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홈페이지를 통해 국제인터넷주소할당기관(IANA)이 전세계 IPv4 주소 할당을 2월4일부터 중지한다고 밝혔다.
물론 주소는 최상위 기관에서 지역 기관을 거쳐 지역 인터넷 사업자에게로 덩어리째 넘어오므로 아직 아시아 지역과 인터넷 회선 사업자에게 재고는 있다. 또한 쓰이지 않는 것은 재사용되므로 당장 고갈되지는 않을 것이다. 단순히 인터넷만 사용한다면, 인터넷 공유기 등만 정식 주소를 갖고 국지적 주소를 재할당할 수 있다. 따라서 NAT(Network Address Translation)라 불리는 이 연명 기술 덕에 원리적으로 주소 고갈 사태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웹서핑과 같은 쌍방향의 소통, 예컨대 웹 서버와 같이 외부로부터 접근이 필요한 경우라면 이러한 식으로 하나의 회선을 공유할 수 없고, 각각 정식 주소와 도메인 이름을 받아야 한다. 주소가 고갈돼 희소 자원이 된다면 웹사이트를 만들 때, 도메인 이름 이전에 숫자 주소 쟁탈전부터 벌여야 할 것이다.
현재 가능한 해결책은 지구상의 모든 쌀알 개수에 할당할 정도(2의 128승)로 여유 있다는 IPv6로 이행하는 일이다. 그러나 IPv6는 IPv4와 이름은 비슷하지만, 하위 호환성이 없어서 이행 자체가 만만한 일은 아니다. 설비 투자 및 교육을 완전히 새롭게 진행해야 한다.
사실 인터넷 주소 고갈 문제는 이미 20년 전부터 예측돼왔다. 그런데 왜 이렇게 태평했던 것일까? 일단은 연명 기술이 효과적이었던 점이 크다. 재할당된 가짜 주소라고 해도 인터넷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차이를 못 느낀다. 또한 이 이행 자체에 비용이 들지만 혜택이 모호하다. 특히 주소를 이미 확보한 상태라면 예산을 짜는 명분이 다소 약하다.
인터넷 사업자와 같이 대량의 주소를 융통해야 하는 사업자라면 속이 타겠지만, 갑자기 일반기업에 네트워크 장비에 신규 투자하라고 하면 황당할 일일 뿐인 것이다.
윈도, 맥, 스마트폰 등 대부분의 소프트웨어는 이미 이전부터 IPv6에 대비가 돼 있는 상태다. 그러나 실사용자는 아무도 아직 섣불리 뛰어들고 있지 않다. 자원고갈의 문제는 사회의 성장을 위해서 함께 풀어야 할 숙제지만, 이미 확보한 이들에게는 급할 것이 없다. 이는 큰 문제가 눈앞에 닥치기 전까지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