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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다보스포럼 참관기

‘새로운 현실’의 우울한 불확실성 공동의 대안은 가능한가

  • 문정인│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 cimoon@yonsei.ac.kr

2011년 다보스포럼 참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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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다’는 불안감

2011년 다보스포럼 참관기

1월27일 세계경제포럼이 열리고 있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 ‘한국의 밤’ 행사에서 한승수 전 총리, 마이크 리스 스탠더드차터드뱅크그룹 총괄이사, 사공일 한국무역협회장(왼쪽부터)이 환담을 나누고 있다.

우선 ‘새로운 현실’과 관련해 가장 강조된 것은 전세계 차원의 힘의 전환(power shift)이었다. 미국과 유럽 같은 서구의 쇠퇴, 그리고 중국과 브라질, 인도를 중심으로 하는 비서구권의 등장이다. 눈여겨볼 것은 이러한 힘의 전환이 국제사회에 심도 있는 균열을 불러오고 있다는 것이다. 위상이 쇠퇴하고 있다고 느끼는 국가들이 계속해서 보호주의 무역 정책에 경도되거나 환율개입을 시도함으로써 통화 전쟁이 벌어지고, 이로 인해 경제위기에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G20 같은 글로벌 거버넌스가 제 구실을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안보적 갈등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풀이할 수 있다. 힘의 전이가 불러온 극명한 사례 가운데 하나가 핵확산금지조약(NPT)이 규정하고 있는 이른바 5대 핵 보유국 외의 나라들이 속속 핵무기를 손에 넣고 있는 작금의 현실이다. 인도와 파키스탄, 이스라엘은 물론 북한과 이란까지 핵 보유에 나서는 흐름은 힘의 전이가 국제사회에 불러온 새로운 난제다.

2012년 이후 세계 경제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와 관련해서는 미래 경제의 불확실성에 관한 지적이 주를 이뤘다. 2008년 금융위기를 극복하며 세계 경제가 호전되고 있음은 분명하지만 과연 안정적인 발전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쏟아져 나온 것이다. 특히 중국의 저임금 구조를 바탕으로 그간 지구촌이 누려왔던 높은 수준의 구매력이 과연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이야기였다.

이러한 불안정성이 국가 재정의 문제, 국가 채무의 문제로 연결되고 있다는 것은 특히 최근 각 나라가 부딪힌 가장 심각한 고민이다. 그리스와 아일랜드의 소버린 리스크 등 최근 세계 경제를 뒤흔든 주요 사안이 모두 이 부분에서 시작됐음은 우연이 아니다. 포럼에서 제시된 2011년 전망치 가운데 일본의 국가 채무는 국내총생산(GDP)의 244%에 달하고 그리스(139%), 이탈리아(120%), 미국(99%), 영국(88%), 프랑스(82%)의 상황도 만만치 않다. 선진국이 모두 빚더미에 앉아 있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각국은 재정을 쏟아 부어가며 경기를 부양했고, 이로 인해 재정적자가 늘어나면서 국가 채무 확대와 소버린 리스크 위기가 등장했다. 최근 신용평가회사 S·P가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것도 이와 관계가 깊다. 세계 경제를 구동하는 힘이 선진국의 구매력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들 나라의 무역적자 증가와 구매력 쇠퇴는 돌이키기 어려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반대로 브릭스를 중심으로 하는 국가들의 구매력은 커지고 있지만 이러한 구매력 전환에 따르는 적응구도가 아직 형성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이 각국의 환율 조작과 보호무역 강화로 이어졌고, 도하개발어젠다(DDA)가 전혀 진척되지 못해 자유로운 무역환경 조성이 지연되거나 국제통화질서의 안정성이 흔들리는 결과를 낳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011년 이후 세계 경제가 어디로 갈지는 더욱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런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가장 우울한 부분이다.

폭증하는 인구와 자원배분도 이번 포럼의 관심사 가운데 하나였다. 2010년 69억명으로 추산되는 세계인구는 2050년까지 91억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인구증가의 상당부분이 후진국에 집중되고 있는 만큼 자원배분 문제와 그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첨예화하고 있다. “식량자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인도네시아의 정치사회적 안정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유도 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토로가 대표적이다. 식량과 에너지 등 1차 상품을 선진국과 브릭스 국가들이 독점함으로써 가격이 요동치고 많은 제3세계 국가가 필요한 자원을 구하기 어려운 현재의 구조가 계속되면 극심한 사회불안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국가 간의 빈부격차 혹은 국가 내부의 불평등 문제도 세계 경제 안정을 위협하는 시한폭탄으로 지목됐다. 대표적인 것이 한국도 피해갈 수 없는 청년실업 문제다. 중국의 경우 매년 600만명의 대학 졸업자가 쏟아지지만 중국 경제가 소화할 수 있는 수는 200만에도 못 미친다. 이는 중국뿐 아니라 선진국과 후진국 모두의 공통적인 고민으로, 자동화 기술의 발달로 노동인구가 감소하는 현실은 전세계 곳곳에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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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 cimoo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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