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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프리카 지역의 이른바 ‘아프리카의 뿔(Horn of Africa·인도양과 홍해에 면한 아프리카 북동부의 에티오피아·지부티·소말리아 3개국)’ 해역에서 벌어지는 해적 공격은 이 지역에 만연한 해적문제에 관해 국제사회의 관심을 새롭게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제상공회의소(ICC) 산하 국제해사국 해적신고센터(IMB PRC)에 따르면 2009년 한 해 동안 이 지역에서 발생한 해적 공격은 217건에 달했고 이 중 47척의 선박이 해적에 의해 나포됐다. 2008년에도 이 지역에서 111건의 해적 공격이 발생했으며 이는 2007년 대비 거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해적들의 공격은 예멘과 소말리아 북동부 해역 사이에 위치한 아덴만과 소말리아 동부해안선을 따라 발생했다.
2009년 7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다국적군이 이 지역에 주둔한 것이 해적들로 하여금 과감한 작전전술의 운용, 세이셸 해상까지 활동영역의 확대, 그리고 보다 정교한 무기들의 사용을 강요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미국 정부는 2009년 소말리아 해적에 의한 선박 공격 건수는 127건이며 이는 2008년 42건 대비 3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동아프리카와 아프리카 뿔 지역으로 향하는 상선들과 구호선박들에 대한 해적의 공격 위협이 지속됨에 따라 이 지역 국가들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 위기가 1984년 이후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아프리카 뿔 해역에서 해적 공격이 증가하는 이유는 소말리아의 내정불안이나 법치 부재와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소말리아 정부의 기능 상실은 지역 안보에 커다란 도전이 되고 있으며 이 지역에서 해적활동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소말리아 해양안보 당국의 부재가 국제적인 불법 어획과 폐기물 투기를 조장해 소말리아의 경제성장을 저해하고 일부 해적단체에 경제적 혹은 정치적인 동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해적 활동의 명확한 동기는 이윤 창출에 있으며 많은 소말리아인은 해적행위를 수익성을 보장해주는 활동으로 인식하고 있다. 인질의 몸값은 최근 수백만달러까지 상승했는데 이는 현재 진행 중인 해적들과의 교전을 더욱 악화시키고 지역안보를 훼손시킬 수 있다.
2008년 유엔 안보리가 네 차례 결의안(1816, 1838, 1846, 1851)을 채택한 이후 아프리카 뿔 해역 해적행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은 한결 용이해졌다. 결의안 1851호는 소말리아 과도연방정부(TFG)의 동의하에 다국적 해군들이 소말리아 영해에서 해적퇴치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2009년 5월26일에 채택된 결의안 1872호는 2007년의 결의안 1772호에 따라 유엔 회원국들이 과도연방정부 군대들의 훈련과 무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2009년 1월에는 해적퇴치에 대한 국제적인 공조를 위해 다자협력체인 소말리아해적퇴치연락그룹(CGPCS)이 설립됐다. 현재 미국 주도의 연합기동부대와 공조해 미국,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유럽연합(EU) 등 다국적 국가의 해군들이 소말리아 해역에 대한 경비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해적행위 근절을 위해 수립된 부시 행정부의 정책을 기반으로 관계부처 및 다자간 공조를 통해 정책 대응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대다수 전문가는 소말리아 정부 당국의 재건만이 해적 위협을 제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인식하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