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국가 경제를 견인하던 석탄은 어느덧 추억의 광물로 저만치 밀려났다.
- 가스와 석유를 주요 에너지원 삼아 생활하다보니, 일상에서 석탄을 마주할 기회가 그만큼 줄었기 때문이다.
- 지난해 창립 60주년을 맞은 대한석탄공사는 저탄소 녹색성장 시대에 발맞춰 석탄을 성장 잠재력을 갖춘 에너지로 부활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 석탄공사 이강후 사장을 만나 공사의 근황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 1953년 강원 원주 출생<br>● 강원대 법학과 졸업<br> ● 고려대 대학원 박사(행정학)<br>● 산업자원부 무역조사실장<br>● 중소기업청 기획관리관<br>●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br>● 지식경제부 우정사업정보센터 센터장<br> ● 現 대한석탄공사 사장<br> ● 저서 : ‘한국의 벤처산업발전론’ ‘새로운 성장동력 대체에너지’
“사람도, 기업도 경쟁력을 길러야죠. 전 스마트폰뿐 아니라 태블릿 PC도 사용합니다. 자판을 외워 문자도 굉장히 빨리 보낼 수 있고, 음원 사이트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다운로드해 듣기도 합니다.”
이 사장은 대한석탄공사가 60주년을 맞이한 지난해 4월 부임했다. 대한석탄공사는 60년 동안 약 1억8000만t의 무연탄을 생산해왔다. 지금은 강원 태백과 도계, 전남 화순의 3개 영업소에서 한 해 113만t의 무연탄을 생산하고 있다. 1988년을 기점으로 생산량이 감소세로 돌아서 20여 년 동안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경제발전의 버팀목 구실을 한 석탄산업이 쇠퇴 국면인데다, 공기업의 경영 합리화 요구가 거센 시기인지라 사장으로 부임하면서 부담이 컸을 것 같다.
“산업자원부 석탄산업과장을 하면서 석탄공사를 지켜봤고, 석탄산업에 대해 전문성도 키울 수 있었습니다. 부임해서 직접 부딪친 공사는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하위를 기록한데다 직원들의 사기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내부의 패배주의를 없애고 외부의 나쁜 인식을 바꾸는 게 최우선 과제였죠.”
꼴찌에서 2위로
▼ 사장으로 취임한 지 1년이 채 안 됐습니다. 그동안 방점을 찍고 추진해온 일은 무엇입니까?
“석탄공사의 주요 고객은 전국의 50여 연탄공장입니다. 취임 후 지난해 연말까지 연탄공장을 모두 순회했습니다. 고객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공장과 공사 간에 핫라인을 설치하는 등 적극적으로 소통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연탄 성수기인 10월부터는 무연탄 수급상황실을 운영해 수급에 이상이 없도록 조치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평가가 금세 달라졌습니다. 21개 공기업을 대상으로 한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우리 공사가 만년 꼴찌였는데, 2010년에는 1위와 근소한 차이로 2등을 차지했습니다.”
▼ 조직 정비는 어떻게 했습니까? 조직을 바꾸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석탄공사가 60년 된 공기업이기에 다소 보수적인 것이 사실입니다. 연공서열에 따라 평가받다보니, 긴장감이 떨어져 있기도 했습니다. 조직에 생동감을 불어넣으려면 인사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인사개혁을 단행해 직무 역량 중심의 선발 제도(Draft)를 도입했습니다. 1급이 맡던 간부 직위를 2급에서 선발하고, 1급 간부가 2급으로 내려가는 변화가 있었습니다. 파격적으로 4급 직원에게 실장을 맡기는 조치도 단행했습니다. 앞으로 인사평가에서 하위 5%에 든 저성과자에게는 역량을 강화할 기회를 제공한 후 미흡할 경우엔 퇴출할 방침입니다.”
▼ 직원들의 저항은 없습니까? 내부 소통은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제가 와서 보니 우리 공사가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방만한 공기업이 아니었습니다. 1차 산업에 종사하는 곳이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거짓이 없고 순수합니다. ‘성실한 직원들이 일하는 공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단단히 심고자 매달 직원들에게 ‘청렴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사장은 손님이고 직원이 주인’이라는 사실입니다. ‘저는 3년 임기를 마치면 떠나지만, 직원들은 계속 남아 있지 않나. 우리 공사는 국민의 기업이다’라는 말을 전하고 있습니다.”
