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생산자·#52077;도매업자·#52077;수출업자·#52077;해외업체로 이어지는 정상적인 금지금의 해외 수출거래라면 도매업자와 수출업자가 일정 비율씩 부가가치세를 나눠서 부담해야 한다. 부가가치세는 거래가 이뤄지는 단계마다 물품 가격에 반영돼 누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래의 마지막 단계에 있는 수출업자는 해외에 물품을 팔 때 자신이 내야 할 비율 이상의 세금(부가가치세), 다시 말해 이전 거래에서부터 누적된 세금 중 자신의 책임이 아닌 금액을 국세청으로부터 공제받는다. 만약 이 거래에 영세율이 적용된다면 부가가치세 환급액은 그만큼 커진다. 그러나 문제가 된 금지금의 거래는 일반적인 경우와는 달랐다. 자세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2004년 국세청이 첫 조사
문제의 금지금 거래는 외국업체·#52077;수입업체·#52077;1차 도매업체·#52077;폭탄업체·#52077;2차 도매업체·#52077;수출업체·#52077;외국업체로 이어지는 아주 복잡한 순환 구조로 이뤄져 흔히 ‘뺑뺑이 거래’라고도 한다.(그림 참조)
먼저 외국업체로부터 금지금을 수입하고 1차 도매업자(면세도관업체)가 폭탄업체에 금괴를 넘기는 단계까지는 면세 거래가 이뤄진다. 해외에 수출될 물품이라는 점이 확실하다면 국내 유통 과정에서도 부가가치세를 부과하지 않는 영세율 제도의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1차 도매업자는 금지금 구매가 ‘외화획득용 원료 거래’라는 취지로 계약서를 꾸며 은행에 보여준 뒤 면세거래를 허용하는 증빙서류인 구매승인서를 발부받는다. 이후 이 금지금은 폭탄업체에 넘겨진다. 이 폭탄업체는 부가가치세가 매겨지지 않은 채 유통돼오던 금지금을 구입한 뒤 갑자기 국내에서 사용될 금지금인 것처럼 사용목적을 변경하면서 과세당국에 부가가치세를 내겠다고 신고한다. 그리고 마진이 없는 낮은 가격으로 2차 도매업자에게 금괴를 판다. 다시 말해, 전 단계까지 혜택을 받은 세액을 폭탄업체가 다 물어내면서 동시에 물품마저 싸게 넘기는 식이다. 폭탄업체는 거래가 끝나면 곧장 폐업하고 사라져버린다. 물론 폭탄업체는 이 과정에서 “내겠다”고 했던 부가가치세를 내지 않는다.
폭탄업체를 거친 뒤인 2차 도매업체(과세도관업체) 이후부터는 금지금이 외견상으론 정상적으로 거래되기 시작한다. 단계별로 부가가치세도 과세되고 정상적으로 납부된다. 하지만 이미 폭탄업체 단계에서 금괴 가격이 대폭 낮춰졌고 과세신고도 됐기 때문에 2차 도매업체가 국세청에 내는 부가가치세는 매우 작다.
2차 도매업체로부터 금지금을 넘겨받은 수출업체는 외국업체에 금괴를 최종적으로 수출하면서 국세청으로부터 폭탄업체 등 전 단계 업체들이 낸다고 했던, 그리고 냈을 것으로 추산되는 세금만큼을 금지금 수출업체에 주어지는 혜택인 영세율 제도에 따라 되돌려 받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환급액은 순환 유통에 참여한 모든 업자가 나눠 갖는다. 결국 금괴는 국내에 들어올 때보다 낮은 가격으로 수출업체를 거쳐 수출된다. 국세청에 따르면 이렇게 서류로만 이뤄지는 거래는 빠를 경우 3~4시간, 늦어도 2~3일 사이에 모두 끝난다. 보통 폭탄업체에는 노숙자, 신용불량자 같은 사람들이 바지사장으로 등장한다.
국세청과 검찰 등 사법당국은 이 금지금 문제로 오랫동안 골머리를 앓아왔다. 분명히 문제가 있는 거래지만 처벌조항을 찾기가 어려웠다. 일단 서류상으로는 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뤄졌고, 폭탄업체를 제외한 모든 관련 업체의 거래에서 문제점을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년 전 판결 뒤집어
이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국세청이 조사에 착수한 것은 2004년경이다. 당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금지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개월간 조사와 연구를 거듭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겼다. 이후 금지금 사업에 뛰어든 기업들과 국가 간에 크고 작은 송사가 이어졌다. 추징예상 세액의 규모도 컸다. 최고 수천억원에 달하는 큰 규모의 소송도 여러 건 생겼다. 그러나 국세청이나 검찰의 바람과는 달리 소송은 난항에 난항을 거듭했다. 이 신종 탈세 수법을 깨고 과세할 수 있는 논리를 만드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2009년에는 “부가가치세를 환급해줘야 한다”는 기업들의 주장을 받아들인 대법원 판결도 나와 국세청과 검찰을 당혹케 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국세청은 최근 대법원으로부터 2년 전 판례를 깬 국가 승소 판결을 받아내 문제를 원점으로 돌려놨다. 국세청 측은 판결이 나온 직후 “이번 판결로 정부는 연간 5700억원 가량의 세금을 환수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지난 1월20일 금지금 거래업체인 A사가 “금지금 거래를 실물거래가 아닌 명목상 거래로 보고 과세한 것은 부당하다”며 종로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금지금 거래 관행에 대해 “수출업체가 앞선 거래업체로부터 적법한 세금계산서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변칙적 금지금 거래 등 조세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면, 세금 공제·환급 주장은 제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사건 거래는 조세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부정한 행위로, 그 내용을 알고서 거래에 뛰어든 수출업자에게까지 매입세액의 공제·환급을 허용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2년 전 대법원이 동일한 내용의 다른 소송에 대해 “실제 금지금 이동이 있었고, 적법하게 세금계산서가 발급된 이상 명목상 거래로 볼 수 없어 수출업체에 대한 과세는 부당하다”고 판결한 것을 스스로 뒤집은 것이어서 이목을 끌었다. 2007년경부터 금지금 문제를 다뤄왔으며 이번 대법원 판결 과정에도 깊이 간여한 차삼준(57) 서울지방국세청 사무관의 얘기다.
