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마이클 포터 교수
기업의 영향력은 과연 얼마나 클까? 지구상에서 가장 큰 경제체는 단연 미국이다. 2005년 기준으로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0조달러이고, 2위인 일본이 4조달러였다. 그 다음 독일, 영국, 프랑스, 중국, 캐나다, 인도 순이다. 22위는 어느 나라였을까? 한국? 터키? 호주? 모두 아니다. 놀랍게도 ‘기업’인 월마트였다. 2005년 이 회사의 수익은 2586억달러. 28위인 엑손 모빌도 핀란드, 홍콩, 칠레보다 더 큰 경제체다. 2005년 수익이 1089억달러였던 삼성전자도 웬만한 나라보다 경제 규모가 더 컸다.
기업에 ‘탐욕이 선’이었던 시대가 있었다. 고전경제학의 창시자 애덤 스미스는 근대인의 이기심이 경제행위의 동기라고 봤다. 자유 시장경제에서 열심히 일하다 보면 그런 경제행위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공공복지에 기여한다고 생각했다. 자유주의 경제학자인 프리드먼은 “비즈니스의 사회적 책임은 더 많은 돈을 버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단서를 달았다.
“비즈니스의 사회적 책임은 유일하다. 그것은 기업 자원을 이익 추구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다. 다만 게임의 룰 안에서, 기만이나 사기가 없이 개방되고 자유로운 경쟁에서.”
지금도 이 논리를 따르는 이가 많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너무 복잡하게 얽혀 있다. 경제주체인 기업들이 이 사회에 일자리를 창출하고 크게 기여하고 있지만 한켠에선 온갖 사회적, 환경적, 경제적 문제를 야기해왔다. 지역공동체를 무너뜨리고, 환경오염과 탈법을 일삼았다.
따라서 자본주의의 방향을 새로 고쳐 쓰려는 이가 많아졌다. 그 가운데 새해 초 큰 주목을 받았던 이들을 소개한다. 경영학 ‘구루’(guru·권위자)인 마이클 포터와 마크 크레이머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최신호(2011년 1/2월호)에 실린 글 ‘공유가치 만들기’(Creating shared value)에서 기업이 지난 수십 년간 해오던 낡은 방식에 여전히 얽매여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업이 가장 중요한 고객의 요구와 장기적 성공을 결정하는 더 큰 문제들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영 ‘구루’ 포터 · 크레이머
“(낡은 관념에 사로잡힌 결과) 기업이 고객의 웰빙과 비즈니스에 필수적인 자연 자원의 고갈, 주요 협력업체의 생존, 물건을 만들고 파는 바로 그 공동체의 경제적 어려움을 외면하는 것말고 달리 어떻게 하겠는가? 자본주의의 개념을 새롭게 정립해야 할 때다. 비즈니스가 팽창할수록 (기업에 대한) 사회의 요구도 더욱 커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두 학자는 기업이 ‘공유가치’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유가치란 ‘기업이 기반을 두고 있는 지역의 경제적 사회적 조건을 향상시키면서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과 실천방안’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는 사회와 경제의 진보라는 중요한 관계를 확인하고 확장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회의 요구와 도전을 해결하면서 사회를 위한 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경제적 가치를 만드는 것이 주요 해법이다. 공유가치는 사회적 책임이나 자선, 지속가능성이라기보다는 경제적 성공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새로운 방법이다. 이것은 회사가 가외로 할 일이 아니고 중심에 둬야 할 일이다. 우리는 이것이 앞으로 비즈니스 사고에 중요한 변화를 야기할 것이라고 믿는다.”
‘공유가치’를 핵심 비즈니스 가치로 여기는 기업이 있을까? 두 학자는 GE, 구글, IBM, 인텔, 존슨 앤 존슨, 네슬레, 유니레버, 월마트 같은 기업이 이미 실천하고 있다고 했다. 공유가치를 실천하는 이런 기업이 많아질수록 복지를 포함해 우리가 직면한 사회적 문제들이 좀 더 수월하게 풀려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