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부터 경희대에 입학하는 모든 학부생은 1년 동안 인간과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공부를 하게 됩니다. 1학기에는 ‘인간의 가치 탐색’, 2학기에는 ‘우리가 사는 세계’라는 교양 과목을 필수적으로 들어야 하죠.”
다른 대학이라고 교양수업이 없는 건 아니다. 경희대가 특별한 건 이를 위한 별도의 ‘칼리지’를 설치한 뒤 이곳에 각종 지원을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첫째로 눈여겨볼 것은 커리큘럼. 경희대는 2009년 11월 다양한 전공의 교수 16명이 참여하는 ‘교양교육개편위원회’를 만들었다. 이들의 토론과 협력을 통해 800쪽 분량의 ‘교양 교과서’ 두 권이 탄생했다.
‘인간의 가치 탐색’ 수업을 위한 교과서에는 인류가 그동안 이룩해온 문명과 그 과정에서 직면했던 문제들, 그리고 줄곧 추구해온 가치들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도 교수는 이 과목을 “역사도, 문학도, 철학도 아니지만 동시에 그 모든 것”이라고 소개했다.
“한국 대학의 교양수업은 그동안 전공의 틀 안에 갇혀 있었어요. 하지만 오늘날 가장 창조적인 아이디어는 여러 학문의 융복합과 가로지르기 과정에서 탄생하지 않습니까. 교양은 전공만 공부해서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영역에 있지요. 제대로 된 교양수업을 하기 위해 ‘후마니타스 칼리지’를 만든 겁니다.”
전문 교원도 선발했다. 모든 신입생이 의무적으로 수강하는 두 개의 ‘중핵과목’을 가르치는 강사에게는 ‘객원교수’라는 지위를 주고, 계약 기간 연봉을 보장한다. 대신 후마니타스 칼리지의 교육 철학을 공유하고 전체 신입생에게 동일한 수준의 강의를 제공할 수 있도록 강도 높은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후마니타스는 ‘문명을 만드는 인간’이라는 뜻으로 로마 철학자 키케로가 사용했던 말이다. 1년여간 ‘후마니타스 칼리지’ 준비위원장으로 일하다 3월부터 대학장을 맡게 된 도 교수는 “그동안 늘 마음속에 이 단어를 품고 살았다”고 했다. 경희대의 ‘후마니타스 칼리지’가 진정한 ‘후마니타스’를 길러낼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