“이번 판결로 수출업자들에게 지급되는 부당 환급금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길이 생겼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30여 건의 소송에서 국가가 이길 수 있는 근거가 됐습니다. 금액으로는 약 5700억원에 달합니다. ‘면세 금지금 제도’가 도입된 이후부터 2005년 4월까지 부정하게 환급(또는 매입세액 공제) 받은 금액의 규모는 약 3조2000억원이 넘습니다. 이는 2005년 우리나라의 개인사업자 전체(366만명)가 납부한 부가가치세 7조4000억원의 43%에 달하는 막대한 금액입니다.”
세금 없는 환급 없다
최근 나온 금지금 관련 대법원 판결로 국세청은 연간 5700억원 가량의 세수를 더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국세청은 “금지금이 수입돼 수출되는 과정에서 물건의 이동은 없고 서류로만 거래되고 있으므로 실질적인 거래가 아닌 명목상의 거래”라는 주장을 펴왔다. 그러나 그러한 주장은 곧바로 한계에 봉착했다. 거래 업체들이 실질거래로 위장하면 그만이었다. ‘명목상의’ 거래라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는 과세관청이 이를 입증해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거래의 형태에만 집착한 국세청의 논리는, 본질은 같지만 형태가 다른 사건을 만날 때마다 서로 다른 판결을 가져왔다. 어떤 것은 이기고 어떤 것은 지는 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편법거래의 유형은 점점 세련돼갔다. 한마디로, 명목상의 거래였다는 논리만으로는 국가가 금지금 업체들을 상대로 재판에서 이길 수 없다는 점이 지난 몇 년간의 소송에서 확인된 셈이다. 유형이 같은 금지금 거래를 한번에 잡을 수 있는 논리의 생산이 점점 절실해졌다.
이를 위해 국세청은 우선 그림과 같은 구조의 금지금 거래 관행을 법원에 충분히 설명하면서 “조세법률주의에 의한 판단보다 사회 정의에 입각한 민법을 적용해 부가가치세를 환급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부가가치세가 포함되지 않은 허위 세금계산서라는 논리는 그림의 거래(나)만을 가지고 판단해서는 안 되며 그림 전체를 보면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부가가치세 논리상 매출세액으로 납부되지 않은 것은 매입세액으로 공제, 환급될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국세청 관계자들은 대법관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이 논리를 설득했다. 법원에 탄원서도 여러 차례 냈다. 이와 관련해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금지금 가격은 국제시세에 연동되어 시장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결정된 가격과 실제 거래되는 가격의 차이는 극히 작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수출업체가 공급받은 금지금의 가액은 시장에서 결정된 가액보다 터무니없이 낮은 가액이다. 정상거래로는 절대 공급받을 수 없는 금액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것이다. 이는 (세금을 환급받는) 수출업체가 부가가치세가 허위기재됐다는 사실을 알고도 거래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다. 이런 내용을 법원에 주로 설명했고 설득했다. 그런 노력이 결실을 거둔 것이다. 금지금 사건은 형태는 다르지만 본질은 모두 같다. 국가가 입는 폐해가 너무 크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의 의미는 크다”고 말했다.
타 업종에도 적용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번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금지금 사건과 관련해 국세청의 과세에 대해 기업들이 불복종하며 납부를 거부해온 금액은 무려 5700여억원에 달한다. 게다가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금지금과 비슷한 형태로 기업들이 국세청으로부터 환급받아 가는 부가가치세가 연간 1조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몇 년 새 금지금과 같은 부정 사례는 유류, 비철금속의 거래에서도 광범위하게 등장했다. 이들 거래에서도 예외 없이 폭탄사업자가 등장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판결은 금지금을 이용한 부정 환급 금액의 환수라는 의미 외에도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이와 유사한 형태의 세금 부정 환급을 원천적으로 막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서울지방국세청 차삼준 사무관은 이번 판결이 갖는 의미를 이렇게 평가했다.
“이번 판결로 폭탄사업자를 거친 거래는 무조건 부가가치세 공제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선례가 생겼습니다. 룰이 생긴 만큼 국세청의 세무조사에 대해 외부에서 가해지는 각종 정치적 압력 가능성도 사라지게 됐습니다. 조사자의 재량권도 상당부분 없어져 세무공무원의 청렴도를 높일 수 있게 됐습니다. 매출세액을 납부할 능력이 없는 상품 공급자가 자연스레 시장에서 퇴출되는 계기도 됐습니다. 지하경제를 운영하는 자가 경제적 능력이 없는 신용불량자를 위장사업자인 폭탄사업자로 내세운 뒤 제도권으로 들어와 지하자금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문제도 바로잡을 수 있게 됐고요. 금지금 변칙거래를 모방한 비철금속, 유류 등의 사기 거래로 인한 부가가치세 부당환급을 막음으로써, 연간 1조원 이상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