▼ 석탄은 ‘낡았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젊은 세대는 석탄을 잘 모르죠. 석탄산업 현황은 어떻습니까?
“발전과 제철 분야에서 산업용 유연탄의 사용이 꾸준히 늘면서 연간 1억t의 석탄을 수입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중국, 일본 다음인 세계 3위의 석탄 수입국입니다. 석탄을 가진 나라는 에너지 보호 장벽을 높일 수가 있습니다. 국내 가정에서도 고유가로 인해 연탄 수요가 느는 추세입니다.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석탄산업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바이오 에너지 사업
이강후 사장이 장성광업소에서 채탄 작업을 경험해보고 있다.
“우리 공사도 녹색 에너지 개발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과거엔 나무를 땔감으로 쓰느라 흙만 남은 민둥산이 많았습니다. 국토의 녹화 사업에 기여한 에너지가 바로 석탄이었습니다. 저탄소 녹색성장 기조에 따라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신기술 개발이 필요한 때입니다. 공사는 ‘석탄 가스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무연탄과 폐플라스틱을 혼합해 청정가스를 제조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어요. 석유보다 비용이 저렴한데다, 오염물질 배출이 거의 없습니다. 또한 ‘바이오 에너지 사업’도 추진 중입니다. 그 일환으로 채탄할 때 나오는 폐목을 활용해 난방용 보일러 연료로 쓸 수 있는 나무 칩(Chip)과 팔레트(Pallet)를 만들었습니다.”
▼ 석탄이 앞으로도 계속 사용할 만큼 많이 남아 있습니까? 친환경 기술 개발 전에 고갈되는 것은 아닌지요.
“석탄은 매장량이 많습니다. 향후 200년가량 사용이 가능하리라고 예측되고 있습니다. 또한 석탄은 어느 한 지역에 편중된 것이 아니라 전세계에 골고루 매장돼 있습니다. 석탄을 가스화 또는 액화하는 신기술이 발전하면, 석탄이 주 에너지원으로 부상할 것입니다. 그때를 대비해 표고차가 작고 넓은 땅을 가진 중국과 몽골 지역 탄광 개척에 힘써야 합니다.”
해외 탄광 인수
2010년 7월 자원 개발과 관련해 몽골을 방문한 이강후 사장(왼쪽은 후렐바타르 몽골 관방장관).
“몽골은 세계 4위의 석탄부존국입니다.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주요국도 관심을 보여왔습니다. 석탄공사가 몽골에 진출함으로써 몽골과의 자원 협력에 물꼬가 터졌습니다. 우리 공사는 탄광 개발에서 충분한 경험, 기술, 인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해외로 눈을 돌림으로써 국내 석탄 수급 안정을 도모하고, 공사 경영 개선 효과도 누리려고 합니다. 해외 자원 개발은 국가적 과제이므로, 많은 기업의 참여가 필요합니다. 우리 공사는 다른 공기업이나 민간기업과 협력해 해외 진출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몽골, 인도네시아, 키르기스스탄, 러시아 등 해외 탄광 개발에 중점을 둘 것입니다. 그러나 해외 개발은 투자 규모가 크고 위험 부담도 높기 때문에 성급하게 추진하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 해외 개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누르스트 홋고르 탄광의 규모는 어느 정도이고, 사업을 어떻게 추진해왔습니까?
“노천에서 채탄하는 방식의 탄광으로, 2008년 개발돼 2만t 내외의 난방용 석탄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몽골 현지에서 대량의 채탄 계획을 세우고 우리에게 운영 및 투자를 요청해왔습니다. 2009년 현지 예비 조사를 통해 매장량, 탄질, 경제성을 검토했고 몽골에 진출해 있는 한국기업 등과 공동개발협의체를 구성해 실사에 들어갔습니다. 그 결과 지난해 말 공사가 참여한 한몽에너지개발이 설립된 것입니다. 초기에는 120억원의 지분 인수비만 투자하고, 수익금을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투자를 확대했습니다. 투자금은 5년 남짓 후에 회수될 것이고, 연 300만t을 생산할 경우 124억원의 수익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적자 개선 노력
석탄공사엔 ‘만년 적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수익 구조를 개선하는 데 기여할 두 축이 이 사장이 소개한 석탄 가스화 사업과 해외 탄광 개발이다. 물론 적자의 책임을 공사 경영에만 돌릴 수는 없다. 석탄 가격은 서민용 연료라는 이유로 규제를 받아온 반면, 작업장은 점점 깊어져 채탄 원가는 상승해왔다. 몽골, 중국, 키르기스스탄과 같은 넓고 평탄한 중앙아시아 지역의 사업성이 더 높으리라고 기대하게 되는 이유다.
