱉듯이 말했다.

“나도 중립이오. 누구도 나한테 명령할 수 없소.”

그러고는 덧붙였다.

“중국군도 말이오.”

“이 통화도 어차피 도청이 되겠지만.”

이기준의 목소리도 굵어졌다.

“다행이오. 중국군이 와줘서 말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박정근은 대답하지 않았고 이기준은 곧 전화를 끊었다.

자강도 회천시는 날이 밝으면서 무법지대가 되어가기 시작했다.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보위부와 일부 공장교도대를 제외하고 교도대, 노농적위대, 10군단 예하의 파견대까지 반란군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반란군이라기보다 약탈대가 맞다. 교외의 교도사단 창고는 새벽이 되자 불길에 휩싸였고 개미떼처럼 달려든 약탈자들에 의해 깨끗이 청소되었다. 시내는 물론이고 교외의 산비탈까지 흰 눈이 내린 것처럼 삐라가 흩어져 있었는데 그것이 점령지 표시처럼 느껴졌다.

“수천 군데서 반란이 일어난 거야.”

삐라와 함께 떨어진 라디오를 귀에서 뗀 최기상이 소리쳤다.

“이제 이 지긋지긋한 세상 끝났어! 김씨 세상이 끝났다고!”

최기상이 다른 손에 쥔 AK-47을 치켜들고 흔들었다. 회천 서남방 부산리에는 2개의 노농적위대가 편성되어 있었는데 모두 반란군이 되어 뭉쳤다. 예비역 대위 최기상은 이제 2개 중대, 300여 명의 적위대 지휘관이다.

“대장!”

하고 소대장 격인 오대길이 달려왔으므로 최기상이 머리를 들었다. 그들은 지금 농가 마당에 모여 있는 것이다.

2/18
목록 닫기

2014

댓글 창 닫기

2019/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