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호

금발의 동양 여인 초상으로 주목받는 도로시 엠 윤

모든 가치관이 혼재하는 ‘새로운 나’를 만들다

  • 이남희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입력2011-02-24 09:10: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금발의 동양 여인 초상으로 주목받는 도로시 엠 윤

    〈Bea Kee〉, 2011, Digital C-Printing, Diasec, 100x150㎝

    어깨를 훤히 드러낸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고궁의 돌담 앞에 누워 있다. 금발에 핏기 없이 하얀 피부, 파란 눈망울…. 서양 만화에서 볼 법한 외양이지만, 동양인임을 감추기 어렵다. 어린 생명을 관장하는 백의 관음보살이 관능적인 눈빛의 요부로 되살아났다.

    도로시 엠 윤(35)은 파란 눈에 금발을 한 아시아계 여인의 초상을 재현해온 작가다. 그의 작품에는 서양과 동양, 전통과 현대, 성과 속의 가치관이 충돌한다. 최근작 ‘로코코 넘버 33B’ 시리즈를 보자. 서구 역사상 가장 화려하다고 알려진 로코코 시대 복식을 한 33인의 관음보살이 등장한다. 이토록 비현실적인 이미지는 포스트모던한 시대를 살아가는 작가의 ‘개념적 자아’가 표출된 것이다. 도로시 엠 윤은 “정체성도 선택의 문제인 시대다. 교류가 많아지고 정체성이 희미해질수록, 작품을 통해 새로운 자신을 찾는다”고 말했다.

    금발의 동양 여인 초상으로 주목받는 도로시 엠 윤

    (왼쪽)〈Ji Ryeon〉, 2011, Digital C-Printing, Diasec, 90x60㎝ (오른쪽)〈Won Gang〉, 2011, Digital C-Printing, Diasec, 160x112㎝



    금발의 동양 여인 초상으로 주목받는 도로시 엠 윤

    (왼쪽)〈Ma Rang Bu〉, 2011, Digital C-Printing, Diasec, 150x100㎝ (오른쪽)〈Si Yark〉, 2011, Digital C-Printing, Diasec, 90x60㎝

    작가가 ‘로코코 넘버 33B’ 시리즈를 완성하기까지 2년 넘게 걸렸다. 모델을 발굴하고, 모든 의상과 소품을 디자인하며, 인물의 세부적인 포즈까지 연출하는 등 전 과정에 공을 들여서다. 전문 포토그래퍼 등 여러 스태프와의 협업은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패션 화보를 연상시키는 이 사진 작업에서 그는 총감독 역할을 했다.

    “모델 발굴에 가장 많은 시간이 걸렸다. 아무리 예뻐도 자기 캐릭터가 없는 모델은 촬영 후 교체했다. 자신만의 아우라를 지니며, 자신감 넘치는 여성이야말로 내가 찾는 모델이다.”



    도로시 엠 윤의 작품이 해외에서 더 각광받는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작가는 “한국 문화를 모르는 상태에서 작품을 이미지로만 받아들이는 해외 관객이 내 작품의 탐미주의적 경향을 높이 평가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의 작품에 종종 모델로 등장하는 이 끼 많은 신진작가의 다음 프로젝트는 ‘남한과 북한’을 모티프로 하는 사진과 설치작업이 될 것 같다.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와 새로움을 추구하고 싶다”는 게 그의 목표다.

    금발의 동양 여인 초상으로 주목받는 도로시 엠 윤

    (왼쪽)〈Yeon Hwa〉, 2011, Digital C-Printing, Diasec, 90x60㎝ (오른쪽)〈Yee Bee〉, 2011, Digital C-Printing, Diasec, 150x100㎝

    도로시 엠 윤은…

    1976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이화여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을 수료한 뒤 영국 골드스미스대에서 파인아트 석사 학위를 받았다. ‘로코코 넘버 33B’(2011·16번지)와 ‘8명의 히로인즈’(2009·런던 살롱갤러리) 등 다섯 차례의 개인전과 20회에 가까운 국내외 단체전을 열었다.

    금발의 동양 여인 초상으로 주목받는 도로시 엠 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