▼ 석탄공사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적자폭이 줄어들고는 있는데요. 앞으로 적자를 해소할 수 있을까요?
“국민 여러분께 참 송구한 부분입니다. 60년 동안 쌓인 부분도 있고, 여러 가지 여건도 좋지 못했습니다. 최대한 노력해 석탄공사가 잠재력 있는 공기업으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국내 생산만으로는 경영 개선이 어렵다고 판단해 해외 탄광 개발에 나선 것도 그런 노력의 하나입니다. 기존 사업을 최적화하고 신규 수익사업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겠습니다.”
이강후 사장은 석탄공사가 둥지를 트는 강원 원주시 출신이다.
“생산성을 향상하기 위한 수단으로 채탄용 로봇을 개발 중입니다. 정부과제로 선정된 바 있는 채탄 로봇 개발 사업에는 총 30억원의 예산이 지원되며, 내년에 로봇을 현장에 배치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100억원에 달하는 수지 개선 효과를 기대합니다.”
▼ 로봇을 투입하면, 안전사고가 줄어들겠습니다.
“채탄 로봇 개발의 목적 가운데 하나가 재해율 감소입니다. 권양기(도르래로 물건을 옮기는 기계) 등 장비의 자동화와 무인화로 재해 발생의 근본 원인을 차단하려고 합니다.”
▼ 안전사고는 석탄산업을 위험하고 낙후된 분야로 인식하게 하는 주요 요소입니다. 사고 예방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요.
“장성광업소 근처에 사고로 순직한 직원들의 위패를 모신 장명사라는 절이 있습니다. 순직한 동료들의 위패를 옆에 두고 일하는 기업은 우리 공사가 유일할 것 같습니다. 안전이 우리 공사의 최우선 과제라는 걸 나타내는 증표입니다. 우리 공사는 안전관리협의체를 체계화해 광업소별로 매달 토의를 거쳐 작업 중 발생한 재해와 장비 고장 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반기 1회 이상 열리는 안전관리협의회가 통합 안전관리 대책을 수립하는 역할을 합니다. 작업 전·중·후 각 5분씩 위험요인을 파악해 문제점을 해결하는 ‘3·5위험 예지훈련’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무재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원주혁신도시로 이전
▼ 2012년 석탄공사가 원주혁신도시로 옮겨간다고 들었습니다. 이전 준비는 잘되고 있는지요.
“원주 혁신도시 조성이 끝나는 대로 차질 없이 이전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입니다.”
▼ 수도권인 의정부에서 강원도로 옮기는 것인데, 소감이 어떻습니까?
“공교롭게도 혁신도시가 들어서는 반곡동 일대가 제가 태어난 고향입니다. 우리 공사 총 인원의 76%가 강원도에서 일하고 있고요. 한 해 예산 4000억원 가운데 60%가 강원도에서 집행되고 있습니다. 장성과 도계 두 지역에 탄광이 있어서 강원도민은 벌써부터 석탄공사를 강원도 기업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 학부를 강원대에서 마쳤죠? 강원도에 남다른 애정이 있을 것 같습니다.
“중·고등학교 때 몇 시간을 걸어서 학교를 다닌 기억이 떠오릅니다. 강원대가 처음으로 배출한 행정고시 합격자이기도 합니다. 우리 공사가 이전하면 지역 주민 고용에도 이바지하고, 지역사회 발전에도 보탬이 될 것입니다. 이전 지역이 제 고향인 것은 우연이지만, 공사가 지역 발전에 기여하게끔 도와야겠죠.”
▼ 2년 넘게 남은 사장 임기를 어떻게 채워나갈 계획입니까?
“우선 공사가 외부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안전성과 생산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고요. 앞서 설명한 신규 사업들을 잘 이끌어나갈 것입니다. 해외 사업은 조급하게 접근하기보다는 제 임기 내에 성숙 단계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기반을 조성해놓으려고 합니다. 솔선수범하겠습니다. 석탄공사가 국민에게 사랑받고 인정받는 공기업이 될 수 있게끔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