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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이집트 시민혁명

무바라크 이후 이집트 정국 전망

“들불처럼 번지는 아랍판 프랑스 혁명의 불길 최대 기득권 집단 군부의 선택이 최종 변수”

  • 서정민│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중동아프리카학 amirseo@hufs.ac.kr

무바라크 이후 이집트 정국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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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무바라크 정권보다 더 오래 이집트의 권력과 경제이권을 차지한 집단이 바로 군부다. 1952년 군사혁명 당시에도 사람들은 민주적인 정부를 기대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세속주의, 권위주의 독재정부의 시작일 뿐이었다. 이번 사태에서 시민의 힘을 목격한 군이 과거와 같이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만 움직이지는 못할 것이다. 군 최고위원회는 이미 의회를 해산했고, 구헌법을 중지시켰고, 비상계엄법의 철폐를 약속했다. 그러나 앞으로 헌법을 개정하고, 대통령선거와 총선을 준비하고, 새로운 내각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포괄적인 개혁을 요구하는 야권세력과 팽팽한 ‘줄다리기’를 할 것이다. 전면적이고 완벽한 민주개혁은 군의 기득권을 상당히 약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중동 정치역학 크게 변할 것

야권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현재로서는 군부 출신이 차기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군 최고위원회가 민간 정부에 권력을 이양한다고 언급했지만, 퇴역장성도 분명히 민간인이다. 현재 실세는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과 무함마드 후세인 탄타위 국방장관이다. 무바라크에게서 권력을 이양받은 군부를 대표하는 양대 산맥이다. 그러나 둘 다 모두 무바라크의 최측근이다. 그가 집권하면 부패한 무바라크 정권을 청산하지 못할 것이라는 국민의 불신이 큰 약점이다.

따라서 민간인 출신으로 가장 유력한 대권후보는 아무르 무사 아랍연맹사무총장이다. 직업 외교관으로서 온유한 인상과 말솜씨로 이집트 국민과 국제사회의 호감을 얻어왔다. 국정운영 능력도 있다. 1991년부터 10년간 외무장관을 지냈다. 지나치게 인기가 높아지자, 무바라크 대통령은 2001년 그를 내쳤다. 이 점이 최근 반(反)무바라크 정서를 가진 국민에게 호소력을 가진다. 반면 세계 언론이 주목한 무함마드 엘-바라데이는 이미 뒤로 처지고 있다. 지나치게 오랜 해외생활, 이중국적 소지 등으로 국내 기반이 약하고 민족주의 성향의 이집트인들로부터 적지 않은 비난을 받고 있다.

‘리트머스 테스트’ 이집트가 안정을 찾을 때까지 중동의 정세는 장기적으로 요동칠 것이다. 중단기적으로는 아랍의 최대 정치 강국 이집트의 공백이 아랍정세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이-팔 분쟁의 가장 중요한 중재자인 이집트의 역할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 주도 테러와의 전쟁 전면에 나섰던 무바라크의 모습도 한동안 볼 수 없다. 사우디와 더불어 수니파 이슬람의 주축인 이집트의 역할이 약화되면서, 이라크전쟁 이후 확대되고 있는 시아파 초승달의 주축 국가 이란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다. 이란을 축으로 서쪽으로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그리고 남쪽으로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까지 연결되는 초승달 모양의 시아파 블록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



특히 이란에 대적할 수니파 이슬람 정권이 아랍권에 들어서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등 서방이 우려하는 무슬림형제단의 집권 가능성은 거의 없다. 민주화혁명이 이슬람혁명화할 수 있다는 우려는 지나치게 확대과장된 것이다. 현재 아랍권에서 일어나는 반정부 시위는 민족적이고 세속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 종교적인 것이 아니다. 무슬림형제단은 현재의 시위 분위기에 편승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공정한 선거가 치러진다면 무슬림형제단의 후보 혹은 이 단체가 지지하는 후보가 적지 않은 표를 얻을 것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시아파와 달리 수니파는 1400여 년 역사에서 단 한 차례도 권력을 차지한 적이 없다. 시아파와 달리 성직자 계급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바라크 이후 이집트 정국 전망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아랍어과 졸업

이집트 카이로아메리칸대 정치학 석사

영국 옥스퍼드대 정치학 박사

한국중동협회 사무총장

중앙일보 중동전문기자

현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중동·아프리카학과 교수

저서: ‘이란을 읽으면 북한이 보인다’ ‘부르즈 칼리파’


따라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 그리고 한국은 위와 같은 지나친 우려에 사로잡히기보다는 아랍권에 들어설 새로운 정치역학의 틀에 대비하고 준비해야 한다. 과거처럼 민주화나 인권보다는 자신들의 이해를 지키기 위한 안정에 초점을 맞추는 자세는 이제 버려야 한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아랍권도 과거의 친미 혹은 반미라는 이분법적 시각에서 벗어나 앞으로 정당정치에 기반을 둔 다원화 사회로 진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신동아 2011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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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중동아프리카학 amirseo@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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